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충기 수필>
삼베(大麻) 길쌈하기<4>
<6> 베틀노래
강원도 통천 베틀노래(베틀가) / 고2 국어
기심 매러 갈 적에는 갈 뽕을 따 가지고
기심 매고 올 적에는 올 뽕을 따 가지고
삼간방에 누어 놓고 청실홍실 뽑아 내서
강릉가서 날아다가 서울 가서 매어다가
하늘에다 베틀 놓고 구름 속에 이매 걸어
함경나무 바디집에 오리나무 북게다가
짜궁짜궁 짜아 내어 가지잎과 뭅거워라.
배꽃같이 바래워서 참외같이 올 짓고
외씨 같은 보선 지어 오빠님께 드리고
겹옷 짓고 솜옷 지어 우리 부모 드리겠네.
* 기심 매다 - 김매다(풀 뽑다)
* 날아다가, 매어다가 - 삼베 실을 날고 매는 일을 재미있게 표현한 것
* 이매 걸어 - 잉아 줄에 걸어 *북게다가 - 북(씨실 통)에다가
* 가지 잎 - 곁에 있는 올 *뭅거워라 - 묶어라
* 바래워서 - 희게 만들어 *보선 - 버선
* 누어 놓고 - 누에 놓고 *올 짓고 - 옷을 짓고
강원도 원주 샘골 베틀노래
하늘에는 베틀 놓고 구름에는 잉아 걸고
짤깍짤깍 짜다보니 뒷문으로 부서 왔네
한 손으로 받어설랑 두 손으로 피어 보니
시누 죽은 부서로다 아이구 고년 잘 죽었네
아이구 고년 잘 죽었네 담배 불에 지져줄 년
궐련 불에 지져줄 년 아이구 고년 잘 죽었네
<부서=부고(訃告)>
경북 경주 베틀노래
월궁(月宮)에 놀던 선녀 지상에 내려와서 할 일이 정히 없어
길쌈 방직(紡織) 배웠더니 베틀연장 전혀 없네.
무지개 다리 놓고 천상(天上)에 올라가서 계수나무 남쪽으로 굽은 가지
옥도끼로 찍어내어 금도끼로 다듬어서 베틀 한 쌍 지어내어
지하에 내려오니 베틀자리 전혀 없네. 좌우 한번 살펴보니 옥난간이 비었도다.
베틀 놓자 베틀 놓자 옥난간에 베틀 놓자. 베틀 몸은 두 몸이요, 선녀 몸은 단(한) 몸일세.
앞다리를 돋이(높이) 놓고, 뒷다리 낮게 놓아 안치(베틀의자)를 둘러놓고,
도투마리 돋이 놓고, 이엣대(잉앗대)는 3형제요, 눌림대는 홀애비라.
이에(잉아) 실 걸린 양은(모양은) 낙동강 수양버들 실실이 풀린 것고(것 같고),
안치에 앉은 애기 부테허리 두른 양은 개명천지(開明天地) 맑은 날
금수강산 골짜기에 물안개 두른 듯다. 활장 같이 굽은 나무 헌신짝 목을 매어
올라가며 신세타령, 내려가며 신세타령 어화둥둥 잘도 짠다.
북 나는 듯 형상은 봉황이 알을 안고 들락날락 하듯 하다.
바대집이 치는 소리 만첩산중(萬疊山中) 깊은 골에 벼락 치는 소리 같고,
용두마리 우는 소리 청천(晴天) 하늘 외기러기 짝을 찾아 우는 형상.
도투마리 눕는 소리 만경창파(萬頃蒼波) 대하 중에 물결치는 소리로다.
그 베 한 틀 다 짜서 앞 냇물에 아이(초벌)씻고, 뒷 냇물에 헹구어,
이어 들에 바래어 사흘나흘 풀을 먹여 박달나무 홍두깨에 감아 구름같이 장만했다.
첫 끝은 끊어서 아버님 도포(道袍) 마련하고, 뒷 끝은 끊어서 서울 가신
선비님(서방님) 바지저고리 장만하세. 해를 따다 꽃을 놓고, 무지개로 선을 둘러
선비(서방) 옷을 지었도다. 어화 둥둥 잘도 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