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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주간회의가 있어 회의장소인 인천공항 회의실에 들렀는데 회의 중간 휴식시간에 참석자들이 회의장 한 쪽 벽면에
걸린 액자 한 편을 놓고 그 내용에 대해 의견이 분분했습니다. 액자 속에는 한자로
‘關據險路’라는 네 글자가 쓰여
있었는데, 서체가 비교적 쉽게 알아볼 수 있는
해서체가 아니라서 세 글자 중 전서체(箭書體)로 보이는 두 번째
“據” 한 글자를 제대로 읽고 설명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관거험로(關據險路)라는 큰 글자 밑에는 작은 글씨체로
‘舊唐書句 四海之廣 九州之雜 關必據險路 市必憑要津’라는 내용이 쓰여
있어, ‘구당서(舊唐書)’라는 단어를 키워드 삼아 인터넷을
이리저리 검색하면서 그 출처와 의미를 찾아보았습니다.
구당서는 중국
정사(正史) 25사 중 하나로
5대10국(五代十國) 시대인
941년
후진(後晉) 고조의 지시로 호부시랑
장소원(張昭遠) 등이
945년에 완성한
당나라(618∼907년) 역사를 기록한 책으로
본기(本紀) 20권, 지(志) 30권, 열전(列傳) 150권 등 총
200권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합니다.
위 구절은 구당서
권(卷) 98 열전
제44에
나오는데, ‘관필거험로
시필빙요진(關必據險路 市必憑要津)’ 즉
‘관문은 반드시 험한 길목에 근거하고
시장(市場)은 필히 요긴한 나루터에 의지해
들어선다.’는
의미였습니다. 그리고 큰 글자 아래 작은 글씨로
된 ‘구당서구 사해지광
구주지잡(舊唐書句 四海之廣 九州之雜)’은
‘사방의 바다는 넓디넓고 온 천지는
복잡하디복잡하다.’라는 뜻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예로부터
관문(關門)은 나라와 나라의 국경선에 위치하여
모든 사람과 물자의 통행을 통제하는 곳으로 조세 징수와 함께 군사적 목적의 기능을 함께 수행하여 국경의 산악지대나 좁은 협곡 등 험준한 길목에
설치하게 마련이라 ‘관필거험로(關必據險路)’라는 말에 고개가
끄떡여졌습니다.
오늘날도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세계
각국의 세관원들은 밤과 낮이 따로 없이 공항이나 항만, 또는 내륙의 수출입 국경 최일선
관문에서 수출입통관지원, FTA 활용지원, 여행자 통관서비스
제고, 불법부정무역
단속, 국가와 국민의 안전과 건강을 해치는
테러, 마약, 불법 먹거리 등의 반출과 반입을
차단하는 등 실로 힘들고 어려운 험로(險路)에서 맡은바 업무를 수행하고 있을
것입니다.
지난
2016년
1월
18일자로 인천세관은 인천세관과
인천공항세관이 통합되어 인천항과 인천공항 양 지역을 관할하는 우리나라 제1의 세관으로
거듭났습니다. 이로써 인천세관은 격상된
1급 세관장 아래
6국(局), 1담당관, 34과(課), 20관(官), 1실(室), 2센터의 체제를
갖추고, 직원 수가
1,300여 명에 달하는 거대 조직으로
재탄생했습니다. 산하의
인천공항국제우편세관, 김포공항세관, 수원세관, 안산세관을 포함하면 직원 수가
관세청 전체 직원의 1/3인
1500여명에
달합니다.
인천세관은 수도권
육해공(陸海空) 관세국경을 책임지는 대한민국
최대(最大)의 세관이라는 위상에 걸맞게 신속한
수출입통관, 여행자의 편안하고 안전한
출입국, 원활한 특송물류 지원 등
최고(最高) 수준의 대국민 관세행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전 직원들이 험로(險路)를 마다하지 않고 부단한 노력을
경주해 나갈 것입니다.
끝자락으로 몰린 무더위가 마지막
맹위를 떨치던 8.22일 신규직원
61명에 대한 발령장 수여식이
있었습니다. 31년 전 저들처럼 공직생활을 시작한
때가 엊그제 같습니다. OECD 회원국인 지금과는 달리 개도국에서
막 벗어나려던 그 당시는 그야말로 '關據險路'였던
시절이었습니다.
이날은 마침 오랜만에 날이 맑아
세관 본관 뒷마당 너머 내항 건너편 하역용 크레인 숲 사이로 월미도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몇 년 전 근무하던 부산에서도 부두 너머로
영도가 손에 잡힐듯 저만치 바다 위에 어른거렸었습니다. 마음속으로 신규직원들이 초심을 잃지 않고 듬직한 나라 역군으로 성장하길 바라며, 맑게 개인 하늘처럼 저들이 가는
길은 험로(險路)가 아닌
평탄(平坦)한 길이기를 기원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