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배낭 여행기 =
3. 아름다운 신성계곡의 삐삭(Pisac)
산비탈 잉카의 옥수수밭 / 삐삭의 아침, 인디오들 / 삐삭 호텔
쿠스코에서 32km 떨어진 ‘신성계곡(神聖溪谷/Sacred Valley)’에 있는 삐삭(Pisac)은 해발 2,700m라니 탐보 마챠이에서 1,000m쯤 고도가 낮아지는 셈으로 계곡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 어지럽다.
이 계곡 속에는 고대 잉카인들의 유적인 ‘삐삭요새’, ‘오얀따이땀보 요새’, 미스터리의 공중도시 ‘마추픽추’ 등이 있어 ‘신성계곡(神聖溪谷/Sacred Valley)’으로 불리는 아름다운 계곡이다.
신성계곡 속에 자리 잡은 아름다운 마을 삐삭(Pisac)은 높은 산봉우리들로 둘러싸인 오목한 분지에 있는 작은 마을인데 한쪽으로는 우루밤바강이 흐르고 마을 뒤 산봉우리에는 아름답고 견고한 삐삭 요새와 잉카 시대부터 옥수수를 경작하던 계단식 밭이 쳐다보인다.
이 우루밤바(Urubamba)강은 브라질로 흘러들어 세계에서 가장 수량이 많은 저 거대한 아마존(Amazon)강이 된다고 하는데 이곳은 상류라 아직은 자그마한 개천 정도이다.
♣ 삐삭(Pisac)의 아름다운 호텔 로열 잉카(Royal Inka)
호텔의 식당 / 벌새(Humming Bird) / 무서운 고산병(산소호흡기)
삐삭의 아름다운 호텔 ‘로열 잉카(Royal Inka)’에서 이틀 밤을 잤는데 호텔 마당 한쪽에는 손님 전용의 아담한 성당도 따로 갖추고 있다. 또 정원을 아름답게 가꾸어 온통 꽃으로 둘러싸인 너무나도 쾌적한 환경의 호텔이었는데 방안에는 온통 잉카 고유의 문양이 새겨진 소품들로 꾸며져 있다.
창을 여니 꽃들 사이로 윙윙거리며 꿀을 찾아 날아다니는 벌새(Humming bird)들이 보이는데 꽃 속에 있는 꿀을 먹고 사는 새로 부리가 긴, 꿀벌 크기의 작은 꼬마 새(鳥)다.
저녁으로 나온 생선튀김과 빵은 제법 맛이 있었고 디저트로 나온 과일도 무척 싱싱하고 맛있다.
탐보 마챠이부터 어지러움과 메스꺼움을 호소하던 집사람이 식사도 제대로 못하더니 마침내 먹은 것을 토하고 정신을 못 차린다. 이른바 고산병(高山病)이다. 여행사에서 안내하지 않아 미리 약을 준비하지 못한 우리는 여행을 함께하는 부인이 다행히 진통제를 가지고 있어 2알을 얻어먹은 후 호텔에 연락했더니 산소통을 들고 와 10여 분 동안 산소호흡을 시켜 준다.
동행의 부인도 산소통 신세를 졌는데 가이드는 남자들인 우리는 나이도 많은 편인데 무척 잘 견딘다고 놀라워한다.
4. 마추픽추(Machu Picchu)로 가는 길
삐삭에서 마추픽추로 가는 날, 새벽 6시에 일어났는데 마추픽추를 본다는 설렘으로 가슴 두근거린다.
흥분 때문인지 어제 머리가 지끈거리던 것도 어느 정도 개운하다.
쿠스코에서 출발하는 마추픽추 행 기차를 타려면 기차역이 있는 오얀따이땀보(Ollantaytambo)까지 2시간 정도 버스로 이동하여 9시에 지나는 기차를 타야 한단다.
서둘러 호텔에서 준비한 이른 아침을 먹고 우루밤바(Urubamba) 강줄기를 따라 하류로 내려가는데 한 시간쯤 달리다 보면 우루밤바(Urubamba)라는 작은 읍내가 나타난다.
버스가 달리는 계곡은 너무 좁고 깊어서 고개를 좌우로 눕혀야 봉우리와 능선이 보이는데 안데스의 고산들이 첩첩이 둘러있어 가도 가도 끝이 없다.
강가를 따라 펼쳐져 있는 좁은 평지의 밭에는 옥수수와 코카나무가 자라고 있고 이름 모를 꽃들로 뒤덮인 강변과 울창한 열대우림의 숲이 쉴 사이 없이 차창을 스치며 지나간다.
잉카 물길 / 오얀따이땀보 중앙 광장 / 마추픽추 행 기차(페루 레일)
이따금 지나치는 인디오 마을에서는 볼품없는 허름한 오두막집들 사이로 새까만 얼굴, 자그마한 키에 목이 짧고 가슴통이 큰 인디오들이 알록달록한 보따리(틸마)를 등에 짊어지고 순박한 얼굴로 쳐다본다.
남녀 구분 없이 목이 짧고 가슴통이 큰 인디오들의 체형은 가이드 말에 의하면, 아기 때는 그렇지 않은데 고산지대의 희박한 산소 때문에 심호흡을 많이 하면서 자라 그런 체형이 된다고 하는데 사실 여부는 모르겠다.
♣ 고대마을 오얀따이땀보(Ollantaytambo)
오얀따이땀보 요새 / 열차 안 / 잉카트레일
우루밤바 마을에서 50분쯤 달리면 기차역이 있는 오얀따이땀보 마을이 나타난다.
이곳은 고대 잉카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데 석축으로 둘러싸인 건물들은 물론, 길바닥도 납작한 돌들로 깔려있고, 길바닥 돌들은 오랜 세월을 지나는 동안 닳아서 반들반들하다.
인근 언덕 위에는 스페인군에 저항하여 싸우던 요새도 남아 있다. 이곳 집들 사이로 흘러내리는 물길은 돌로 만들어졌는데 잉카 시대부터 사용되던 것으로 오늘날도 그대로 사용되고 있는 ‘잉카의 물길’이라고 한다. 기차를 기다리며 마을을 돌아보는데 마침 부활절이라 인디오 처녀들이 꽃다발을 한 아름씩 안고 성당으로 향하는 모습이 아름답다.
9시 정각, 인근에서 몰려온 관광객들과 함께 기차에 올랐는데 대부분이 백인들로 동양인은 우리 네 명뿐인 듯하다.
강줄기는 점점 넓어지고 수량도 많아 제법 소용돌이를 이루는 곳도 보이며 이름 모를 꽃들이 지천으로 피어있는 들판과 안데스 고산이 어우러져 환상적인 풍경을 빚어낸다.
중간에 역도 아닌 곳에 기차가 정차하기에 차창을 내다보았더니 한 무리의 관광객들이 기차에서 내려 우루밤바강의 다리를 건너는 모습이 보이는데 잉카 트레일(Inca Trail) 트래킹을 하는 사람들이라고 한다. 잉카 트래킹은 여러 코스가 있는데 1박 2일부터 5박 6일짜리 등 다양하며, 보통 전문 가이드가 붙고 짐을 운반해 주는 것은 물론 요리와 잠자리까지 돌봐주는데 요금은 팀당 일정에 따라 2~5백 달러 정도라고 한다. 꼭 다시 한번 와서 시도해 봐야겠다.
이상한 것은 기차를 타는데 여권을 제시하란다.
가이드의 설명에 의하면 철도회사가 영국으로, 철로며 객차까지 모두 영국에서 가지고 왔다는 설명으로 기차 내부는 영국이라니.... 이게 무슨 이야기인가?
한 시간 반 정도의 거리인 마추픽추 역까지 운임이 1인당 77불(10만 원)로 엄청나게 비싸다.
그뿐만 아니라 역에서 내리면 30분 거리인 마추픽추 산 위까지 버스요금이 14불(1만 8천 원), 입구에서는 마추픽추 입장료가 42불(5만 5천 원)로 관광객들에 엄청나게 바가지를 씌운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그것이 무슨 문제가 되랴?
여기는 페루(Peru)이고 신비의 공중도시 마추픽추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