아득한 옛날의 자연이기도 하며
바로 우리들 곁에서 살 숨을 피워주는 아늑한 자연으로 들어서는 아담한 문이다.
저 안에서 키워지는 소나 말들은 드나들 수 없도록 만들어진
이 섬에서만 본 듯한 'ㄷ'子형 나무 출입구부터가 재미있는,
요즘 내가 푹 빠져 찾는 이곳은 화순곶자왈 생태숲길이다.
한달 전 즈음에
구억리에서 야생화를 키우시는 박선생님께로 부터 우연찮게 소개받은 곳이었다.
"화순에 있는 곶자왈이 더 낫지.."
"예? 화순에도 곶자왈지역이 있어요?"
"그럼! 작년인가 마을에서 숲길을 만들어 개방했거든"
올레 11코스중에 있는 신평리 곶자왈이 그리 좋다기에 찾아갔다가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듯이..내가 생각했던 곶자왈 풍경을 만나지 못하고는
약간은 김이 빠진 발걸음으로 돌아서 나올 때였으니
박선생님께서 주신 정보가 귀에 쏙 박힐만도 했지만
동백동산 곶자왈 숲길과 조근바리메 산숲길에 이미 젖어버린 나였기에
이 지역에서도 그런 숲길을 만날 수 있을까..
신평리곶자왈에 살며시 막혀버린 마음에선 그리 큰 기대가 일지는 않았었다.
서광마을로 공을 차러가던 어느 일요일에
시간 반쯤을 당겨와 여기에 들러 보기로 했다.
깔끔하고도 예쁜 모습으로 만들어진 목재 안내판도 찬찬히 읽어보고..
안내표식을 따라 생태숲길로 접어드는 초입길의 느낌이 참 편안키도 한 것은
바닥에 깔린 송이흙의 따뜻함도 한 몫을 하겠고
산책길에 필요한 최소의 만큼으로 인공미를 절제시킨 참음과
자연에 대한 배려도 있어 보임이 아닐까 싶다.
그러함이 만들어 낸 풍경은
저리 고향에 나즈막한 뒷동산길..모퉁이 너머 친근함으로 손짓할 것이다.
초입길로 부터 한 이백보 정도 걸었을까..
가파른 비탈에 사다리처럼 세워진
나무계단은 화순마을 분들의 정감어린 정성을 보여주는데..
계단 중간쯤을 가로지른 커다란 나무 아래에 적혀진 푯말이
곶자왈 숲길로 들어서는 첫 날의 내 발길을 완전히 묶어버렸다.
무환자나무라..난생 처음으로 보는 나무의 이름이 호기심을 불러 일으킨다.
환자가 없어 질 나무인가? 그렇다면 이 나무가 가진 특별한 효험이 있다는 것일까?
아니면, 生의 憂患을 덜어주는 나무인가?
이리저리 잠시 추측과 함께 크게 자란 나무를 더듬어 보다가
종자로 염주를 만든다는 글을 읽고부터는
곶자왈 숲길로 가던 걸음을 까맣게 잊고 말았다.
씨앗으로 염주를 만든단다..오로지 이 생각만이 머릿속에 가득하고,
나무 아래를 살펴보니
저 나무에서 떨어진 열매라 여겨지는 작은 봉오리들이 눈에 보이기에
계단 아래로 내려가 열매를 주워보니
봉오리 빛깔이며 모양도 괜찮아 여러모로 쓸 일도 있을 것도 같고
그 안에 든 단단하고 까만 씨앗으로는 꼭 염주가 아니더라도
팔찌같은 것을 만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으로 낙엽을 들춰보기 시작한다.
자연의 숲속에서 홀로하는 보물찾기 놀이도 무척 흥미롭고..
그렇게 서광운동장으로 공을 차러 가기 전 시간들을
무환자열매 찾기에 모두 써 버린 여기까지가 화순곶자왈과의 첫 만남이었다.
그렇게 얻어진 무환자 열매들 중 일부의 모습이다.
왼편에 까만 알이 염주로도 만들어진다는 씨앗이다.
가는 드릴날도 구입해 놓았으니 조만간에 구멍을 뚫어 엮어 볼 요량이다.
계단에서 바라 본,
두 그루 커다란 무환자나무 가지마다 하늘을 향한 염불이 초롱히도 달렸다.
무환자나무에 대해서 알아보니까 원산지는 인도나 중국쪽인 듯하다.
도교를 믿는 분들께서 귀신을 쫒는 나무로써 사찰 근처에 심었다고 하며
집안과 자손에게 우환이 없어진다고 하여
우리나라 어느 지방에서도 저 나무를 집 가까이에 심었다고도 하니
그게 그냥 전해지는 이야기는 아닐 터..뭔가가 있는 나무임엔 분명하겠고,
과육의 껍질엔 사포닌 성분이 있어 물에 담갔다가 살살 문지르면
거품이 일기에 비누대용으로도 사용하여 비누나무라고도 불린다고 하니
산적도 한번 문질러 보아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종자는 스님들의 염주알 소재로도 사용되어 염주나무라고도 불려지고
나무의 여러부분들은 각종 한약재로써 사람들에게 쓰여진다니
이리저리 이로움이 많은 이 나무를 여기에서 만났다.
지나가는 불에 밥을 익히듯이
우연찮게 얻은 종자로 산막 어느 마당에도
무환자 나무 한 그루 살려 키워보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나무계단을 올라서면 보여지는 산책길이다.
여기까지 올라오는 데에는 또 한번 다른 날의 무환자열매 찾기가 있었으니
이번이 세번째 걸음이 되겠다.
이제 제대로 화순곶자왈 길을 걸으며 원시자연의 풍경속으로 빠져들어보자.
조금 더 들어가면 이렇게 두갈래 갈림길이 나오는데
두 길 모두 가보고 싶은 마음이 일 것이다.
어느쪽 길로 갈까..망설이지 않아도 될 길들이다.
구간이 짧기에 한바퀴 돌며 두 길을 다 걷는다 하여도
시간이 많이 소요되지 않으니 두 길을 모두 걸어보시길 권해드린다.
어느쪽으로 가던 전혀 해가 되질 않는 길..
인생길에서도 가끔씩 만나는 고마움이 깃든 길에 속한다.
화산흙의 온화한 감촉을 발바닥을 통해서 전해받으며
빼곡한 나무들 사이로 잔잔하게 걸을 수 있는 송이흙길의 풍경이다.
화산석위로 쌓인 낙엽을 밟으며
곶자왈에서 솟아오르는
생명의 숨결과 함께 걸어보는 자연곶자왈 길의 풍경이다.
이렇게 추운 겨울날에도
곳곳에서의 푸르름으로 살아있음을 전해주는
제주섬만이 보여줄 수 있는 그저 신비로운 겨울 곶자왈숲이 아닌가..
더부살이 고사리,봉의 꼬리등 양치류 식물들은 봄날의 빛깔로 자라고
때죽나무였던가? 나무의 밑동에서 부터 떼로 올라오는 가지마다엔
계절을 희롱하듯 콩짜게들도 떼로 덮혀져 있고
나무가
문을 만들어 주고 길을 만들어 주고
때로는 악수도 청하고 포옹을 시도해 오는 여기 곶자왈 숲에선
바람이 말을 걸어온다.
사람들에게 친절히 난 나무데크길.
사람들에게 길을 내어준 자연의 숲에게는
숲을 찾는 사람들과 고요히 교감하는 즐거움을 바래본다면
이 숲도 친절히 받아줄런지..
집으로 들어가는 올렛길처럼
구부정 구부정.
이 숲의 한 주인인 바람.
그들의 길인듯
서그적 서그적 바람 난 길을
바람따라 걸어나오면..
곶자왈숲에서 때를 벗은 몸과 영혼.
길 위에 눕혀보아도 좋을
참다운 휴식으로 걷는 길이다.
저 길을 걸을때면
새들이 머리위에서 노래를 청하여 올 것이니
살살 부르는 콧노래로라도 마다하지 말지니~~
이렇게 곶자왈숲길을 빠져나오면
눈 앞으론 언제나 깨끗히 푸른 빛을 만날 것이다.
원시 자연의 숲을 통하여
찌든 때를 씻겨내고 심욕을 덜어 낸 그 자리론
산방산의 늠름한 기상과
푸르게 펼쳐지는 제주바당의 너그러움이
맨 먼저 들어질 것이다.
태초에 이 땅과 사람이 그러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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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아름다운 숲길을 조성해주신
서귀포시와 화순마을분들께 감사와 더불어 축하의 말씀을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이렇게 근사한 곶자왈 숲길이 집 가까이에 있다는 것에
너무도 행복해집니다.
산막에서 오분 가량이면 갈 수 있으니
저 숲길로 초대드릴 님들도 많아질 것으로 여겨집니다.
남녀노소 누구라도 힘들이지 않고 거닐 수 있는 길이며
한바퀴 길을 따라 천천히 걷는 시간은 약 40분 정도면 될 것 같습니다.
길을 따라 걷는 여행이 늘어나는 요즈음 추세에 맞추어
바람과 생명이는 곶자왈 숲길 한 곳을 소개해드립니다 ^^*
<찾아가는 길은>
제주 서남부 화순리에 있는 안덕면사무소를 지도나 네비로 찾아가시면
면사무소 옆으로 새로 난 큰 길가에서 표지판과 입구를 쉽게 찾으실 수 있습니다.
첫댓글 아름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