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가 기원지에서 퍼져나간 형태도 중요한 문제를 제기한다.
예컨대 비옥한 초승달 지역의 문자는 에티오피아와 아라비아에 전해졌지만,
멕시코의 문자는 안데스 지역으로 전해지지 못한 이유가 무엇일까?
문자 체계는 원래 모습 그대로 다른 곳으로 퍼졌을까, 아니면
기존의 다른 문자 체계를 보고 자극을 받은 이웃 종족이 자체적인 새로운 문자 체계를 개발한 것일까?
그런데 어떤 언어에 잘 들어맞는 문자 체계를 맞닥뜨렸을 떼.
그것과 다른 언어를 위한 문자 체계는 어떤 식으로 만들었을까?
인간 문화의 다른 측면들, 예컨대 과학기술과 종교와 식량 생산의 기원 및 확산에 대해
이해하려고 시도할 때도 우리는 유사한 문제에 직면한다.
특히 문자와 관련 있는 이런 문제에 관심을 가진 역사학자는
바로 그 문자로 기록된 자료를 통해 자세한 답을 얻는 이점을 누릴 수 있다.
따라서 문자에 내재한 중요성 때문뿐만 아니라.
문자가 제공하는 문화사에 대한 일반적인 식견을 얻기 위해서라도
문자의 발달 과정을 추적해보려 한다.
문자 체계의 기저를 이루는 세 가지 기본 전략은
(1) 하나의 기본적인 소리, (2) 온전한 음절, (3) 온전한 단어로,
하나의 문자 기호로 표시되는 말 단위의 크기에 따라 달라진다.
오늘날 대부분의 언어에서 사용하는 첫 번째 전략은 알파벳이다.
이상적인 상황이면, 알파벳은 '음소(phoneme)'라고 일컫는 언어의 기본적인 소리에
'문자(letter)'라고 일컫는 하나의 기호만을 부여할 것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알파벳은 20~30개의 문자만으로 이루어지고,
대부분의 언어에서 수적으로 알파벳을 구성하는 문자보다 음소가 더 많다.
예컨대 영엉에는 26개의 문자밖에 없지만, 음소는 약 40개이다.
따라서 영어를 비롯해 알파벳을 문자로 사용하는 언어는 하나의 문자에 여러 음소를 할당할 수밖에 없다.
또 영어의 sh와 th처럼 둘 이상의 문자를 결합해 음소를 표현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두 소리는 차례로 러시아어와 그리스어 알파벳 체계에서 하나의 문자로 표시된다.)
두 번째 전략에서는 이른바 '표어문자(logogram)'를 사용한다.
표어문자에서는 문지로 쓰인 기호 하나가 온전한 단어 하나를 뜻한다.
중국 문자 체계의 많은 기호와 일본 문자 체계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한자가 표어문자에 해당한다.
알파벳 문자 체계가 널리 확산되기 전에는 표어문자를 많이사용하는 문자 체계가 더 흔했다.
이집트의 상형문자, 마야의 그림문자, 수메르의설형문자가 여기에 속했다.
세 번째 전략은 이 책을 읽는 대부분의 독자에게는 생소하겠지만 ,
음절 하나에 하나의 기호를 대응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엄격히 말하면 ''음절문자(syllabary)'라고 일컫는 이런 문자 체계는
fa-mi-ly에서 보듯이 하나의 자음에 하나의 모음이 따라붙는 음절에 대해서만 별개의 기호를 부여하고,
다른 유형의 음절을 표기할 때는 기존의 기호ㅡㄹ을 다양하게 조합하는 기법을 동원한다.
음절 문자는 고대에 흔했고, 그리스의 미케네 문명에서 사용한 선형문자B(linear B)가 대표적인 예이다.
오늘날에도 몇몇 선형문자가 존재하는데,
그중 가장 중요한 문자는 일본인이 전보와 은행 거래 내역서, 시각장애인을 위한 문서 등에 사용하는
가나(假名)음절문자이다.
나는 의도적으로, 이 세 가지 접근방식을 문자 체계가 아닌 전략이라고 표현했다.
현실적으로 어떤 문자 체계도 하나의 전략만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중구구 문자 체계도 전적으로 표어문자는 아니고 , 영어 문자 체계도 순전히 알파벳, 즉 음소문자가 아니다.
모든 알파벳 문자 체계가 그렇듯 영어도 많은 포어문자를 사용한다. 숫자,$,%, +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달리 말하면, 음성적 요소로 이루어지지 않고
하나의 온전한 단어를 대신하는 자의적 기호는 표어문자라고 할 수 있다.
음절 문자인 선형문자 B에도 많은 표어문자가 있었다.
물론 표어문자인 이집트 상형문자에도 많은 음절 기호와 함께
각각의 자음에 해당하는 개별 문자로 이루어진 실질적인 알파벳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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