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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곱의 우물 2018년 06월호에 실린 신앙체험 ● 지팡이 [이정임] 제가 드릴 것은 사랑입니다 사춘기 아들의 방황으로 가슴 아픈 고통을 겪던 중에 주님을 만나면서 마음의 평화를 되찾고, 이제 매일의 일상 안에서 새롭게 당신을 알려주시는 주님께 열정적인 삶으로 기쁘게 응답하고 있는 이야기를 이정임(클라라) 님이 나누어 주셨습니다. (편집부) 예수님께 부르심을 받은 지난 세월을 돌아보면, 신앙인으로서의 제 삶은 열정이라는 단어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이유를 지금부터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22년 전 어느 날의 일입니다. 그때 저는 인생의 밑바닥을 체험하고 있었습니다.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고통스러웠고, 몸도 마음도 너무 지치고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아직 신앙을 갖지 않은 때였는데, 애국가 가사에서 들려오는 '하느님'이라는 말이 유독 새롭게 느껴졌습니다. 지금에 와서 돌아보니 주님께서 그런 방법으로 제게 먼저 손을 내미신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물론 그때의 저는 그리스도교 신자로서 아버지 하느님을 알아보았다기보다는, 하느님으로 상징되는 누군가를 찾은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하느님께 이런 고백을 했습니다. "하느님, 저는 죄를 너무 많이 지어서 감히 고개를 들고 다닐 수가 없습니다." 저는 하늘을 보지 않고 땅만 보며 걸어 다녔습니다. 그러면서 제가 왜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서 계속 물었습니다. 그 물음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썼습니다. 책 속에 답이 있을까 싶어서 책도 열심히 읽어보았지만, 답을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유행가의 노랫말을 듣고 무릎을 탁 치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왜 사느냐고 누가 묻거든, 못 다한 사랑 때문이라고 …'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날 이후 제 삶에는 분명한 목표가 생겼습니다. 바로 못 다한 사랑을 위해 살기로 결심하게 된 것입니다. 혹시 인생의 목표가 사랑이었기에 예수님을 세례 이전에 체험할 수 있는 은총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삶의 목표를 정한 이후 평온한 시기를 잠시 지내던 중, 예상치 못한 사건이 터졌습니다. 초등학교에 다니던 아들이 가출을 한 것입니다. 그날을 떠올리면 지금도 하늘이 무너지는 것만 같습니다. 정말 모든 희망이 다 날아가 버려, 제가 살아야 하는 의미조차 잃었던 날들이었습니다. 절망을 안고 터덜터덜 걷고 있을 때, 갑자기 "그게 왜 애 탓이니" 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 했습니다. 걸음을 멈춘 저는 똑같이 되뇌었습니다. "그게 왜 애 탓이니?" 그러자 소리가 또 들리는 듯했습니다. "네가 잘 살았어 봐!" 저도 다시 되뇌었습니다. "네가 잘 살었어 봐!" 그 순간, 눈앞에 제 삶의 모든 순간이 주마등처럼 지나갔습니다. 저는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으고 하늘을 쳐다보며 이렇게 기도했습니다. '아, 하느님! 제 아들이 저렇게 된 것은 모두 제 잘못입니다. 모두 제 탓입니다. 저를 용서해 주십시오. 그리고 오늘 밤 안으로 아들을 찾아주십시오. 그러면 제가 하느님만 믿고 열심히 살겠습니다.' 놀랍게도 아들은 그날 밤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절망의 길 위에서 주님께서는 그동안 제가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보여주셨고, 저는 잘 알지도 못한 채 통회의 기도를 드렸던 것입니다. 이 체험이 있은 후로 완전히 달라진 것이 하나 있었습니다. 제가 처한 상황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지만, 저는 이유를 알 수 없는 희망으로 가득 차올랐습니다. 그해에 저는 주님께 약속드린 대로 성당을 찾아갔고, 예비자 교리 중간에 입교해서 두 달 만에 세례를 받았습니다. 그렇게 세례를 받았기에 사실 교리를 제대로 알지는 못했습니다. 그런데 그것조차도 저에게는 은총으로 작용했습니다. 교리 공부를 제대로 못 한 상태로 미사에 참례했기 때문에,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종종 있었습니다. 특히 예수님과 저의 관계가 그랬습니다. '어떻게 예수님께서 나를 대신해서 돌아가셨다고 하는가? 예수님은 2천 년 전에 이스라엘 사람들이 죽였고, 나는 지금 여기 살고 있는데 도대체 어떻게 예수님이 내 죄를 대신해서 돌아가셨다는 걸까?' 그런 궁금증을 가지고 있던 중에, 본당에서 우연히 '성서 40주간'이라는 프로그램에 대해서 듣게 되었습니다. 뭔지는 모르지만 성경 안에는 제가 그토록 궁금해하는 것들에 대한 답이 있을 것 같다는 막연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일단 신청을 했습니다. 그런데 난감했습니다. 그 당시 저는 직장을 다니고 있었는데, 매주 2시간씩 40주, 그러니까 거의 일 년의 시간이 필요한 프로그램이었던 것입니다. 인간적인 계산으로는 공부를 마치는 것이 불가능해 보였습니다. 그래서 성모님께 '성모님, 저 이 공부 하고 싶습니다. 도와 주십시오' 하고 기도했습니다. 다행히도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일이 직장 상사의 허락으로 해결되면서, 성서 40주간을 무사히 수료할 수 있었습니다. 제 안에는 성경 공부에 대한 열정이 점점 더 불타올랐습니다. 때마침 성바오딸수도회 시청각 통신성서교육원에서 주관하는 성경 공부를 알게 되었습니다. 직장 생활을 하는 저에게는 통신으로 하는 성경 공부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매력적이었습니다. 지금도 기회만 닿으면 형제들에게 시청각통신성서 홍보대사 역활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아무튼 그렇게 통신성서 공부를 시작하여 8년 과정을 무사히 마치고 성경 공부 봉사 자격증을 받았습니다. 바로 이어서 가톨릭통신교육회에도 등록하여 6년 과정을 마치고 교리 교사 자격증도 받았습니다. 이후 저의 달란트가 성경 공부에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시청각통신성서와 통신교리를 마친 이후, 저는 아주 특별한 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당시에 평화방송 강의를 열심히 들었는데, 강의를 그냥 듣고 나면 무슨 내용이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았습니다. 들을 때는 그렇게도 좋더니 말입니다. 아쉬운 마음에 '강의를 한 번 받아 적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강의를 들으면서 그 내용을 일일이 다 받아적었습니다. 그런 다음 다시 문서로 작성해서 블로그에 올리고, 가톨릭 인터넷 굿뉴스 사이트에도 올리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평화방송 강의 녹취록을 만든 게 200편 이상 됩니다. 45분이나 되는 강의를 전부 받아적는 것은 그리 쉬운 작업이 아닙니다. 책상에 닿는 손바닥 부분도 아프고, 팔꿈치 관절과 팔에 무리한 힘이 반복적으로 주어지기 때문에 팔꿈치 안쪽에 염증도 생겼습니다. 덕분에 정형외과와 한의원 신세를 좀 지고 있습니다만, 저는 무척 행복합니다. 돌이켜 보면 저에게 닥쳤던 모든 것은 다 주님의 섭리 아래에서 일어난 일들이었습니다. 이제 제 마음의 눈은 각각의 때에 맞게 꼭 필요했던 모든 일이 하나의 리듬을 이루어 저의 인생을 이끌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 리듬이 바로 예수님의 부르심과 저의 응답입니다. 아들을 찾아주시면 하느님을 믿고 열심히 살겠노라고 약속한 이후 지금까지 삶을 되돌아보면, 예수님께서 초대하실 때마다 참으로 열정적으로 응답했다고 고백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매 순간 어떤 사건이나 저의 생각을 이용하셔서 저를 당신 가까이로 초대하셨습니다. 기쁘게 응답드린 덕분에 선물도 참 많이 받았습니다. 조금만 자랑하자면 평화신문 27돌 기념 때 창간 특집으로 제가 1면에 소개되기도 했었답니다. 그리고 사실 [야곱의 우물]과도 아주 깊은 인연이 있습니다. 제가 세례를 받은 즈음에 저희 본당에도 수녀님들이 홍보하러 오셨는데, 그때 구독신청을 하고 지금까지 22년 동안 받아 보고 있습니다. 가톨릭 신자라면 교회 신문과 월간지 하나 정도는 읽어야 한다는 말씀에 공감이 되어, 요즘에도 본당에서 새 영세자들이 나오면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꼭 [야곱의 우물]을 선물하고 있습니다. 사실 저는 세상에 드러낼 만큼 그럴 듯한 것 하나 가지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단 한 가지! 주님을 사랑하는 열정은 누구보다도 강하다는 것만은 자랑하고 싶습니다. 주님의 부르심에 늘 열정적으로 응답하는 이 마음이 세상 끝 날까지 쭉 이어지길 소망합니다. 아멘. ● 작은 것은 나누는 마음으로 <지팡이> 원고를 기다립니다. 신앙생활을 하면서 이웃과 함께 나누고 싶은 따뜻하고 아름다운 이야기, 어려움을 딛고 일어선 체험을 200자 원고지 20-25매 (A4용지 3-4매) 정 도로 엮어 언제라도 보내주십시오. 혼자만 간직했던 작은 기쁨이 독자들의 마음 안에 큰 기쁨으로 샘솟을 것입니다. 채택된 원고에 대해서는 소정의 고료를 보내드립니다. 보내실 곳 : 01155 서울특별시 강북구 오현로7길 34 「야곱의 우물」 <지팡이> 담당자 앞 E- mail : jacob2@pauline.or.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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