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완화? 직원들에게 회사 넘겨주는 영국 중소기업주들
최근 우리 정부는 기업 승계 문제에서
상속세 완화나 M&A 활성화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상속세 완화는
‘부의 대물림’을 조장한다는 비판이 있고,
M&A는 해고와 구조조정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죠.
특히 규모가 작은 수십만 개의 중소기업은
기업주가 은퇴하더라도
마땅한 후계자를 찾기 어렵습니다.
일찍부터 자본주의가 발달한 영국의 경우
(사실상 자본주의의 고향)
2014년부터 EOT라는
종업원 소유권 신탁을 제도화했습니다.
EOT는 우리의 우리사주제와 달리
노동자가 아니라 회사가
관련 비용을 전액 부담합니다.
EOT에 50% 넘는 지분을 매각하는 경우
기업주는 해당 양도세를 전액 면제받죠.
기업주는 그동안 함께 고생한
직원들을 해고할 필요가 없고,
승계 계획 역시
원하는 대로 세울 수 있습니다.
덕분에 특히 중소기업주들이
EOT에 회사를 계속 넘기고 있으며,
영국의 노동자 소유기업은
1600개를 훨씬 넘어섰어요.
지난 8월 영국 프레스턴 지역의 건설사
콘론 브라더스(Conlon Construction)도
EOT를 통해
회사를 72명의 노동자에게 넘겼습니다.
1961년 콘론 가문의
다섯 형제가 만든 이 회사는
2023년에 약 4000만 파운드,
700억 원의 매출을 올렸죠.
5형제 소유주의 대표인
마이클 콘론 회장이 강조합니다.
“우리가 하려는 일은
우리 회사의 정신과 완전히 일치합니다.
창업자인 우리 다섯 형제는
처음부터 사람을 비즈니스의 중심에 두었어요.
(EOT 전환으로) 비즈니스와,
무엇보다 모든 직원을 위해
최선의 결과를 낳았습니다.”
지배구조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현 이사회는 그대로 유지되며
사업 운영에 계속 책임을 집니다.
회사 이사회는
두 명의 선출직 직원이 참여하는
EOT 신탁이사회에도 책임을 지게 됩니다.
지금의 콘론이 있기까지 기여해 주신
모든 동료, 고객, 협력업체에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앞으로도 지속적인 신뢰와 노력,
지원을 바랍니다.”
2011년 셰필드 지역에서 설립한
부동산 중개업체
스펜서 에스테이트(Spencer Estate Agent)도
EOT를 통해 12명의 직원들이 인수했습니다.
창업자로서 회사를 운영하는
니콜라 스펜서 전무이사가 설명합니다.
“회사를 소유하고 운영하는 사람은
궁극적으로 모든 직원과
그 가족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합니다.
따라서 10년 후를 염두에 두고
현명한 출구 전략을 세워야 해요.
어느 날 회사 문을 잠그고
그냥 떠나버릴 수는 없잖아요.”
EOT 전환 뒤에도 스펜서 전무는
회사를 계속해서 운영한다고 하네요.
“고객 입장에서는 전혀 변하는 게 없습니다.
사치스런 새 경영진이 회사를 인수해서
수수료와 가격을 인상하지 않으니까요.
지금까지 하던 방식 그대로
회사는 운영됩니다.
유일한 차이점이라면···
영업 담당자가 전화해서
우리 회사 소유주를 바꿔달라고 할 때겠죠.
이미 (종업원) 소유주와
통화하고 있을 테니까요.”
비슷한 시기에 50명이 일하는
전자 보안 및 소방 서비스 회사
초이스 솔루션도
(Choice Fire & Security Solutions Ltd)
EOT 기업으로 바뀌었습니다.
앤서니 콜린스(Anthony Collins)라는 로펌이
회사 측에 EOT와 승계 문제를 자문했네요.
영국에서 EOT 거래가 늘어나면서
여러 회계사, 경영 컨설턴트 사, 로펌 등이
종업원 소유권 시장에 진입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종업원 소유로 바뀌는
회계법인, 로펌 등도 있죠.
법률회사 앤서니 콜린스의
종업원 소유권 담당 시니어 변호사가 밝힙니다.
“이번 거래는 우리 로펌의
강력한 종업원 소유권 관련 계약 중
가장 최근의 거래입니다.
많은 비즈니스 소유주가 은퇴를 맞이하여
소유권 변경이 늘어나고 있으며,
EOT는 더욱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입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영국 중소기업 중에 2/3 이상은
향후 10년 내에 지분을 매각할 예정이거나
매각할 의향이 있다고 합니다.
약 12만 개의 회사가 해당한다는군요.
나이 든 중소기업주들이 대거 은퇴할 때
종업원 소유권은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겠네요.
영국 정부는 그렇게 생각하는데
우리 정부와 정치권은 어떻게 생각할까요. ∞
누리집: http://cafe.daum.net/ecodemo
블로그: https://ecodemo-communicaitor.tistory.com/
문 의: sotong2012@kaka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