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홍구
시인, 수필가, 《문예사조》 시, 수필 등단(1991), 한국문인협회 시분과 회원, 구로지부 회원, 국제PEN한국본부 회원, 한국크리스천문학가협회, 한국기독교문인협회 이사, 국보문학 자문위원, (사)한국서각협회 초대작가, 서울시인협회 이사, 2008년 제11회 한국민족문학상 대상, 2012년 세종문화예술 대상, 대한민국장애인문학상 공모 대상, 2019년 한국문학신문 문학대상 수상, 2021년 한국행복한재단 전국문학작품공모전 산문부 대상 수상, 2022년 제6회 한국문예예술대상 수상, 2023년 천등문학상 본상, 별빛문학 대상 수상, 2024년 한국환경관리사총연합회 환경시 문학대상 수상, 시집:《개소리》, 《원두막》, 《나뭇가지 끝에 걸린 하늘》, 《속이 빨간 사과》, 《먹구름 속 무지개》, 《그래도 함께 살자고요》
잔 외 2편
전 홍 구
팔은 없고
아가리에 궁둥이만 달린
맹랑한 너
어두운 찬장 속에서
숨소리도 내지 않고 앉아 있다가도
꺼내 주기만 하면 본색을 드러내는 너
목마른 사람에게나 토라진 사람에게 다가가
입맞춤 원하면서 궁둥이 비비기도 하고
픽 토라져서 며칠 끄떡 않을 때도 있는 너
그러다가도 기회만 오면
입술 맞대며 사랑받길 좋아하는
궁둥이 달린 요물인 너.
쇼윈도
오래도록 쳐다보는 사람이 있다
시선 피해 보았지만
그는 여전히 그 자리에 머물러 서 있다
단정한 머리, 잘생긴 얼굴,
맵시 있는 옷차림, 날씬하다
한참 지나 다시 봐도
그는 여전히 바라보고 있다
인사 건네자
다소곳이 고개 숙이며 말한다
절 아시나요
나도 그에게 날 아느냐고 물었다
놀리듯 똑같이 따라 해서
서로 더럭 짜증이 났다
이윽고, 인사 하고 돌아섰더니
어느덧 그도 돌아서고 있었다
우리는 말없이 눈인사만 남긴 채 헤어졌다
그래도 언제고 그와 다시 만나고 싶다.
너는 나
출근할 때 앞서가던
키 큰 그림자
점심으로 무얼 먹었기에
아이보다 작아졌는가
하루가 힘겨웠는지
퇴근길엔 희미해졌구나
어디든 가는 곳마다
늘 따라다니는 그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