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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잡지(제 업무와 관련된)에서 원고 청탁을 받아 기고 한 글인데 재미없는 내용이지만
산우님들의 그저 심심풀이용으로 한번 읽어 보셨으면합니다. 권태진.
참을 수 없는 유혹, 통일이론의 꿈
<인간중심의 세계관>
원시시대의 사람들에게 자신이 사는 외부세계의 자연현상은 오늘날의 우리가 느끼는 것보다 훨씬 큰 강도로
놀라움과 호기심의 대상이었을 것이다.
낮과 밤의 교대, 끊임없는 계절의 순환, 갑자기 몰아닥치는 폭풍과 홍수, 혹독한 가뭄, 이유를 알 수 없는
화산폭발이나 지진, 작열하는 태양과 끊임없이 변하는 달,그리고 생명의 기적적인 탄생과 죽음.......
대체 이 놀라운 현상의 본질은 무엇일까?
약 만 년 전에 시작된 농업혁명 덕분으로 인류의 생산력이 급속히 증대 되었고, 그로 인해 일부 사람들은 생존을 위한
일상의 힘든 노동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 들 중 사색을 즐기는 사람들은 외부세계와 인간과의 관계에 대하여 자신의 추론을 확장시켰고, 그로부터 종교와 철학,
문학 등 이른바 인류사회에 문명이 싹트기 시작했을 것이다.
고대의 문명들이 지구상의 각기 다른 지역에서 독자적으로 탄생하고, 발전 하였음에도 자연을 이해하는 입장에
있어서는 공통점이 있는데 그 것은 인간중심의 관점, 바꾸어 말하자면 외부세계를 해석함에 있어 인간자신의
주관적 내면세계를 반영한다는 것이다.
주위의 모든 사물에 대한 물리적인 이해가 없는 상태에서 인간은 자신을 파괴시킬 수도 있는 자연의 거대한 힘을
달래거나 피할 수 없는 죽음에 대한 공포로 부터 자신을 위로하기 위해서 자연에 인격을 부여하고 거기에 의존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런 관점에 따르면 인간과 이 세계는 그저 단순히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나름대로 존재의 목적이 있다.
따라서 세계의 본질을 이해하려면 필연적으로 어떤 초자연적인 존재가 의도하는 목적과 그런 목적을 위해
세상이 디자인 되었다는 가정을 전제로 해야 한다.
목적Teleology 과 설계Design. 엄숙하면서 계시적인 느낌을 주는 이 개념은 고대사회로 부터(심지어 오늘날까지도)
수 천 년 이상을 대부분 사람들에게 복잡하고 다양한 자연현상들의 배후에서 이 세계를 일관성 있게 유지시켜 주는
통일된 원리로 생각되어 왔다.
기원전 2,3세기경 헬레니즘 시대에 이미 기하학의 체계를 세운 유클리드나 부력의 원리를 발견한 아르키메데스,
해 그림자의 이동으로 지구의 둘레를 정확하게 측정한 에라토스테네스 같은 대단히 합리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합리주의자들은 그 숫자도 극히 적고 산발적으로 존재하였기 때문에 그 시대의 사회에 그리 큰 영향은
미치지 못하였을 것이다.
<뉴턴의 종합>
약 400년 전 갈릴레이를 주축으로 하여 데카르트와 그 밖의 혁신적인 사상가들이 인간중심의 세계관에 대하여
의문을 품기 시작하면서 사정은 달라진다.
그들은 세상의 모든 삼라만상은 설명이 가능하고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진행된다는 과감한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이 세상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과거의 노력과는 완전히 다른 체계적인 접근방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목적과 설계라는 맨 꼭대기의 개념부터 설정해 놓고 하부로 내려가면서 맞추는 종전의 방법과는 달리 사물의
가장 기본적인 부분에 대한 이해로부터 출발하여 점점 복잡한 것을 차례로 규명해 나가야 할 것으로,
그러자면 종교적 믿음이나 인간중심주의 같은 물질적인 세계와 관계가 없는 일체의 가치는 배제시켜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었다.
그런 가운데 뉴턴은 갈릴레이와 케플러 같은 위대한 선배들의 업적을 발전시켜 하나의 통일된 이론을 구상한다.
그는 천상의 세계에서 태양과 행성과 달이 움직이는 현상은 지상세계의 현상들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원리에서
나오는 것이라는 사실을 자신이 개발한 수학적인 기법으로 증명하였다.
케플러가 20여 년 간의 엄청난 노력과 시행착오 끝에 알아낸 사실(행성은 태양의 주위를 타원궤도에 따라 공전하고,
공전주기는 태양과의 거리에 비례한다는)이나 달의 이동에 따라 생기는 밀물과 썰물, 떨어지는 사과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현상을 뉴턴은 그의 운동법칙과 중력법칙으로 설명함으로써, 자연을 포괄적이고 객관적으로 설명하는
통일이론이 존재할 수 있음을 처음으로 보여 주었다.
뉴턴은 그의 위대한 저서 프린키피아Principia에서 자신의 희망을 이렇게 피력한다.
"나는 역학적 원리에 적용했던 것과 똑같은 추론을 통해 나머지 자연 현상들을
우리가 유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왜냐하면 나는 그것들 모두가 어떤 힘들에 의존할지도 모른다고 의심할 만한
근거들에 이끌리고 있기 때문이다."
뉴턴에 의한 새로운 체계(뉴턴종합Newtonian Synthesis이라 부른다)는 과학이라는 새로운 방법이 가진 막강한
위력을 서서히 드러내며, 처음에는 수면을 건드리는 작은 바람으로 시작하였으나 향후 몇 세기를 거치면서
거대한 풍랑으로 변하여 인류사회의 모습을 근본적으로 변화 시키는 성공을 거두었다.
영국시인 알렉산더 포프의 뉴턴 추모 시 첫 구절이 그런 사정을 잘 대변한다.
"자연과, 자연의 법칙은
어둠에 숨겨져 있었네.
신이 말하길
뉴턴이 있으라!
그러자, 모든 것이 광명이었으니."
뉴턴의 생각에 의하면 이 세계는 근본적으로 작은 입자들과 그들 상호간에 작용하는 힘으로 구성된다.
18세기 뉴턴정신의 뛰어난 계승자인 프랑스의 물리학자 라플라스는 이렇게 말하였다.
"만약 누가 나에게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입자들의 현재 위치와 속도, 그리고 진행방향을 알려 준다면
(훗날 이런 전지전능한 존재를 비꼬는 의미에서 '라플라스의 악마'라 불렀다) 나는 이 우주의 미래를 정확하게
계산해 보일 수 있다. 우연은 없다. 모든 것은 예정되어 있다."
그는 이 세계를 엄밀한 인과법칙이 지배하는 하나의 거대한 기계로 간주하는 극단적인 결정론을 주장하였는데,
그에 따르면 인간의 자유의지Free Will나 신의 역할이 존재할 자리는 없다.오직 주어진 원인에 따른 냉정한
결과만이 있을 뿐,불가사의란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자연은 그들이 생각한 만큼 그리 단순하지 않았다.
증기기관의 효율성과 열의 정체를 연구하는 과정에 체계화된 열역학분야는 뉴턴역학처럼 사물을 입자와 힘의
관계로 설명하지 못하는 온도나 엔트로피라는 새로운 개념들로 설명해야 하는 독립된 과학 분야였다.
영국의 패러데이 등에 의해 연구된 전기와 자기현상도 뉴턴역학의 운동법칙과는 전혀 다른 전기력과
자기력이라는 별도의 힘이 지배하는 영역이었다.
자연에 대하여 알면 알수록 세상은 더 복잡해 졌다. 하지만 자연을 이해하는 방법으로 데카르트와 뉴턴이
제시한 두 가지 핵심적 개념, 복잡한 현상을 기본 요소로 나누어 이해하는 환원주의와 원인과 결과사이의
상관관계를 정량적으로 파악하는 양화주의는 여전히 강력하고 성공적인 수단이었다.
모든 현상을 포괄하는 하나의 원리를 향한 뉴턴의 희망이 멀어지는 듯하던 19세기 말에,
영국의 물리학자 클라크 맥스웰은 그때까지 전혀 다른 힘으로 여겨지던 전기력과 자기력이 하나의 힘으로
통합된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그의 전자기이론에 의하면 외관상 달라 보이는 전기와 자기는 서로 조화를 이루면서 고도의 대칭성으로
밀접하게 연결된 관계였다.
이렇게 뉴턴과는 약간 다른 분야에서 맥스웰 역시 통일이론을 향한 의미 있는 징검다리 하나를 놓았다.
<상대성이론과 시공간개념의 혁명>
20세기에 이르러 통일이론을 꿈꾸는 또 한 사람의 걸출한 천재가 등장한다.
아인슈타인은 전기와 자기, 그리고 빛의 성질을 연구하던 중 고전역학에서 삼라만상이
벌어지는 불변의 무대로 믿어 의심치 않던 시간과 공간의 개념이 잘못되었음을 발견하였다.
1905년 그는 시간과 공간은 절대적이지 않으며 서로 무관하지도 않는 것으로, 관측자의 운동 상태에 따라 다르게
보이기도 하는 서로 긴밀하게 연결된 가변적인 존재라는 놀라운 사실(특수상대성이론)을 발표하였다.
거기에다 10년 후에는 지난 200여 년간 막강한 권위를 자랑하던 뉴턴의 중력이론을
상대론적 관점에서 재구성한 새로운 중력이론(일반상대성이론)을 세운다.
그의 이론에 의하면 물질과 에너지의 존재는 시간과 공간을 휘게 하고, 시공간의 휘어진
효과가 중력으로 나타난다. 뉴턴이 물리학에 처음으로 수학을 도입하여 정량적인 이해를 도모하였다면,
아인슈타인은 처음으로 기하학을 도입하여 물리학을 심미적으로 표현하였다.
뉴턴의 이론은 광속에 비하여 느리게 움직이는 물체에만 적용되고, 중력의 존재는 물체
상호간에 원격으로 작용하는 임시방편적인 현상Ad Hoc Phenomenon으로 간주되지만,
일반상대성 이론은 정지해 있든 빠르게 움직이든 모든 관측자를 지배하는 물리법칙이
동등하다는 대칭성을 기반으로, 서로 다른 운동 상태의 관측자들이 동일한 관점을 가지려면 시공간이
구부러져야 하고, 그에 따라 중력의 존재는 필연적인 현상 Innevitable Phenomenon이 된다.
어떤 현상을 설명함에 있어 임의적인 가정을 전제로 하는 이론보다 이론 자체로부터
그 현상이 존재할 필연성이 유도되는 이론이 더 아름답고 자연의 실제 모습을 잘 설명하는
좋은 이론으로 여겨진다.
상대론은 그 내적 논리가 너무도 확고부동하고 아름다우므로 아인슈타인은 자신이 분명 진리의 한 조각을
움켜잡았다고 믿었다. 그는 일반상대성 이론을 처음 발표할 때 이렇게 자신 있게 말했다.
"이 이론을 완전히 이해하는 어느 누구도 이 이론의 마법에서 빠져 나오기란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천체의 운행과 지상의 현상들을 하나의 통합된 원리로 설명한 뉴턴에서 전자기이론을 통합한 맥스웰과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 이르기까지 통일을 지향하는 이론들의 밑바탕에 깔려있는 근본원리는
대칭성Symmetry이다.
사물은 끊임없이 변화하는데, 주변 조건의 임의적 변환에도 사물이 가지는 어떤 불변성을
대칭성이라 한다. 혼란한 상태에서 질서를 추출하려는 노력인 과학이론이 옳은 것이
되기 위해서는 자연에 내재하는 강력한 원리인 대칭성을 내포해야 한다.
<양자역학의 등장과 결정론의 붕괴>
한편 20세기 초반까지 물질의 최소 단위인 원자가 실제로 존재하는 것인지 가상의 존재인지를 두고
격렬한 논쟁이 벌어졌으나(원자론을 주장하는 볼츠만은 이를 부정하는 실증주의 철학의 거두 마흐와
격렬한 논쟁을 벌였는데 수세에 몰린 볼츠만이 자살하였다) 결국 원자가 실재한다는 사실이 알려진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원자조차 더 작은 소립자인 전자와 양성자,중성자등으로 이루어지고,
그 들 역시 보다 기본입자인 퀴크로 나누어진다는 것이 밝혀졌다.
소립자들로 구성된 원자의 내부구조를 탐구하면서 양자역학이라는 전혀 새로운 물리학이
탄생하는데 이것은 상대론이 몰고 온 혁명보다 보다 엄청나게 크고 다른 방향의 혁명을,
사물에 대한 우리의 사고를 획기적으로 전환시킬 것을 요구하는 이론이었다.
원자 스케일의 작은 영역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설명하는 양자역학의 법칙은 어떤 입자의 지금 상태를
제아무리 정확하게 측정한다 해도 그 물체의 과거나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가 없다고 말한다.
양자적 세계에서는 뉴턴의 세계와 달리 과거와 미래는 현재의 순간과 엄격한 인과법칙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따라서 우주는 일종의 확률게임이 벌어지고 있는 장소로서, 고전 물리학의 금과옥조인 인과율에 의한
결정론적 세계관은 부정된다.
우리의 일상 경험과 동떨어진 느낌을 주는 양자역학을 상징하는 이론으로 입자의 위치와 속도는 동시에
정확하게 측정할 수 없으며, 따라서 우리가 자연을 이해하는 수준에는 근본적인 한계(플랑크 상수라 한다)가
있다고 선언한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를 들 수 있다.
모든 입자들이 순간순간 확정된 위치와 속도를 가지지만, 우리의 지식과 측정기술이 부족하기 때문에
입자의 위치와 속도를 동시에 정확히 측정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아인슈타인은 이런 상식을 벗어나는
듯한 양자역학의 주장에 거부감을 가진다.
그는 양자역학의 창시자이자 좌장격인 덴마크의 닐스 보어와 1920년대부터 약30년에 걸쳐 양자역학의
방법론(보어가 활약하던 도시이름을 딴 '코펜하겐 해석'이라 한다)을 두고 과학의 문제를 넘어서는 역사상
가장 심오한 형이상학적인 철학논쟁을 하게 된다.
아인슈타인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 후 양자역학은 실험결과와 정확하게 들어 맞으면서 고전물리학이 해결하지
못하던 문제들을 깔끔하게 설명하는 눈부신 성공을 거둔다.
오늘날의 첨단 과학을 대표하는 반도체를 비롯한 정보통신 기술과 극미의 스케일에서 물질의 성질을 이용하는
나노기술 등은 모두 양자역학의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양자론을 불완전한 이론으로 생각함으로 당대 물리학의 주류에서 소외된 아인슈타인은 양자역학을 넘어서는
새로운 통일이론(통일장이론)에 몰두한다.
일반상대론(중력)과 전자기학(전자기력)을 하나의 원리로 통합하고자 그의 후반기 생애 30여 년을 매달렸지만
아무런 성과도 거두지 못한다.
그는 양자역학을 인정하지 않음으로 자연계의 4가지 기본 힘(중력. 전자기력. 강한핵력.약한핵력)중에서
양자역학의 영역인 두 가지 힘(강력과 약력)을 고려하지 않았다.비유하자면 퍼즐조각의 절반만 가지고
퍼즐을 맞추려는 것과 같았으니, 성공적인 결과는 애초부터 불가능한 노릇이었다.
우주는 아인슈타인이 상상한 것보다 훨씬 복잡한 존재였기 때문이다.
<새로운 통일이론을 향하여>
현대물리학은 양대 대표주자인 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이 적용분야를 달리하면서 공존하고 있다.
상대론은 별이나 은하와 같이 거대한 규모에 적용되고, 양자론은 원자 규모의 미시세계를 대상으로 삼고 있다.
둘 다 범우주적인 이론임을 자부하지만 실상은 "부분적으로 옳은 이론"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양자역학은 물리적 사건에 확률개념을 적용하고, 시간과 공간을 일정한 덩어리 상태인
불연속적인 것으로 생각하는데 반해, 상대론은 확률을 적용하지 않으며 시공간을 끝없이 나누어지는
연속체로 간주한다. 이처럼 기본전제를 달리하는 둘을 같이 적용하면 계산 결과가 무한대가 되는 등 심각한
부조화가 야기된다. 현대물리학의 위대한 업적인 양대 기둥은 이처럼 불안정한 동거를 하고 있는 셈이다.
과학의 역사는 곧 통일의 역사이자 대칭성의 역사였다.
이제 위대한 뉴턴과 아인슈타인의 후예임을 자부하는 세계적인 천재들이 새로운 통일을
향한 참을 수 없는 유혹을 느끼지 않고는 배길 수 없게 된 것이다.
오늘날 통일이론은 크게 두 방향으로 진행되는바,하나는 양자역학에 입각한 표준이론Standard Model이라는
것으로, 1960년대에 전자기력과 약한핵력을 하나로 통일하였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이휘소 박사는 이 분야에서
입자 간에 작용하는 힘이 무한대가 되지 않도록 재 정의하는 "재 규격화 이론"에 내적 정합성을 부여하는연구로,
만약 사고사를 당하지 않았다면 충분히 노벨상을 받았을 만한 업적을 남겼다.
표준이론은 강한핵력도 포함시키는 대통일이론(강력, 약력과 전자기력을 통합한)으로 발전하여 양자역학의
세 가지 힘을 통일하는 이론적 기반을 갖추었는데, 이때에는 입자의 파동에 위상이 변화하여도 여전히
물리법칙의 대칭성을 유지시키는 게이지대칭이라는 개념이 적용된다.
그러나 표준이론도 여전히 중력을 포함하지 못하는 양자역학의 범위에만 한정된 통일이론이다.
다른 하나로 일반상대성이론의 중력과 양자역학의 세 힘(강력. 약력. 전자기력)을 하나로 통합하는 진정한
통일이론의 유일한 후보로 등장한 이론이 근래에 활발히 연구되고 있는 초끈이론 SuperString Theory이다.
끈이론은 사물의 가장 기본 단계는, 소립자나 힘 그리고 시간과 공간까지도, 아주 작은 끈으로 이루어 졌으며
끈의 진동 방식에 따라 각종의 입자나 힘이 생성 된다는 생각으로 그렇게 되면 중력과 다른 세 힘을 하나의
원리로 설명할 수 있게 된다.
그렇기 위해서는 서로 성질이 다른 입자간에도 반대입자가 존재(아직 하나도 발견된 적이 없는)해야 하는
새로운 대칭성이 요구되는바, 이 것을 초대칭 SuperSymmetry이라 부른다.
초끈 이론은 너무나 높은 에너지 수준이라야만 검증 가능한 이론이라서 현실적인 실험이 불가능하다는 점과,
초끈 이론의 우주는 11차원 시공간(우리가 경험하는 차원은 공간 3차원과 시간 1차원으로 된 4차원 시공간)으로
공간 어딘가에 7개의 차원이 더 있어야 하는 난점이 있다.그래서 초끈이론으로 노벨상을 받은 사람은 하나도
없으나, 표준이론 분야에서는 노벨상이 많이 나왔다.
표준이론과 초끈이론을 검증하려는 수단으로 최근에 유럽 핵물리학 연구소CERN에서 강입자 충돌 시험기LHC
(Large Hardron Collider)를 가동하고 있다.
여기에서 표준이론이 예견하나 아직 미발견 상태인 마지막 입자 "힉스입자" (일명 "신의 입자"라고도 한다)와
초끈이론의 간접적인 증거가 될 수 있는 숨겨진 여분 차원을 찾으려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혹시 물리학자들의 "최후의 성배"인 통일이론의 단서가 될 새로운 발견이 나오지 않을까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으니 관심을 가지고 지켜 볼 일이다.
"진리"라는 말을 비교적 쉽게 들먹이는 종교 지도자와 달리 과학자들은 진리라는 단어를 사용함에 있어 매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인다. 진리에 관한 대표적인 과학철학자 두 사람의 견해를 들어 보면,
20세기 과학철학의 대부 격인 칼 포퍼는 과학의 발전이 누적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긴 하지만,
우리는 결국 더 근본적인 원리들이 무한히 이어지는 사슬을 발견하게 될 뿐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설령 진리가 있다 하더라도 우리가 거기에 도달하였는지 여부를 판단할 방법이 없다고 했다.
또 한 사람의 과학철학자 토머스 쿤은 과학혁명은 이론을 판단하는 기준틀인 패러다임Paradigm이 변하는
것이기 때문에 새로운 이론을 종전의 기준으로 판단할 수 없다고 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물리학과 아인슈타인의 물리학은 각각 그 시대의 패러다임을 반영하는 것일 뿐이지,
어느 쪽이 우수한 이론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그는 과학이 객관적 진실을 향해 진보한다는 관점조차 부정한다.
진리란 정작 존재하는지 조차 불분명하다는 말이 사실이라면 최종적인 통일이론은, 그 것을 찾으려는 과학자들의
간절한 염원에도 불구하고 산을 넘어도 넘어도 행복은 여전히 저 산 너머에 있더라는 "칼 붓세의 행복"처럼
우리가 영원히 이루지 못할 꿈에 불과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첫댓글 어렵긴 하지만 재미있는 내용입니다!
그래도 객관적 진실을 파헤치려 노력하는 과학자들이, 마치 진리가 자신들의 전유물인양 떠벌리는 사이비(似而非) 종교 지도자나 정치가들 보다는 훨씬 존경스럽습니다.
불온한 이론을 퍼뜨린다 하여 말년에 감옥에서 최후를 맞은 정신병리학자 "빌헬름 라이히(Wilhelm Reich : 1897~1957)"가, "히틀러(Hitler, Adolf : 1889~1945)"보단 인류에게 덜 위험하며 오히려 도움될 수도 있는 인물이었던 것처럼 .....
"히든피크"님께선 물리학에 조예가 깊으신 분인가 봅니다.
아차하면 밑천들어날까 꼬리도 몬단답니당
오랜만에 형님의 담론을 듣게 됩니다. 형님의 추천을 받아 우주의 구조, 엘러건트 유니버스 등을 읽었었지요. 작년에는 미치오 가꾸의 평행우주론도 일독했었습니다. 논의가 여기까지 발전할 때는 황당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한사람이 1초에 한번 선택한다고 하더라도 1시간에 3600개의 우주가 평행으로 빗살이 뻣듯 흘러간다는 논의에는 인간상상의 극을 보는 듯 했습니다.
LHC의 작업이 순조롭지 못한 것 같습니다. 고장도 잦고, 그 실험결과에 대한 해석이 나오더라도 합의된 결론에 이를지 잘 모르겠습니다.
아직도 저는 양자론과 상대성이론이 어떻게 결합될 수 있을지 상상이 잘 안 갑니다. 언제 한 번 일갈해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memory님 "어렵기는 하지만 재미있는 내용"이란 말씀이 저를 고무시킨답니다.또 써야지 하고.오래전에 커크 더글러스 주연의 "스파르타쿠스"란 영화가 있었지요.노예신분으로 전혀 교육받지 못한 주인공이 노예반란군을 이끌때 어느 들판에서 이런 대사를 합니다."낮과 밤은 왜 바뀌고 이 바람은 어디서 오는지 나는 그것이 알고싶다"전혀 전공도 아닌 물리학에 저는 그런 심정을 갖고 있지요.
캐이님 오랜만이네요.왕성한 산줄기사냥 즐겁게 지켜 봅니다.
한메님 제가 추천했다지만 그 골때리는 책들 완독하셨다니...보통은 서가에서 잠자는 책들인데.매순간 선택이 행해질때 마다 다른 우주로 갈라진다는 평행우주론은 받아들이기 어렵지요.
"Spartacus" !! - 아주 오래 전에 저도 그 영화를 보았습니다.
"히든피크"님, 지적(知的) 자극을 주는 좋은 글 많이 올려 주세요!
양자역학의 코펜하겐해석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문제인 "측정이 행해지는 순간 이전에 여러 양자상태로 중첩되어 있던 파동함수는 붕괴되고 하나의 상태로 결정된다."라는 난점을 극복하기 위한 방편으로 제시된 논리인데, 매측정시 마다 각각 다른 세계로 나누어진다면 애매모호한 파동함수의 붕괴라는 납득하기 어려운 난점을 제거할 수 있다는 얘긴데.글쎄 저도 우주가 그렇게 낭비적으로 운영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 실험결과에 대한 해석이 나오더라도 합의된 결론에 이를지 잘 모르겠습니다"-->저는 합의된 결론을 도출한다에 한표 던집니다.과학이 신통력이나 유사과학과 다른점은 재현가능성입니다.어떤 실험결과가 의심된다면 누구든지 같은 조건으로 같은 실험을 하여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만약 다른사람에 의해 재현되지 못하면 그 결과는 자연히 폐기될 것입니다.
맞습니다. 실험결과가 나오고 그것이 재현될 수 있다면 그 실험 자체는 타당한 것이지요. 경제학에서도 같은 자료를 사용하여 같은 계산과정을 거쳐서 같은 결과가 나온다면 적어도 그 결과는 투명하다(투명성)고 표현합니다.그 점에서는 저도 당연히 동의합니다. 제가 말씀드리려 했던 것은 그 결과에 대한 해석입니다. 즉, 제가 든 경제학의 예에서와 같이 투명하다는 것은 과학적 논의의 조건이기는 하지만, 그것이 진리라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다른 방법으로 계산하면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지요. LHC의 경우에는 예컨대, 힉스입자의 존재증명은 엄청난 일이나, 그것이 M이론의 타당성과는 무관할 수도 있다는 말씀이지요...
페렐만에 의하여 프왕카레의 추측이 증명될 때까지 얼마나 많은 학자들이 그들의 재능을 낭비해 왔습니까? 물론 페렐만의 증명은 증명 근처까지 갔던 사람들의 누적된 노력의 소산이기는 하지만, 그 훌륭한 수학자들이 다른 곳에 더 많은 정력을 쏟았더라면 하는 안타까움이 있읍니다. 아인쉬타인같은 대가도 30대 이후의 거의 모든 세월을 장의 통일에 헌신했으나, 그 결과가 없다하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물리학의 다른 분야에서 또 다른 지평이 열렸을 지도 모르는데요...
"프왱카래가 묻고 페렐만이 답하다"라는 책을 읽던 중 그 유명한 칼라비야우 공간을 제안한 야우가 등장하더군요. 그곳에서는 프왕카레 추측의 증명의 공을 페렐만에서 빼앗아 자기 제자들(중국의 학자들)에게 돌리려고 노력하는 야비한 인간으로 묘사되고 있더군요.
푸앙카레의 추측이라... 잘은 모르겠으나 위상수학Topology의 분야로 아는데.비슷한 사례로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도 거의 400백년 만인 최근에 증명된 것으로 알고요.수학이 물리학과 다른점은 수학은 물리적 실체를 수반할 필요가 없는 순수한 논리적 사고의 산물이라는 거지요.따라서 그 자체로서 정합성만 유지한다면 실제세계에 적용할 수 있느냐의 문제는 전혀 상관이 없다는 거고.반면 물리학은 반드시 현실세계를 합리적으로 설명하고 그에 대한 검증까지 통과해야 한다는 요구가 따르지요.
맞습니다. 1997년인가 와일즈라는 천재가 페르마의 최종정리를 증명할 때까지 많은 수학자들이 '참을 수 없는 유혹'에 빠졌었지요. 말씀대로 뭃리학과 수학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그런데 요즈음 물리학을 보면 거의 모든 분야에서 수학을 선도하는 것 같습니다.
오랜만에 형님과 이런 대화를 하니 제 머리가 어떻게 된 것 같네요. 19세기 말 이후의 현대 물리학의 과제를 명쾌히 설명해주신 형님의 글을 보며, 저의 무지와 게으름을 한탄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온라인에서 만 하지 마시고, 오프라인 즉 산에서 만나서 토론하면 더욱 좋지 않을까요에헤라디여
히든피크님의 물리학으로 보는 세계는 가히 전문가 이상입니다. 삼가 경의를 표합니다. 히든피크님과 한메님의 차원높은 담론에 말이 많은 인샬라님도 잠수했는지 나타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방면에는 문외한이라 아무 것도 모르지만 "진리란 정작 존재하는지 조차 불분명하다"는 말이 바로 '진리'인 것 같습니다. 이 글을 퍼다가 우리 학생들에게 읽도록 하겠습니다.
이름높은 문장가인(산에서 만난 어느분이 homo viator님의 글을 무척 좋아하는데만난적은 없다더구요.그래서 제가 그분을 좀 안다고 하면서 저까지 업그레이드 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주유천하님이 분에 넘치는 칭찬을 해주시다니.게다가 학생들에게 소개까지.제 생각으로 이 세상의 모든 질문이 최종적으로 수렴하는 곳을 진리라고 한다면 분명 존재하기는 할 것같은데, 과연 인간의 능력으로 그 것을 알아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