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의 60주년 결혼기념일을 축하드린다>
1960년 11월 23일(음력)은 진눈깨비가 내렸다.
당시에는 드물게 웨딩드레스와 동백꽃 부케를 들고 고향집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신부는 가마 타고 노디(징검다리)를 건너 영봉까지 나와서 다시 택시를 타고 배창굴 앞 신작로에 내려 논둑길을 걸어서 시댁으로 왔다.
남편은 다섯 살이 많은 착실한 사람이었다.
당시 군인이었기 때문에 결혼한 지 3일 만에 군대로 갔다.
부모님의 결혼 이야기다.
3남 2녀의 큰아들과 2남 3녀의 막내딸이 만났다.
지역 유지의 딸이 가난한 집에 시집와서 갖은 고생을 하며 가정을 일으켰다.
아버지의 꿈은 가난과 큰아들로서 책임감으로 인해 좌절되었다.
결혼 후 할머님의 회심으로 부모님은 척령교회를 다니기 시작하여 평생 한 교회에서 장로와 권사로 섬겼다.
큰아들의 장애로 인해 삶의 모든 희망이 무너져 내릴 때도 결코 삶을 포기할 수 없었다.
딸기 농사를 지으며 2남 2녀 자식들을 키웠다.
아들들은 제 앞가림을 못하고 손 벌리는 일이 많았지만 딸들은 효녀였다.
아들들 때문에 속상하다가도 딸들 때문에 웃었다.
부모님의 결혼 60주년, 회혼식(回婚式)은 은혜요 감사다.
이제 자식들도 웬만이 살고 있고, 부모님은 농사일은 못하지만 아직은 건강한 편이다.
아버지는 운전도 하고, 운동도 즐기며, 색소폰 연주 활동도 한다.
어머니표 딸기잼은 여전히 최고다.
이제야 부모님은 평안한 날을 보내고 계신다.
자식들이 별 탈없이 지금까지 살아온 것은 오로지 부모님의 기도와 헌신 때문이다.
앞으로도 오래도록 강건하시기를 빈다.
(2021.0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