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금요일 저녁, 가장 유혹적인 시간에 발길을 돌려 이곳에 모이길 벌써 마지막 시간이었네요.
이날 지연님은 재생에너지 관련 일을 오래 해오면서 느끼는 바가 많다고 하셨어요. 4대강, 미세먼지, 기후위기 등 환경 이슈는 계속 변해왔지만 운동의 방식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변화의 대상은 줄곧 정부와 법에 머물고 우리 안에서 직접 대안을 만들 생각은 하지 않는다고요.
가끔 정부나 기업을 비판하는 글을 열심히 쓰고 나면 자극적인 편의점 음식이 생각날 때가 있는데, 그 괴리를 먼저 잘 인식하고 조금씩 좁혀야겠구나 싶어요. 그런 의미로 매일 회사에 도시락 싸서 다니려고 노력 중인데, 사소해 보이지만 은근 귀찮은 이 운동을 조금 더 힘있게 해나가고 싶다고 다짐했습니다.
우리는 에너지 100 중에 얼마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할 것인지 정하기 바쁩니다. 하지만 이러한 논의 전에 100이라는 파이 자체가 우리에게 적절한지 질문하지 않으면 속재료만 바뀔 뿐 다시 큰 파이를 만들기 위해 또 다른 오염을 부추깁니다. 석탄과 석유에서 금속 광물로 넘어갈 뿐이지요. 지난 1강 때도 그렇고 에너지전환은 단순히 연료전환이 아니라는 이야기가 어쩌면 불편한 진실일 수 있는데 먼저 돌아볼 지점인 것 같아요.
우리가 흔히 생태를 생각할 때 우포늪 습지 같은 자연을 떠올리기 쉬운데, 서로 연결된 관계로 살아가는 것도 생태라고 하셨어요. 우리가 이어져 있다는 감각을 회복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결국 기후위기와 생태위기는 내가 맺는 관계부터 돌아보는 것에서 느껴야 한다는 건데요. 법과 제도, 정치가 만드는 변화가 왠지 더 극적으로 여겨지지만 정권에 따라 손바닥 뒤집듯 바뀌기 때문에 오히려 삶의 양식과 문화를 바꾸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지속가능하다는 이야기로 다가왔어요.
에너지를 다른 말로 ‘힘’이라고 하는데, 그 새로운 힘을 지연님은 마을이라는 장을 통해 구현하고 계셨어요. 마을에서 아이를 함께 키우고, 함께 밥을 먹고 공부하며 생태적 관계를 회복하고 있다고 하셨어요. 함께 나눠 쓰고 같이 쓰니 지연님네 네 식구 전기세가 5천원 밖에 안 나온다고 하네요... 그 흔한 전기밥솥이 없다네요... 엄청나게 절약해서가 아니라 마을이라는 장에 있어서 자연스럽게 가능하다는 말이 인상 깊었어요.
저는 글 쓰는 일을 하지만, 그동안 제 선택에 영향을 준 사건들은 낯선 글 몇줄보단 가까운 이가 작게나마 실천해가는 모습이었어요. 이 실천을 지속가능하게 하는 힘은 혼자만의 투철한 의지 넘어 같은 뜻을 공유한 관계라는 사실을 또 한번 느낍니다.
"여러분, 새로 뭔가를 하려고 하지 마세요. 이미 우리 안에서 시작됐어요. 지금 하고 계신 것들 계속 하시면 됩니다."
이날 지연님의 마지막 멘트가 기억에 남아요. 지난 5주간 이곳에 동그랗게 모인 우리가 이미 대안이라는 확신이 듭니다. 변두리와 골방에서 시작하는 이 변화가 무척 고맙습니다!
첫댓글 은근 귀찮은 그 일이 우리를 살리는 길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