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 습득하기
직관을 지원하는 정보는 어떻게 '기억에 저장 '될까?
어떤 직관은 아주 빠르게 습득된다.
우리는 두려워해야 하는 순간을 학습하는 뛰어난 능력을 조상에게서 물려받았다.
실제로 한 번의 경험만으로도 장기적인 혐오와 두려움을 학습하는 데 부족함이 없는 때가 많다.
이상한 음식을 딱 한 번 먹어 본 기억만으로도 그 식당이 여전히 꺼려지는 막연한 기분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
그리고 불쾌한 일이 일어났던 장소에 가면 그 일이 다시 일어날 이유가 없는데도 누구든 긴장하게 마련이다.
내게도 그런 장소가 있다. 샌프란시프코 공항 가는 길에 있는 장소인데,
몇 년 전에 길에서 분노가 폭발한 어떤 운전자가
고속도로부터 나를 따라오더니 창문을 내리고 쌍욕을 퍼부었던 곳이다.
그 사람이 왜 그렇게 분개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는데,
공항을 가다가 그속에만 이르면 그의 목소리가 떠오른다.
그 사건을 기억하는 것은 나 스스로도 의식할 수 있고,
그 기억을 떠올리면 왜 그런 기분이 드는지 얼마든지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특정한 장소에 갔을 때, 또는 누군가가 특정한 말투로 어떤 이야기를 했을 때,
불쾌한 기분이 들지만 그 불쾌함을 유발한 사건을 의식하지 못할 때가 많다.
지나고 나서 생각할 때 그 불쾌함이 이전의 안 좋은 경험에서 나왓다면,
우리는 그 불쾌함을 직관이라 부를 것이다.
이런 식의 감정 학습은 파블로프의 유명한 조건반사 실험에서 나타난 것과 밀접하게 연관된다.
파블로프 실험에서 개는 종소리를 먹이가 나오는 신호로 인식하는 법을 배운다.
파브로프의 개가 배운 것은 학습된 희망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학습된 두려움은 이보다 훨신 쉽게 획득된다.
두려움은 경험이 아닌 말로도 꽤 쉽게 학습된다
위험을 '육감'적으로 느낀 소방관도 분명히 그가 개입하지 않은 유형의 화재를 두고,
수차례 토론하고 생각햇을 것이고,
머리속에서 여러 신호를 미리 예상하면서 대응 방식을 생각했을 것이다.
내 경험으로 보건대, 전투 경험이 없는 젊은 소대장이라도
부대를 이끌고 비좁은 협곡을 지날 때면 긴장이 고조된다.
그런 지역은 매복하기 좋은 장소라고 배웠기 때문이다.
반복도 별로 필요치 않은 학습이다.
감정은 빠르게 학습될 수 있지만, '전문성' 습득에는 흔히 오랜 시간이 걸린다.
고난도의 체스나 프로농구, 화재 진압 같은 복잡한 작업에서 전문성을 습득하는 과정은 복잡하고 느리다.
한 영역에서의 전문성은 한 가지 능력이 아니라 작은 능력의 대규모 집합이라 그렇다.
체스가 좋은 예다. 체스 전문가는 복잡한 상황을 한눈에 이해하지만,
그 정도 실력을 키위까지 여러 해가 걸린다.
체스 달인을 연구한 결과, 적어도 1만 시간(하루에 다섯 시간씩 약 6년)을
집중적으로 연습해야 최고 수준에 오를 수 있었다.
진지한 체스 선수는 그 시간 동안 고도로 집중하면서,
서로를 위협하거나 방어할 수 있는 말들의 배열로 이루어진 기보 수천 가지에 익숙해진다.
높은 수준의 체스 학습은 일기 학습에 비유할 수 있다.
초등학교 1학년 때는 개별 철자를 인식하고 그것을 모아 음절과 단어를 만들려고 애쓰지만,
성인이 되어 능숙하게 글을 읽을 때면 전체 단락을 인식한다.
읽기 전문가쯤 되면 새로운 유형에서 낯익은 요소를 모으는 능력을 습득하고
한 번도 본 적 없는 단어를 빠르게 '인식'하고 정확하게 발음도 한다.
이를 체스에 대입하면 말의 움직임에서 반복되는 유형이 철자가 되고,
체스 배치는 긴 단어나 문장이 된다
읽기 실력이 뛰어난 사람이라면
루이스 캐럴이 쓴 시 〈재버워키(Jabbdrwocky〉 시작 부분을 처음 보고도
완벽한 리듬과 억양으로 즐겁게 읽울 수 있을 것이다.
'Twas brillig, and the slithy toves
Did gyre and gimble in the wabe:
All mimsy were the borogoves.
And the mome raths outgrabe.
(의미 없는 단어들을 조합해 그럴듯하게 만든 문장으로,
사람들은 이 글을 법 주문 외듯 낭송하곤한다. ㅡ 옮긴이)
체스에서 전문성을 습득하기란 읽기를 배우는 것보다 더 어렵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
'알파벳'에는 철자가 더 많기 때문이고, 체스 '단어'는 많은 철자로 구성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천 시간 연습하면 한눈에 체스 판을 읽을 수 있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몇 가지 수는 거의 항상 놀랍고 더러는 창조적이다.
체스 선수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단어'를 다루고,
낯익은 단어를 해석할 새로운 방법을 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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