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월 15일
어른이 사는 것을 보고 아이가 배운다.
아직 학교 갈 나이가 되지 않은 동화가 무서운 얼굴 표정으로 근엄하게 할머니인 나를 꾸짖습니다. “혼자 먹으면 안 돼!” 둘러앉은 사람들과 나누어 먹고 남은 것이 봉투에 담겨진 채 내 앞에 놓인 캬라멜이 그 아이 눈에 띈 겁니다. 그런데 그건 자기 엄마가 자기에게 한 대로 적합하게 따라 한 것일 뿐이라는 것을 압니다. 동연이도 벌써 말씀이 많은 아버지 곁에서 “아빠 시끄러워”합니다. 그것도 아마 엄마가 잔소리하는 것을 들었기 때문이 아닐까 엄마인 유 선희에게 확인해 볼 일입니다. 아이들은 주변 사람들, 특히 자기에게 중요한 사람들과 살면서 유심히 관찰하며, 상황이 어떻게 진행되어 가는지 살피며, 따라하며, 연습하며 배웁니다. 눈빛, 표정까지 따라하는 것은 정말 신통합니다. 거울 앞에서 얼굴을 바꾸는 표정연기 연습을 한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이제 학교에 가서, 각자 다른 부모 밑에서 각기 다른 환경에서 자란 저마다 다른 아이들이 모여 또 다른 어른인 교사와 같이 익혀가는 복잡한 세계에 아이들이 들어섭니다. 쉴 새 없이 관찰하고, 판단하며, 효과적인 행동을 따라 하고, 또 실험하며 자기의 삶의 방식을 서서히 굳혀갈 출발점에 선 참입니다. 아이는 아주 바빠집니다. 그런 과정을 통해서 열심히 사는 부지런한 태도 (industry)를 갖추어 갑니다. 학과 공부만 열심히 하는 것이 아닙니다. 물론 글을 익히고, 수를 배우는 기본 학습도 열심히 해야 합니다. 그것도 책으로 배우고 종이 위에 써서 결과로 시험성적표에 오르는 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재미있게 노는 것이 전부였던 때를 벗어나 어른으로 열심히 일하며 사는 것이 무엇인지 익혀가는 중간 단계를 시작합니다. 부담 없이 마냥 재미있기만 한 것이 아니라 다양한 직업과 어른 구실을 감당하기 위해 필요한 기술과 태도를 갖추어가는 훈련을 거칩니다. 이 세상에서 자기답게 살기 위해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기 위해 자라고 바뀌어 성숙해가는 하루하루를 학교에서 바쁘게 지냅니다. 이제까지 자기 멋대로 해도 되었다면 이제는 다른 아이들과 함께 협력하고 맞추어 가는 것을 익혀야 합니다. 해도 되는 것과 하면 안 되는 합의된 규칙을 엄격하게 지켜야 하는 구속과 불편을 견뎌야 합니다. 아무리 귀한 삼대독자라 집안에서는 개구쟁이 짓을 하는 것이 허용되었더라 해도 학교에서는 선생님의 말을 듣고 따라야 됩니다. 아마도 누구나 다 처음 학교 갈 때 부모님이 당부하셨던 말을 기억할 것입니다.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친구들과 싸우지 말고 사이좋게 잘 지내라”는 똑 같은 말이었을 것입니다. “선생님에게 네 말을 잘 하고, 친구들과 갈등을 잘 해내며 지내라”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 결과 각기 다른 우리네 아이들이 자기만의 다른 생각을 하고 다른 표현을 하는 기회를 잃게 합니다. 남다른 생각과 표현이 허용되지 않으면, 자신을 표현하는 아이를 문제아 취급을 하게 됩니다.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가 되지 않으려다 보니 잘못된 권위나 풍습에도 아무런 생각 없이 따르는 무골충 같은 존재를 양산하게 됩니다. 우리 사회가 힘 가진 사람들의 뜻대로 움직이는데 적합한 사람을 양산하게 됩니다. 서울대에서 학점 4점을 받는 학생들의 공부 방식을 조사한 연구 결과로 보면 교수의 강의 내용을 한마디도 놓치지 않고 그대로 필기하고, 질문하지 않고 앞자리를 늘 차지한다고 합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창의성, 비판 능력이 필요하다고 말하면서도 모순됨을 느끼지도 않습니다. 이 연구를 한 분의 말입니다. “우리 교육이 계속 이렇게 가면 우리나라는 망할 거라”고 합니다. 나라만 망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평생을 망치는 겁니다.
학교 가는 시기는 중요합니다. 학교 교육을 잘 해야 합니다. 그런데 학교 갈 때라고 아이 가방을 사기 까지 연극을 한 아버지가 이미 그 아이를 할아버지 곁에 암매장했다는 뉴스를 듣고 가슴 치며 기막혀 합니다. 입에 올리기도 끔찍한 이야기를 너무 자주 연이어 듣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 아이들을 눈여겨 살피고 사랑으로 함께 기릅시다. 우리 같이 아이의 삶을 책임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