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고장 강릉(江陵)
<8> 강릉단오제(江陵端午祭)-1
강릉에서 열리는 강릉단오제(江陵端午祭)는 우리나라의 가장 대표적인 단오제 행사로 대한민국 중요무형문화재 제13호로 지정되었을 뿐만 아니라 2005년에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도 지정되었다. 강릉단오제는 대관령산신(大關嶺山神)과 국사성황(國師城隍)을 남대천변 단오마당에 모시고 제사하며, 산로안전(山路安全)과 풍작(豊作), 풍어(豊漁), 집안의 태평 등을 기원하는 제의(祭儀)이자 축제이다. ♣서낭-성황(城隍)과 같은 의미이다.
강릉 단오굿 무녀(巫女) / 강릉 관노가면극(官奴假面劇) / 국사성황(國師城隍) 행차<신위 모시기>
음력 5월 5일은 단오(端午)로, 수릿날(水瀨日), 천중절(天中節), 중오절(重五節) 등의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데 예로부터 1월 1일(설날/元旦), 3월 3일(삼짇날/上巳日), 5월 5일(端午), 7월 7일(七夕), 9월 9일(重陽節)과 같이 월(月)과 일(日)이 겹치면서 특히 양(陽)을 의미하는 홀수(奇數)가 겹치는 날은 양기(陽氣)가 가득 찬 길일(吉日)이라 했고, 그중에서도 5라는 숫자가 겹치는 단오(端午)를 으뜸으로 쳤다.
단오는 수릿날(水瀨日)이라고도 하며, 일 년 중 설날(舊正) 다음으로 으뜸 명절로 쳤는데 수리(水瀨)라는 말은 고(高), 상(上), 신(神)을 의미하는 옛말이라고 하니 1년 중 최고의 날이란 뜻이다.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대시인이었던 굴원(屈原)이 정적(政敵)들의 모함을 참지 못하고 돌을 끌어안고 멱라수(汨羅水)에 투신하여 자살한 날이 음력 5월 5일로, 굴원을 존경하던 백성들은 억울하게 죽은 굴원(屈原)의 시체가 물고기에 의하여 훼손되는 것을 막으려 강물에 떡과 밥을 던지고 용선(龍船)을 띄워 시체를 찾았다고 한다. 중국에서는 지금도 5월 5일(단옷날)이면 용선(龍船) 경주를 하고 떡과 밥을 물에 던지는 풍습이 있는데 중국에서는 이것을 중국단오(中國端午)의 효시(嚆矢/시작)로 보고 있다고 한다. 수뢰(水瀨)는 강물의 여울진 곳이라는 의미로, 뢰(瀨)는 ‘여울’을 뜻하기도 한다.
나는 2010년, 홀로 배낭여행을 하며 중국 장강삼협(長江<揚子江>三峽) 크루즈(Cruise) 여행을 했는데 후난성(湖南省) 장사(长沙)에 있는 멱라수(汨羅水)에서 용선(龍船)을 타보는 행운이 있었다.
수리취떡(車輪餠) / 중국 멱라수(小小三峽) 용선(龍船) / 강릉 단오 씨름경기 / 구설초(솜방망이 풀)
단옷날에는 수리취나 쑥의 일종인 구설초(狗舌草/일명 솜방망이)를 쌀가루와 섞어 쪄내서 둥그런 떡을 빚고 수레바퀴 모양의 문양을 찍어서 나누어 먹었는데 수레바퀴와 비슷하다 하여 ‘수리취떡 (수레바퀴떡/車輪餠)’이라 불러 단오의 세시풍속 음식이 되었고, 단오를 술의날(戌依日)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농경사회(農耕社會)에서 밭에 파종하고 논에 모를 낸 후 약간의 휴식이 주어지는 시점이 단오(음력 5월 5일)로 농촌에서는 이날 하루 마음껏 놀이를 즐긴다.
단오(端午)의 세시풍속으로는 그네타기, 씨름, 창포물에 머리 감기, 단오부채 만들어 선물하기, 수리취떡 만들어 나누어 먹기 등이 있었다. 또 옛날, 임금님은 단옷날 쑥으로 만든 호랑이를 신하들에게 하사했다고 하며, 또 볏짚으로 조그마한 호랑이 모양을 만들어 비단으로 꽃과 함께 묶고 쑥 잎을 붙여 머리에 꽂게 했는데 이런 풍습은 약초, 창포, 쑥 등의 강한 향기가 재액(災厄)을 쫓는다고 믿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 창포(菖蒲)물에 머리를 감으면 머리카락이 빠지지 않고 윤기가 있다고 하였으며, 창포물이 몸에 좋다고 하여 창포 삶은 물을 마시기도 하였다. 지금도 강릉단오제에 가면 창포물로 머리 감기를 한다. 창포(菖蒲)는 천남성(天南星) 과(科)의 식물인데 꽃이 노란색으로 상당히 크고 매우 아름답다.
단오(端午)의 단(端)은 첫 번째, 오(午)는 다섯(五)을 의미하니 곧 ‘오월 초닷새’라는 의미이다.
추위가 늦게까지 계속되는 북쪽 지방은 이때쯤 비로소 날이 완전히 풀리기 때문에 경사스러운 날이 될 수밖에 없다. 남쪽 지방은 추석(秋夕/8월 15일)을 중요하게 여기는 대신 북쪽에서는 단오를 더 중시(重視)했던 것은 지역의 기후 차이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단오(端午)는 우리나라 전 지역은 물론 중국에서도 큰 명절로 여겨 여러 가지 놀이를 즐겨왔는데 그중에서도 강릉(江陵)의 단오는 이곳에서 번성하였던 옛 동예(東濊) 시대로 거슬러 오른다.
우리나라 삼국시대 이전, 이곳 강릉지방에는 동예(東濊)라 부르는 국가가 있었는데 이곳 강릉의 도시 이름이 당시는 하슬라(河瑟羅)로 동예의 수도(首都)였다.
강릉단오제(江陵端午祭)는 동예(東濊)에서 그 뿌리를 찾아볼 만큼 역사가 오래되었으며, 또 원형(原型)이 가장 잘 보존되어 있어 지금까지도 대규모로 성대하게 치러져서 우리나라에는 지역마다 단오제(端午祭)가 열리지만, 이곳 강릉단오제를 으뜸으로 친다.
강릉단오제의 역사를 더듬어보면, 처음 시작이 음력 3월 20일 단오장 제례상(祭禮床)에 올리는 제주(祭酒) 담그기를 시작으로 하여 단오 다음 달(음력 5월 6일) 단오제에 모셨던 서낭(城隍) 봉송(奉送)과 소제(燒祭) 행사까지 총 50일이었는데 제1 단오인 초단오(初端午)로 시작하여 제8 단오까지 있었다고 한다.
정부에서는 1967년에 ‘강릉단오제’를 ‘국가중요무형문화재 13호’로 지정하였으며, 2005년 11월 25일에 ‘유네스코 세계 인류구전 및 무형문화유산걸작(UNESCO 世界人類口傳 및 無形文化遺産傑作)’에 등록이 되면서부터 정부에서 행사비를 보조받아 더욱 화려하고 알차게 치러지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