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 쏘는 알싸한 맛이 특징… 씨앗으로 겨자 만들고 기름도 짠대요
갓
시원한 맛을 기대하고 먹었는데 톡 쏘는 매운맛에 코끝이 찡그려져요. 전남 여수의 명물인 '갓김치'입니다. 처음에는 좀 낯설기도 하지만, 아삭아삭하고 알싸한 맛이 중독적이에요. 삼겹살이나 라면을 먹을 때 배추김치보다 어울린다는 생각도 듭니다.
지금은 갓김치 재료인 '갓'을 수확하는 시기예요. 갓은 십자화과에 속하는 한해 또는 두해살이 풀입니다. 같은 과에 속한 배추와 비슷하게 생겼어요. 높이 30~150㎝ 정도로 잎을 곧게 세우며 자라지요. 하지만 갓잎은 배춧잎과 비교해 섬유질이 거의 없어서 부드러운 편입니다. 갓도 배추처럼 봄에도 수확할 수 있지만, 봄에 꽃이 피면 김치 담그기에 맛이 없어져서 김치용 갓은 늦가을부터 초겨울에 수확해요. 갓은 봄과 초여름에 유채꽃같이 생긴 노란색 꽃<아래 사진>을 피워요.
갓을 한문으로 '개(芥)'라 하고, 그 씨앗은 '개자(芥子)'라 해요. 개자가 '겨자'로 이름이 바뀌었어요. 바로 우리가 냉면에 올려 먹는 노란색 겨자가 바로 갓의 씨앗으로 만든 것이지요. 요즘엔 잎을 주로 먹는 갓의 품종과 씨앗을 활용해 향신료(겨자)를 만드는 갓의 품종이 나뉘어 있어요. 잎을 먹는 갓의 씨앗 역시 매운맛이 있지만, 향신료를 만드는 갓의 씨앗만큼 맵지는 않아요.
갓이 이렇게 독특한 맛을 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톡 쏘는 매운맛을 가진 '글루코시놀레이트'라는 성분 때문입니다. 십자화과 식물 중 일부가 이 성분을 갖고 있는데, 식물을 칼로 자르거나 씹으면 이 성분이 화학적으로 분해되면서 독특한 매운맛이 나는 것이라고 해요. 갓 수확한 갓잎을 따서 씹어 먹으면 코가 뚫리고 눈물이 날 정도로 강한 매운맛이 난다고 해요. 오죽하면 중국에선 '갓이라는 말만 들어도 눈물이 난다'는 말도 있대요. 먹기는 어렵지만, 글루코시놀레이트는 항암·항진·항산화 효과가 있어서 갓은 예부터 몸에 좋다고 알려져 있어요.
갓의 원산지가 어딘지에 대해선 분명한 기록은 없지만, 중앙아시아와 히말라야 지역이라는 설이 가장 유력해요. 이후 기름을 짜기 위한 품종은 인도에서, 잎과 줄기를 섭취하기 위한 품종은 중국에서 발달했다고 해요. 우리나라에도 오래전에 일본과 중국 등에서 전래되어 품종이 다양해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가장 유명한 돌산 갓의 경우 해방 전후 무역상을 통해 돌산읍 세구지 마을에 청색을 띠고 매운맛이 적은 갓 품종의 씨앗이 들어왔다고 알려져 있어요. 이후 돌산 지역의 기후에 맞게 개량되어 1980년대부터 향토 음식으로 갓김치 요리법과 함께 유명해졌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