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세종시가 1조5000억원을 들여 사업을 시행하는 세종시 국가산업단지 예정지에서도 투기 논란이 일고 있다. 후보지 선정 몇 달 전부터 토지거래가 급증하고 일부 마을에는 '벌집'이라 불리는 조립식 패널 주택도 난립해 있기 때문이다.
10일 시민단체 중심으로 구성된 'LH 투기 세종시 정부조사선정 및 특화용지 진실규명 촉구단'은 세종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전수조사 대상에 세종시가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LH 투기 정부합동조사단이 전수조사 대상 지역에 3기 신도시 6곳과 과천, 안산장상 등 총 8곳이 선정됐지만 과천, 안산장상 택지의 73배가 넘는 국내 최대 개발지역인 세종시가 빠졌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6일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세종시에도 LH 직원 땅 투기 정부조사단 파견해주세요'라는 제목으로 정부합동조사에 세종시를 포함해야 한다는 청원이 등장했다.
세종시 전수조사 요구가 빗발치는 이유는 국가산업단지 예정 지역인 세종시 연서면 와촌리 일대 곳곳에 벌집주택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기 때문이다. 세종시 스마트 국가산업단지는 LH가 2027년까지 총사업비 1조5000억원을 들여 277만㎡ 규모 용지에 건설하는 대단위 국책사업이다.
스마트 국가산업단지 예정지는 2018년 8월 발표됐는데 일부 주민들에 따르면 발표 이전부터 외지인들이 이 지역 부동산을 매입한 뒤 판박이 모양의 벌집주택을 짓고, 농지에 묘목을 심었다.
만약 내년에 스마트 국가산업단지 예정지 토지보상이 시작되면 보상비 규모는 7000억~8000억원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10일 현장 취재 결과 와촌리 일대에 들어선 조립식 유령주택은 29채에 달했다. 실제 세종시 국가산업단지 인근에 위치한 연서면 와촌리의 토지거래 역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조회에 따르면 세종시 국가산업단지 발표 1년 전인 2017년 8월부터 2018년 7월까지 이 지역 토지거래 건수는 110건으로 2016년 8월~2017년 7월 58건 대비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이 기간 지분거래 역시 4건에서 24건으로 급증했다. 발표가 있기 1년 전 거래 110건 가운데 59건은 계획관리지역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거시설 가운데 4층 이하 단독주택만 지을 수 있는 계획관리지역에 '벌집주택'을 지었다는 점에서 시세차익을 노린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계획관리지역은 개발 자체가 가능한 지역이라 그린벨트처럼 거래가 묶이는 지역은 아니다"면서도 "거래량 급증 추세를 봤을 때 후광 효과를 노리지 않았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세종시 관계자는 "스마트 국가산업단지 투기 조사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면서 "적극적인 조사에 돌입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