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여행은 2014년을 여는 첫 여행으로 1월 18일, 대관령옛길 눈꽃트레킹을 다녀왔습니다. 트레킹 후에는 강릉항 안목해변 커피거리를 들려 바닷가를 걷고 자유롭게 커피도 마시며 여행을 즐겼습니다.
대관령옛길은 영동지방과 영서지방을 잇던 고갯길로 송강 정철이 이 길을 지나 관동별곡을 쓰고, 김홍도가 그림을 그리고, 매월당 김시습이 시를 남긴 곳, 강릉이 고향인 신사임당이 율곡을 데리고 넘던 고갯길이기도 합니다, 선비들이 과거를 보러 오가고 장사치들이 물건을 팔러 다니던 옛 사람의 삶의 애환과 흔적이 남아있는 옛길로 범일국사를 모신 국사성황당에서부터 시작해 반정을 지나 주막터를 지나 대관령박물관까지 10여km 이르는 길을 말합니다.
대관령옛길은 사계절 어느 때도 가도 멋진 풍광과 맑고 시원한 기운으로 즐거움을 주는 곳이지만 흰 눈이 곱게 쌓인 겨울정취 또한 일품인 곳이지요. 그런 기대로 우리는 추운 날씨도 마다않고 가장 추운 1월에 대관령옛길을 찾았습니다. 우리가 간 날도 한낮이 영하 7-8도로 차가운 날씨였죠.
우리는 구 영동고속도로 상행휴게소부터 걷기 시작해 곧바로 통신탑 방향으로 올라 반정으로 빠지는 길을 선택, 대략 8km 정도를 걸었습니다.
12월 이후에 전국적으로 눈이 통 내리지 않아 제대로 된 설경을 만나지 못할까봐 살짝 걱정도 했는데, 다행히 반정까지 가는 아름다운 숲길에서 흰 눈길을 맘껏 즐길 수 있었습니다. 흰눈 위를 수놓은 푸른 조릿대와 흰눈 위를 어른거리는 나무그림자를 벗 삼아 걷는 아름다운 숲길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가 동심으로 돌아가는 즐거운 시간이지 않았나 합니다. 눈 위에 자기 이름을 써보는 어린이들, 일행들끼리 흰 눈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며 즐거워하는 회원들의 모습이 밝기만 합니다.
반정에 도착하니 강릉시내와 바다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이어지는 내리막길을 걸으며 김시습의 시비를 지나 김홍도의 그림을 지나고 신사임당의 시비도 지나며 점점 옛길엔 굵은 금강소나무들이 우릴 반겨줍니다. 길은 어느새 시원한 계곡 옆으로 이어집니다. 얼음 아래로 계곡물이 힘차게 흐르고 있습니다.
드디어 주막터에 도착합니다. 이제 거의 걸었단 생각이 들어 반가운 마음이 앞서는데, 옛 사람들도 험한 아흔아홉고개를 넘어 강릉으로 향하며 쉬어갈 수 있는 주막을 만났을 때 오죽 반가웠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걷기 시작한 지 근 3시간 반 만에 식당이 있는 하제민원터에 도착! 뜨끈한 두부전골로 늦은 점심을 맛있게 먹었습니다.
실컷 걷고 주린 배를 채우고 나니 기운이 회복됩니다. 가벼운 맘으로 아름다운 계곡길을 걸어 대관령박물관에 도착하고 드디어 대관령옛길을 완주했습니다. 뿌듯함에 기분이 좋아집니다.
버스로 달려 도착한 강릉항 안목해변. 바다에 풍랑예보가 있어서 그런지 바람이 엄청 거세더군요. 하지만 무섭게 부서지는 흰 파도와 갈매기 떼가 오히려 가슴을 뻥 뚫어줍니다. 그래 겨울바다는 이런 거지. ㅋㅋ 우릴 날려버릴 것 같은 거센 바람과 집채 만한 파도의 힘찬 모습에 기분은 상쾌하기만 합니다. 자유롭게 커피를 마시거나 바닷가를 산책하며 아쉬운 오늘의 여행을 마무리하고 서울로 향합니다.
이번 여행은 차고 쾌청한 날씨 덕분에 겨울여행의 느낌을 제대로 만끽한 운 좋은 시간이지 않았나 싶어요.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반정까지 예쁜 눈길도 즐기고, 옛길에 서린 옛사람들의 흔적도 만나고, 금강소나무와 시원한 계곡물도 구경하며 함께 한 사람들과 다정하고 포근했던 대관령 여행길은 멋진 겨울선물을 받은 기분이었습니다. 덤으로 받은 강릉바다의 성난파도는 일상에 찌든 도시사람들의 마음까지 뻥 뚫어주었구요.^^
대부분이 내리막길이라 힘든 코스는 아니지만 아이젠 신고 눈길을 걷고, 군데군데 얼음 위를 걷느라 다리 뿐 아니라 온 몸이 뻐근하실 거예요. 여행의 피로가 남지 않도록 건강관리 잘 하세요.^^ 즐거웠던 대관령 여행의 기억이 비타민 같은 활력이 되길 바래봅니다.
첫댓글 겨울등산은 첨해봤는데 정말 기분이 상쾌했어요... 매일 집에서 시체놀이만 하다가 다시 살아나온 느낌이였어요
덕분에 다리 종아리와 허벅지가 마구 땡기네요..ㅋㅋㅋㅋ
아무리 춥고 미세먼지주의보가 뜨더라도 문닫고 있는 것보다 자주 문을 열어 실내를 환기하는게 더 낫단 이야기를 들었어요. 우리도 마찬가지겠죠. ㅋㅋ 겨울이라도 찬바람 한번 쐬주면서 기분전환하는게 방콕보다 몸과 맘을 건강하게 해줄거라 믿어요^^ 서베로니카님 제가 1년 넘게 지인여행을 통해 뵈면서 참 건강해지시고 잘 걷게 되셨다 생각합니다. 무조건 화이팅^^ 근육뭉친거 잘 푸시고 다음여행길에 또 뵈요.^^
뜻하지않은 거센파도 덕분에 마음과 몸이 날아갈듯 즐거웠습니다.
안목해변 오래기억될듯합니다.
모두 모두 감사한 하루였습니다.
마아가렛님 오랜만에 함께 여행해서 반가웠어요^^ 바라던대로 흰 눈과 거친파도를 만났으니 올한해 원하시는일들 잘 풀릴 좋은 징조 같아요^^ 여행길에 씩씩하게 사진찍는 모습 자주 봡고 싶어요~~
많이 피곤한 상태로 참가하게 되었지만 좋은 사람들과 행복한 여행이었습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배꽃공주님 병 안나셨나 모르겠어요. 전날까지 제주여행 강행군하고 대관령 오셔서 많이 힘드셨을거예요 그래도 취소하지않고 함께 해주셔서 정말 감사했어요^^ 얼른 여행의 피로 푸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