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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한국경제 전망
SDE
‘거꾸로’ 부양책이 가져올 악영향
현 정부의 정책기조는 어이없게도 무조건적인 건설업 살리기, 부동산 살리기에 올인하는 모습이다. 이것은 2009년도 정부예산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난다. 무려 17조 원의 적자 국채 발행과 25조원 규모의 사회간접자본 투자를 관철시켰다. 그리고 예산의 60%를 2009년 상반기에 집행하겠다고 했다.
반면, 기업 및 금융 구조조정과 관련된 예산 확충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고, 현재 한국경제에서 가장 문제가 될 수 있는 제조업관련 부문의 지원책은 지식경제부가 나름의 대책을 마련했음에도 기획재정부는 오히려 재원 마련이 어렵다는 식으로 반응한 실정이다. 한마디로 토목 건설 국가를 지향하는 어이없는 국가청사진인 셈이다.
예를 들어, 건설업체 대주단회의 같은 경우를 보아도 이는 명백한 부실 건설사 살리기 프로젝트에 지나지 않는다. 채권 만기연장 1년, 운전자금 대출 같은 특혜까지 주면서 건설사만 특별히 지원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더욱이 정부가 그토록 믿어 의심치 않는 SoC 위주의 경기부양책이 성공하려면 역설적으로 지금의 비대해진 건설업을 가급적 더욱 많이 죽여야 한다. 가급적 많은 건설사가 파산해 부실자산들이 모두 정리되어야 살아남은 건설사들이정부의 SoC 사업을 수주하면서 이윤을 회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많은 건설사가 파산한 상태라면 정부로부터 수주한 건설토목 물량을 과거처럼 하청이나 재하청을 통해 소화할 수 없게 된다. 결국 공사를 맡은 건설사가 직접 스스로 일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려면 과거에는 전문건설사들이 가지고 있던 각종장비와 자재들을 건설사 스스로 마련해야 한다. 따라서 정부로부터 SoC 공사를 수주한 업체는 관련 장비들을 국내 중공업 회사들에게 주문해서 마련해야 한다. 그러면 중공업 회사들은 필요한 부품과 자재를 중소기계 업체들과 철강 업체에 주문해야 한다. 중소기계 업체들은 늘어난 주문을 소화하기 위해 설비투자를 더 해야 한다. 이렇게 파급효과가 커져야 정부가 막대한 재원을 SoC 위주의 경기부양책에 투입한 기대가 충족되는 것이다.
하지만 현 정부가 부실 건설사들을 그대로 끌어안는 방침을 바꾸지 않고 각종 공사만 발주하면 어떤 현상이 벌어질까? 공사를 따낸 도급순위 상위 건설사는 과거 관행처럼 공사를 하위 건설사에게 하청 준다. 상위 건설사들도 당장 돈이 부족하니까 하청을 줄 때 과거보다 훨씬 많은 자금을 떼고 공사를 넘겨줄 것이다. 이렇게 조달한 자금은 금융권에 진 부채를 갚는 데 우선 쓰이게 된다. 그 다음, 하청을 받은 건설사도 마찬가지로 사정이 급하니 가급적 최소한의 자금으로 공사를 진행하려고 할 것이다. 역시 더 많은 돈을 떼서 재하청을 주는 것이 최고의 선택이다. 이렇게 마련한 자금 역시 금융권 부채 상환에 들어간다. 재하청을 받은 업체는 재재하청을 주든가 아니면 스스로 공사를 해야 한다.
재하청을 받은 업체는 최소한의 비용밖에 받지 못하므로 어떻게든 현재 보유한 장비와 자재, 설비로만 공사를 해야 한다. 이를 신규로 주문하게 되면 도저히 공사비를 맞출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피라미드식 하청구조 아래서는 아무리 대형 SoC 사업을 벌여도 파급 효과는 전혀 일어나지 않는다. 기껏 나타날 수 있는 효과는 도로나 항만 건설로 인한 물류비용 절감 정도일까? SoC 사업 중에서도 만일 대운하 같은 토목공사가 위주인 경기부양책이라면 이런 부수적인 효과조차 기대할 수 없게 된다.
결국 정부의 대규모 사회간접자본 투자의 혜택은 은행으로 돌아간다. 앞서 본 것처럼 SoC 사업 수주업체, 하청업체, 재하청업체 모두 당장 급한 은행빚부터 갚기 때문에 은행의 BIS 비율은 늘어난다. 아울러 은행 예대율이 점진적으로 다소 하락하게 된다. 건설자들이 대출금을 갚으니 은행으로서는 다소 자금 여유가 생길 수 있지만 이를 다시 건설사에 대출해줄 리가 만무하다. 전면적인 구조조정이 없었으니 어떤 건설사가 망할지 알 수 없고, 아파트 미분양 증가 등으로 건설업 분야에 대한 불확실성은 오히려 더욱 커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제 살길도 바쁜 은행이 신규 대출을 해줄 수가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건설 부문의 버블은 정부가 제아무리 대규모 토목공사를 일으켜서 막으려고 해도 애당초 불가능하다. 현재 한국의 금융, 산업, 경제시스템 전체가 건설 버블의 붕괴를 막을 수 있는 상태가 아니기 때문이다. 도리어 무분별한 재정 투입은 약이 아니라 독이 될 가능성이 더 높다. 한국 경제와 금융시스템을 전면적인 위기 상황으로 더욱 밀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2009년 1/4 분기 ‘반짝’ 회복 후 위기 누적
2009년도 분기별 전망에서 가장 비관적인 시기를 꼽자면 2009년 1/4분기와 4/4분기이다. 2009년도 1/4분기 중 1월은 그나마 상황이 좋아지는 시기로 보인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 호전은 단기적으로 나타나는 것일 뿐, 결코 추세가 전환되는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2009년 1/4분기에는 경제 전 부문에서 대대적인 인력 구조조정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의 공기업 구조조정 의지에서 파급된 경제 부문 전체에서의 구조조정은 2008년 12월과 1월 중에 시작되어 1/4분기 중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일부 여론을 등에 업고 추진 중인 공기업 구조조정도 방향을 잘못 잡은 것이다. 무엇보다 건설업 구조조정이 필요한 시기에 건설업을 지원하기 위한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공기업을 구조조정 한다는 자체가 어리석은 일이다. 현재와 같은 경제공황 상황에서는 수요 위축을 최소화시켜야 하는 것이 정책 운용의 기본이다. 그런데 건설업을 살리기 위해 공기업부터 인력 구조조정에 나서게 된다면 모든 부문에서 구조조정에 의한 수요 위축이 일어날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이는 장기적인 수요 위축으로 이어져 결국 한국경제를 장기 침체로 몰고 갈 위험성을 키우게 된다.
게다가 공기업 인력 구조조정이 일어나게 되면 당연히 공기업의 예산 집행액도 따라서 줄게 된다. 현 시점에서 일반 기업들이 모두 현금 확보에 혈안이 되어 있는데, 정부 예산 집행의 일정 부분을 차지하는 공기업들의 예산 집행이 줄어들면 어떻게 되는가. 한쪽은 돈을 풀고 다른 쪽에선 돈을 풀지 않으니 경기부양책의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기 어려워진다.
1997년 금융공황이 치명적이었던 이유는, 공황의 원인이 기업부실에 있었기 때문에 전 산업에 걸쳐 대대적인 인력 구조조정이 일어났고, 이로 인해 한국의 내수 수요가 크게 위축된 것이다. 이로 인해 소위 ‘부익부 빈익빈’의 사회양극화가 촉발되면서, 중산층이 크게 줄어들었다. 중산층 붕괴로 인해 내수경제가 제대로 살아나지 못하는 후유증이 10년 넘게 지난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이런 뼈아픈 교훈을 잊고서 건설업 지원을 위해 다른 산업분야의 구조조정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면 과거 금융공황 때보다 더욱 긴 장기침체를 피할 길이 없어진다. 지금도 가뜩이나 심한 양극화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면서 한국경제의 미래는 사실상 없어지는 것과 마찬가지다.
앞서 잠깐 언급했지만 그나마 1월은 상황이 다소 좋아지는 듯 보일 수 있다.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에 일부 신규 자금이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2월과 3월이다. 소위 ‘3월 위기설’로 유명해진 1/4분기 중 한국경제의 위기 예측은 실은 매우 타당하다. 왜냐하면, 이 시기에 한계기업들의 부도와 파산이 이어질 것이 자명하며, 특히 자동차 업계에서부터 시작되는 제조업 위기가 본격화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이 사실이 ‘3월 위기설’을 더욱 치명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게 만든다. 그 단초는 2월에 있을 국내 기업들의 2008년도 기업 결산보고가 될 것이다. 2008년 4/4 분기 경제위기 때의 기업성적이 여기서 본격적으로 공개되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 경제 상황은 공황의 초입 단계로서 신용의 위기가 겹쳐져 있는 상황이다. 만일 기업의 성적이 나쁘면 더 나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일어날 것이고, 예상보다 기업의 성적이 좋아도 분식회계를 했거나 뭔가 감추고 있다는 식으로 신용에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 한마디로 적당히 나빠야 중간은 가는 그런 상황이 된 것이다.
그런데 기업결산 보고서를 통해 각종 지표들을 분석하다보면, 뭔가 이상한 데이터가 나오기 마련이다. 이 부분을 시장에서 주목해서 의구심을 갖기 시작하면 아무리 잘나가던 기업이라도 하루아침에 위험에 처할 수 있다. 정부라고 예외는 아니다. 예를 들어 이러한 것이다. 2008년 12월 5일 정부는 세간의 ‘3월 위기설’은 근거가 없다고 반박하면서 국내에 유입된 일본계 투자자금의 규모를 밝힌 바 있다. 이때 기획재정부는 2008년 10월말 현재 국내 전체 은행의 외채를 1,169억 달러라고 했다. 그런데 한국은행에서 나온 통계를 가지고 역추적해보면 이와는 큰 차이가 난다.
2008년 8월 말 현재 국내 전체 은행의 외채는 1,860억 달러수준이었다. 한국은행에서 발표한 ‘자본수지 현황’에는 2008년 10월에 200억 달러 유출, 11월에 110억 달러 유출 등 두 달에 걸쳐 310억 달러의 자본수지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온다. 또, 한국은행이 12월 3일 발표한 ‘11월 중 외환보유액 현황’을 보면 10월과 11월중 약 350억 달러 규모의 유동외채(1년 내 만기가 돌아오는 외채)가 감소한 것으로 추측된다고 밝히고 있다(이것은 사실상 10월과 11월 중 자본수지 적자액을 그대로 더한 것이다). 9월 중 외환보유고가 43억 달러 감소했으므로 9, 10, 11월 석 달간 유동외채 감소분은약 400억 달러가 되는 셈이다. 따라서 한국의 은행외채는 이 기간 감소한 유동외채 400억 달러를 모두 더하더라도 1,400억 달러 수준이 돼야 한다. 그런데 정부에서는 1,100억 달러 수준이라고 발표하니 시장에서는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다. 아니면 정부도 파악하지 못하는 400억 달러의 추가 달러 수요가 어디에선가 잠복하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기업의 경우 이러한 숫자상의 불일치가 발견되어 시장에서 해당 기업의 결산보고를 신뢰하지 않게 되면 그 기업의 채권은 곧바로 회수조치 된다. 결국에는 이로 인해 기업의 연쇄 부도가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다.
이것과 관련하여 금융위원회는 2008년 12월 18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기업들이 환율급등에 따른 환차손 때문에 장부상의 적자로 전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자산재평가를 허용하는 등 회계작성기준을 완화해주기로 했다. 이러한 꼼수는 오히려 신용위기를 증폭시킬 뿐 경제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실제 규모보다 훨씬 부풀려진 환차손에 대한 루머만 난무하게 되어 신용위기에서 탈출할 수 있는 기회만 놓치게 된다. 특히 내부적 혹은 외부적 요인에 의해 금융경색이 다시 심화되기 시작할 때 이러한 회계조작이 광범위하게 이루어졌다고 하면 밑도 끝도 없는 루머에 기업은 휘청거릴 수밖에 없다.
정부는 144조 원의 경기부양책을 상반기에 조기 집행하겠다고 하지만, 그 효과는 앞서 살펴본 대로 극히 미미하게 나타나게 될 것이다. 반면, 2월 이후부터 3월 사이에 한국 기업들과 금융의 취약성이 여지없이 나타나면서 국내 금융시장 상황이 극히 좋지 않게 될 가능성이 높다.
또 하나 문제가 되는 것이 소위 엔-캐리 트레이딩 문제이다. 바로 일본 은행들이 3월 반기결산을 앞두고 한국에 투자한 자본을 회수할 가능성이 높은 부분이다. 하지만 실제로 일본계 투자 금액중 한국에 직접 투자된 돈은 모두 합쳐서 150억 달러 수준에 그친다. 이중에서 3월 만기가 도래하는 것은 15억 달러 미만인 것이 정부의 발표와 같다.
하지만 정부에서는 2009년 3월 이전에 일본이 회수할 자금이 이 정도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외화유동성에는 문제가 없다며 ‘3월 위기설’을 일축했다. 여기서 크게 간과하고 있는 사실이 있다. 일본 금융기관들이 채권 회수에 들어갈 경우 실제로 한국에 직접 투자된 금액만 회수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미국, 유럽, 아시아 등 각국의 많은 외국계 투자자들이 지난 몇 년간 낮은 금리의 일본 자금을 빌려 미국 채권으로 스와프하거나 외환시장에서 헤징한 뒤 아시아 각국에 투자했다. 그러한 자금 중 일부가 국내에 들어온 것도 사실이다(실제로 이렇게 하는 것이 가장 적은 비용으로 가장 많은 투자자금을 확보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따라서 엔-캐리 트레이딩 회수는 단순히 일본 금융의 한국 금융시장 투자로만 국한해서 안이하게 볼 사안이 아니다.
대공황이란 초유의 사태를 촉발시킨 계기도 이와 비슷하다. 1929년 미국 주식시장이 폭락으로 프랑스 자본이 미국 및 유럽 전역에서 철수하여 미국의 달러나 영국의 파운드화의 위기가 점쳐졌지만 엉뚱하게도 오스트리아의 크레디트 안슈탈트 은행이 파산했고, 이것이 전 유럽에 확산되면서 1929년 주가 대폭락이 벌어져 세계적인 공황에 이르게 된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3월 위기설은 전 세계적인 디레버리징De-Leveraging의 정점이라는 측면에서 바라보아야 그 실체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우리 정부가 ‘3월 위기설’의 근거가 되는 일본 자금 회수 가능성을 순진하게 일본에서 직접 한국에 투자한 자금의 회수 가능성으로만 축소해서 판단하면, 그 결과 실제 나타날 수 있는 모든 금융시장 위기 가능성에 대하여 엉뚱한 정보를 한국의 투자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 이로 인해 금융시장에서 예상하지 못한 또 다른 충격이 주어지기라도 한다면, 국내 금융시장은 순식간에 패닉 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
정부 입장에서 2009년 1/4분기 최대의 화두는 아마 미국과의 통화스와프가 될 것이다. 일단 2009년 4월 말이 만기인 통화스와프계약이 계속 연장될지 아닐지는 현재로서는 예상하기 어렵다.
미국 오바마 행정부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대대적인 경기부양과 금융시장의 안정성 확보, 미국 기업에 대한 지원 등을 위해 앞으로 추가로 투입되어야 할 공적자금의 양은 더욱 늘어날 것이 틀림없다. 2008년 말 현재까지 미국이 금융위기를 맞아 사용한 공적자금의 규모는 약 7조 달러, 미국 GDP의 70% 수준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현재까지 나타난 부실채권액만 하더라도 무려 17조 달러라는 외신 보도로 볼 때 현재까지 투입된 달러로도 엄청난 규모의 부실채권을 상각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한푼이라도 아쉬운 미국 입장에서는 정상적인 상태라면 ‘푼돈’이라 할 수 있는 몇 백억 달러 수준에 그치는 각국과의 통화스와프 자금을 회수하는 방안을 고려할 가능성도 없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가능성이 현실화될지는 부정적이다. 앞서 자세히 살펴보았듯이 통화스와프는 단순하게 달러 몇 푼 빌려주는 개념을 넘어서는 고도의 정치적 행위이기 때문이다. 즉, 기축통화로서의 달러의 지위가 위태롭지 않게 만드는 안전장치이자 달러의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전 세계적인 금리인하를 강제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인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통화스와프 자금을 미국이 바로 회수하리라고는 보지 않는다.
따라서 미국은 주요 국가들과의 통화스와프 계약은 계속 유지하되, 작은 나라들과 체결한 통화스와프에 대해서는 보다 강화된 조건을 내걸고 스와프계약을 연장하려고 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의 경우에는 어떨까? 계약 연장의 조건은 아마 한미 FTA 재협상이 되지 않을까?
실물경제부문 2/4분기부터 본격적인 위기 시작
1/4 분기의 위기 상황이 지나간 후 2/4분기부터는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적어도 3/4분기까지는 지표상으로 한국의 경제상황이 최악의 상황은 넘긴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 시기부터 본격적으로 한국 제조업 분야에서의 위기 대응이 화두로 등장할 것이다.
일단 위기의 첫 번째 부분은 한국의 자동차 산업이다. 현재 미국 GM사의 위기 때문에 한국의 GM대우가 휘청거리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GM의 위기로 인해 GM의 할부금융시스템이 거의 작동하지 못하고 있어 GM 판매망을 통한 해외 수출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GM대우의 가동률이 사실상 파산 상태에 이를 정도로 축소될 것이다. 그 여파로 협력업체들의 2차, 3차 피해가 나타날 것이다. 이것이 2009년 2/4분기 이후 한국 경제에 지속적인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현대자동차나 기아자동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일단 세계적 경기침체로 자동차 수출 대수가 큰 폭으로 감소할 것이며, 대다수 해외 현지공장의 경영 지표도 크게 나빠지게 될 것이다. 결국 내년 상반기 중에 국내 자동차업체들은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일부에서는 최악의 사태도 나타날 수 있다.
한국이 국제경쟁력을 갖췄다고 하는 IT 및 전자산업 분야 역시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급격한 내수 위축 및 공공부문 IT 투자의 대대적인 축소로 인해 2/4분기 이후 급격한 실적 하락과 연쇄부도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이것은 한국의 수출경쟁력을 급속히 하락시키면서 2009년 이후 한국의 수출액 증가세를 사실상 꺾어놓게 될 공산이 크다.
앞서 보았듯, 현 정부는 건설업에 대해서는 지독할 정도로 편애하면서도 실제 경제성장률과 장기적인 일자리 창출에 가장 중요한 제조업 분야의 지원에 대해서는 지나칠 정도로 인색하다. 그뿐 아니라 기존에 잡혀 있던 국가 지원 예산까지 깎아버리는, 사실상의 제조업 고사 정책을 쓰고 있다.
현재 실물경제 부문으로 이미 전이된 금융공황 상황에서도 건설과 부동산 부분에 대해서는 연일 대책이 나왔다. 그마저도 국내제조업 살리기를 위한 자금 지원 계획이 사실상 없다는 점에서 오히려 빈축만 샀다. 반면, 건설업 지원책은 5천억 원 규모의 미분양 아파트 매입, 대한주택공사의 미분양 아파트를 분양가의 70% 수준에서 매입, 자산관리공사를 통해 저축은행의 건설PF 대출 부실매입, 각종 부동산 규제 완화, 대주단을 통한 부실 건설사 지원 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이다.
반면 제조업 분야 대책은 지금까지 단 한 차례, 2008년 12월 5일 발표된 지식경제부의 대책뿐이다. 한국 경제의 근간이자 뼈대인 제조업 부문에 대한 정부의 무대책은 반드시 2009년 2/4분기 이후 국내 실물경제 부문의 위기를 초래할 것이다. 이것이 다시금 금융시스템으로 전이되면서 또다시 금융위기로 발전하게 될 공산이 크다.
더욱 큰 문제는 정부의 대대적인 경기부양책과 각종 지원책에도 불구하고 건설업 분야의 붕괴가 사실상 2009년도에 초읽기에 들어가게 된다는 점이다. 앞에서 살펴보았듯, ABCP, PF 부실은 정부의 예상치를 훨씬 뛰어넘는 것이 사실이다. 한화증권 보고서에 의하면, 건설 PF 중 80%가 사실상 부실 PF라고 결론짓고 있다. 반면, 정부는 2008년 11월 말 기준으로 약 17%의 PF만이 부실이라고 보고 있다.
건설 PF의 부실 여부는 사실상 2009년 분양되는 수도권 지역아파트 9만 채의 원활한 공급 여부에 달려 있다. 수도권 지역 아파트 분양률에 의해 사실상 한국 건설업의 부실이 표면화될지 아닐 지가 결정된다는 뜻이다. 2009년도에 공급되는 아파트의 경우는 원자재 가격 상승, 금융비용 상승, 부동산 가격 상승에 의해 아파트 공급원가가 이전에 공급했던 아파트보다 월등히 높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2009년 수도권 지역의 공급물량인 9만 채가 제대로 소화되지 못한다면 건설사들은 심한 자금 압박으로 상위 도급업체라 하더라도 부도나 파산을 피하기 어렵게 될 것이다.
게다가 2006년 이후 착공된 아파트들은 대부분 원자재 가격의 상승과 부동산 호황에 따른 부동산 지가의 급속한 상승으로 건설원가가 상당히 높고, 일부는 외화 대출을 통해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했다. 이러한 요소들 때문에 2006년부터 2008년 상반기에 착공되어 2009년부터 2011년까지 공급되는 아파트는 아무리 부동산시장이 얼어붙어도 분양가가 쉽게 떨어질 수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것은 부동산 가격의 붕괴와 더불어 건설사들의 자금 구조를 악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결국 최소 2011년까지는 부동산시장이 도저히 살아날 수 없는 구조적인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이다.
건설부문의 부실화가 현실화되는 조짐은 벌써 나타났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서울 마포구 공덕동에 D건설이 공급한 주상복합아파트 132가구에 대해 2008년 12월 3일 1순위 청약접수에서 119m²형과 170m²형에 단 4명이 청약하는데 그쳤고, 이어 12월 5일 2순위 청약에서는 신청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 이미 서울을 비롯해 대부분의 지역에서 청약자격제한 등의 규제가 사실상 풀린 상태인데도 청약 수요 자체가 없었던 것이다. 이는 2009년도 아파트 분양상황이 어떻게 될지 보여주는 지표라고 할 수 있다.
부동산과 같은 고액자산은 워낙 많은 투자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에 시장의 추세가 갑자기 상승세로 돌아서기는 매우 힘들다. 이로 인해 2009년 중 부동산시장이 살아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며, 이것이 그대로 국내 건설사들에게 치명적인 비수로 돌아올 것이다.
한국은행에서 발표한 2008년도 예금은행의 부동산 부분 익스포저(위험 노출) 현황을 분석해보면, 기업대출 중 부동산과 관련된건설업 부문 대출과 부동산 임대업 부문 대출이 전체 기업대출의 26%를 차지하고 있다. 이 비율을 비예금은행 부분까지 확대해 적용할 경우 전체 기업 부문 대출액 998조 원 중 약 262조 원 정도가 건설 및 부동산 관련 대출로 추정된다(실은 비은행 부분의 경우는 예금은행보다 BIS 비율을 낮게 가져갈 수 있기 때문에 건설업, 부동산 관련 대출 부분은 예금은행보다 일반적으로 높을 수밖에 없다). 2009년도 전반에 걸쳐 이들 건설 및 부동산 관련 대출에 대한 회수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정부의 건설업 중심의 경기부양책에도 불구하고, 제조업 부분의 위기와 더불어 한국경제의 추락은 더욱 가속화되리라 예상된다.
금융 부문 3월과 12월 최대위기 가능성
2008년 연말 은행들은 BIS 자기자본비율 높이기에 사력을 다해 평균적으로 11~12%대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 은행들이 BIS비율을 높인다는 것은 쉽게 말해 자금 회수가 극에 달한다는 뜻이다. 이로 인해 시장에서의 금융경색이 겉으로 드러나든, 드러나지 않든 간에 아주 심각하게 진행될 것이다.
이러한 상태로 2009년 1월로 넘어가면 전통적인 한국 금융기관의 영업 행태에 따라 2008년 11월이나 12월보다는 신용경색이 다소나마 풀릴 것이다. 그러나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한국의 시중은행의 예대율은 한계점이라 볼 수 있는 150%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상태라면 2009년은 내내 고통스러운 상황의 연속이 될 수밖에 없다.
먼저 정부의 경기부양책에 따라 예대율의 하락이 지연되거나 혹은 천천히 일어날 것이다. 다시 말해, 2009년 내내 금융기관의 채권회수가 지속된다는 말이다. 또한 한계기업들의 도산과 채무불이행 등으로 BIS 비율은 매 분기 초부터 계속 하락하지만 매 분기 말이 가까워지면 은행들은 다시 BIS 비율 올리기에 나설 것이다. 이런 과정이 누적되면서 시중은행들 대부분이 자금의 공급처라는 은행 본연의 역할을 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정부의 기준금리 인하가 계속됨에 따라 은행으로 예금의 집중되지 않게 되니 갈수록 은행의 재정상황이 악화될 것이 명약관화하다. 2009년 내내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사실상 4/4분기 이후에는 은행의 기능이 사실상 정지해 완전 마비상태로 들어갈 가능성도 높다.
1997년 금융공황 당시와 비교해보면, 고금리 정책을 펼쳤지만 실제 대출금은 1998년부터 1999년까지 크게 줄어들지 않았다. 그러나 전면적인 기업 구조조정이 실시되고, 앞서 살핀 것처럼 고금리 예금의 금리가 서서히 내려가자 1998년 6월부터는 은행으로 예금이 몰렸다. 이로 인해 예대율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1999~2000년에 9% 이상의 경제성장을 이루는 발판이 되었다.
그러나 2009년도에는 1998년 같은 구조조정이 없을 가능성이 다분한 상태에서 2010년이나 2011년 중에 한국경제가 본격적으로 회복할 만한 요소는 보이지 않는다. 정부는 어렴풋이 한국이 지난 1997년 금융공황을 이겨낸 바 있기 때문에 1년 정도 지나면 상황이 좋아질 것이라는 낙관적인 견해를 갖고 있다. 하지만 각종 객관적인 지표는 우리 경제가 상당 기간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함을 보여주고 있다. 회복은 고사하고 오히려 일본식 장기불황의 늪으로 빠져들 위험이 농후한 것이다.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한 경기부양책이 상반기 중 집중적으로 집행됨에도 불구하고 건설업 및 제조업 분야 위기가 지속될 것이고, 실업율이 증가하고 금융기관의 부실화가 진행되면서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 상황에 빠지면서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외국자본이 지속적으로 유출되는 경우이다. 이렇게 되면 정부의 경제정책이 일대 혼란에 빠지면서 3/4분기 중 다시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재정적자에 대한 불안을 더욱 증폭시키면서 채권시장에 일대 혼란을 야기할 것이다. 말 그대로 경기부양의 후폭풍인 구축효과만 더욱 증폭시키게 되리란 결론이 나온다.
현재 우리 금융시장의 최대 문제점은 금리 인하가 계속되면서 변화된 경제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각종 금융정책 수단을 사실상 상실해버리면서 모든 채권들이 기준금리와는 전혀 관계없이 따로 움직이게 된 것이다. 현재 정부가 취하고 있는 각종 정책들은 단지 지표상의 데이터들만 조작하는 수준일 뿐, 실질적으로 자금 순환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만드는 어떤 정책도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현 경제팀의 한계에서 비롯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강만수 장관은 과거 1980년대와 90년대에 기업구조조정의 실무를 담당했었고, 사공일 대통령 직속 국가경쟁력강화위 위원장의 경우 역시 1980년대 기업 구조조정의 기획과 실무를 맡았던 경력이 있다. 그런데 왜 이들이 기업 구조조정을 두려워하는가? 그 이유는 과거 자신들이 담당했던 기업 구조조정이 훗날 5공 비리 등으로 정치문제화되었던 바람에 정부주도형 기업구조조정의 폐해를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이다. 강 장관의 경우 자신이 주도했던 해운업 구조조정 등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한때 해외 변방에서 근무해야 했던 아픈 경험도 갖고 있다.
게다가 현 정부 고위 경제관료 중에서 지난 정부에서 기업 및 금융 구조조정에 대한 기획과 실무를 담당했던 사람들이 거의 없다는 것도 치명적인 약점이다. 아울러 과거 1998년과 1999년 IMF 구제금융 아래서 추진된 구조조정 당시를 이후 긍정적으로 평가했던 인사도 거의 없다. 극히 최근에 들어서야 경제관료들이 당시 구조조정에 대해 새로 공부하기 시작했다니 이런 초보적인 수준으로 절체절명의 한국경제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을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 경제팀도 기업 및 금융 구조조정은 결국 시장의 힘에 의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시장에 의한 구조조정이 이루어지려면 긴축적인 금융정책이 절실히 필요하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금융완화 정책을 펴는 바람에 자연스러운 구조조정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은행의 예대율도 떨어지지 않고, 경제와 금융의 불확실성에 대한 확실한 조율도 해내지 못한 채, 그저 대규모 경기부양책으로 경제가 살아날 것을 ‘기도’하는 실정인 것이다.
현재 한국 금융부문에서는 최소 200조 원 이상의 대출이 줄어들거나, 반대로 최소 200조 원 이상의 예금이 늘어나야 경기가 회복되리라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 2008년 10월 시중은행들이 급히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고금리 특판예금을 한시적으로 판매해 약 20조 원의 예금이 증가한 이후, 11월 들어서는 오히려 예금액은 떨어지고 있다. 대출 역시 거의 줄어들지 않은 상태이다.
따라서 은행들 입장에서는 빚을 져서 꾸려야 하는 실정이다. 즉, 은행채와 CD를 발행해서 유동성을 확보하는 길 외에는 달리 방도가 없는 상태이다. 하지만 금융감독 당국의 강력한 권고로 은행채와 CD의 발행이 제한되고 있는 상황인데다, 고금리 특판예금도 금리 인상을 우려한 정부 당국으로부터 자제 요구를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유일하게 남은 방법은 지급준비율을 내리는 것 뿐이다. 문제는 지급준비율 인하 역시, 은행 입장에서는 유동성위기를 넘기기 위한 임시 방편일 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조치는 아니라는 사실이다.
은행이 안정적인 장기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길은 장기 은행채를 발행하거나, 장기예금을 유치하는 길 외에는 없다. 장기 은행채의 경우 7~8%가 넘는 높은 금리가 아니면 발행이 어렵고, 장기예금도 판매가 사실상 막혀 있는 상태이다. 이 때문에 은행 입장에서는 돈을 빌려주고 싶어도 빌려줄 수 없는 처지이다.
1997년 당시, 7월 기아자동차 사태 이후로 은행 및 제2금융권은 장기로 자금을 조달할 길이 막히자 결국 정부 당국에 손을 벌릴 수밖에 없었다. 한국은행에서 단기자금을 공급받아 겨우 만기가 돌아오는 채무를 갚는 데 급급했던 것이다. 손발이 묶인 은행들은 계속 정부 당국에만 매달리다가 급기야 IMF 사태로 통칭되는 금융공황으로까지 발전했던 것이다.
2009년 상황 역시 그때와 거의 다르지 않다. 따라서 2009년 내내 계속될 실물경제 부문의 부실로 인해 은행들로서는 BIS 비율이나 BIS 비율 중 특히 기본자본(Tier-1) 비율을 맞추는 데 급급해질 것이다. 그리고 예대율 하락이 지연되면서 금융부문의 신용경색 현상이 지속되다가 결국 4/4분기 경에는 은행권 위기가 극히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
단기적으로는 2009년 1/4분기가 국내 금융권에도 위기가 될 것임은 명확하다. 정부가 직접 나서서 유동성을 공급해주니 은행들로서는 한숨을 돌릴 수 있었지만, 문제는 이 RP 물량이 2009년 초부터 금융시장에 풀리게 된다는 사실이다. 여기에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제조업 분야의 인력 구조조정으로 인해 수요 위축이 일어나고, 이것이 제조업 분야 위기를 더욱 강하게 만들 것이며, 아울러 건설 분야 위기가 도래하는 것도 결국 은행들로서는 큰 위협이다. 이 때문에 국내 금융계 입장에서도 소위 ‘3월 위기설’이 설득력을 갖는 것이다.
그나마 본격적으로 한국은행이 매입한 환매가 시작되는 2009년초부터는 건설사들의 ABCP를 비롯해 PF를 위해 설립된 SPC의 유동화증권 만기도 본격적으로 도래한다. 또한 한은의 유동성 공급으로 시중은행들이 대거 발행에 성공한 10월말에서 11월 초 사이의 CD 만기가 역시 이 시기에 몰려 있다. 이 모두를 다시 한국은행의 발권력에 의존하여 버티겠다는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
기존 RP 물량의 경우 실제로는 한국은행이 2009년 1/4 분기에 이를 다시 가져가는 방식으로 전체 물량이 금융시장에 풀리는 것을 막을 것이다. 하지만 이 기간에 만기가 도래한 CD의 경우는 은행이 자체적으로 흡수해야 한다. 또한 2009년 초에 자금 경색이 심해지면 한국은행이나 공공부문 기금이 나서서 기업들의 자금 압박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어떠한 방식이든 해결책이 들어가게 됨으로써 최악의 상황은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많은 자금이 실질적으로 장기간 묶이게 될 것이고, 정부의 정책방향에 따라 한국은행이 계속 유동성을 공급하게 되면 2009년 4/4분기에 최악의 위기가 도래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2009년 주요 기축통화들의 가치 하락이 예상되는 가운데 한국 원화의 가치는 상대적으로 더욱 하락하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2009년 1월부터 4월 사이에 돌아오는 은행채 만기 액수는 1월에 11조 884억 원, 2월에 6조 7734억 원. 3월에 8조 7911억 원, 4월에 11조 7260억 원 등 총 29조 3082억 원이다. 여기에 한국은행이 장기RP로 매입한 자금인 20조 원 중 일부가 포함되면 약 40조 원 정도의 만기가 내년 1/4 분기에 한국 금융권으로 집중된다.
수출입부문 중국 경기부양 여부에 주목
수출 부문 역시 암울하기는 마찬가지다. 현재 한국경제에서 대외무역부분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67% 정도로 추정된다. 당연하게도 한국경제의 주요 성장 동력은 수출이다. 연 20%대의 수출증가세가 실질적으로 연 3.5%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담보하고 있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2009년 수출증가율은 2002년 이후 최저치인 연6.7%(삼성증권), 6.1%(금융연구원)에서 최악의 경우 마이너스 증가율을 각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2008년 11월 수출입동향이 충격적인데, 무려 마이너스 18.3%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수치는 2008년 7월 월간 수출액으로는 사상 최대인 400억 달러수출 실적이 2006년 9월의 296억 달러 수준으로 추락, 거의 25%정도의 수출 감소가 나타났다는 것을 뜻한다.
이러한 급격한 수출 감소세는 이제 시작에 들어간 것으로 판단된다. 현재 추세로 살펴볼 때 2009년 초에는 최고 수출액과 비교해 거의 절반 수준으로, 사실상 2004년 수준으로 수출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각국의 경기부양책이 시작되는 2009년 2/4분기부터 3/4분기까지는 수출이 어느 정도 회복되겠지만, 이 역시도 제한적일 것이다. 결국 수출 부문의 기록적인 마이너스 증가세는 피하기 어렵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2009년 한국의 수출액은 2008년 4천억 달러 선도 유지하기 힘들고, 대략 3천억 달러 선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수입의 경우는 한국경제의 침체에 따라 전년도 대비 20% 이상의 감소세를 보일 것이다. 수출도 줄지만 수입은 그보다 더 크게 떨어지면서 2009년 상반기 동안 한국의 경상수지는 어느 정도 흑자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미국의 달러화가 엄청난 재정적자를 이기지 못하고 결국 약세로 돌아서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 2009년 3/4분기 이후이다(미국 달러화가 강세인지 약세인지는 유로화와의 상대적 가치비교를 통해 나타날 수밖에 없다). 미국 달러화의 약세에도 불구하고, 한화는 전체적으로 달러화보다 더욱 약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2009년 2/4분기부터 3/4분기까지는 한화가 달러에 비해 다소 강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예상은 기본적으로 2009년 중국의 경기부양책이 어느 정도 효과를 나타낸다는 가정 하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사실 한국의2009년도 경제 예측은 어쩌면 미국보다 중국 경제의 기상도에 따라 많은 부분 달라질 것이다.
첫 번째, 중국 정부의 강력한 부양책이 효과를 거두며 목표치인 7% 경제성장률에 도달하는 경우이다. 물론 한국경제의 어려움이 해소되는 것은 아니지만, 중국경제가 선전하면 우리 수출이 마이너스세로 돌아서지 않는 정도는 가능해질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전반적인 경기 악화 속에서도 정말 심각한 위험에서는 벗어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를 긍정적으로만 볼 수 없는 부분도 존재한다. 중국 경제나 인도 경제가 회복 기미를 보이면 국제 원자재가격이 다시 오르기 시작할 것이고, 이것이 미국 달러화 약세와 맞물려 증폭될 경우이다. 정부 당국이 물량 위주의 경기부양책을 고수하고 통화량을 과도하게 공급한 상황이라면 우리 경제는 심각한 인플레이션 압력을 받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 중국경제가 성장률 목표치 7%에 미달하는 경우이다. 이렇게 중국경제까지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지금까지 예상한 각종 비관적인 시나리오가 거의 맞아 들어가게 될 것이다. 이 상황에서도 미국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게 되면 내년 하반기에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이 일어나면서 인플레이션 위험이 현실화될 수 있다.
2008년 12월 현재 국내외 언론을 통해 들어오는 간접적인 정보들을 보면, 중국의 경제상황은 상당히 좋지 않은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심지어 국제금융시장 일각에서는 중국 중앙정부의 통치 능력에 대한 의문까지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객관적 지표로만 보면, 중국의 경우 대규모 경기부양책이 시도될 경우에 성공할 확률은 대단히 높다. 특히 철도 사업을 대규모 경기부양의 주요 목표로 삼고 있다. 중국 당국이 케인즈식 경기부양책의 메커니즘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에 경기부양책의 성공 가능성을 더욱 높게 점쳐볼 수 있다.
정작 문제는 오랫동안 중국의 각종 경제지표들이 많은 부분에서 부풀려져 있다는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했고, 특히 중공업 및 건설 분야의 과잉투자가 오랫동안 진행되어왔다는 점이다. 이런 우려가 중국의 경기부양책의 성공을 확신하게 만들지 못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 이외에 우리 경제가 수출을 기대할 곳은 마땅치 않다. 상대적으로 한국의 수출이 많이 이루어져왔던 이머징 마켓(신흥시장)의 경우, 이미 많은 국가들이 경기침체 정도가 아니라 아예 IMF에 지원을 요청할 정도로 사실상 금융과 경제가 무너진 상황이다. 따라서 적어도 2010년까지 이들 국가들의 경기가 좋아지리라 기대할 수 없다. 따라서 중국 이외에는 한국의 무역 규모가 확대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외환부문 잠복된 복병, 낙관은 금물
2009년 경제전망 중에서 중요한 부분 중 하나가 외환 부문이다. 2008년도 9월부터 11월까지 그리고 12월 현재까지도 한국은 과거 1997년 금융공황 중 외환유동성 위기를 겪어본 탓에 일찍부터 외환 부문의 부도 가능성을 심각히 우려해왔다. 덕택에 한국의 외환유동성 부분의 위기관리 능력도 많이 확충되어 객관적으로 보게 되면 외환 부족으로 인한 국가부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각론으로 들어가 보면, 문제가 그리 만만하지 않다.
먼저 한국의 외환 부문의 채무 현황부터 살펴보자. 한국의 총외채는 2008년 12월 현재 3,800억 달러 수준으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유동외채가 2008년 12월 현재 1,900억 달러 수준이다. 2009년 동안 장기외채의 만기로 인해 늘어날 유동외채 분량은 약50억 달러 수준으로 보이므로, 도합 1,950억 달러 수준이 될 것이다. 이중에서 정부의 대외채무 631억 달러 중 518억 달러는 외국인의 국채 및 투자분이고, 약 110억 달러 정도는 외평채(33억 달러)나 공공차관(34억 달러) 등 장기외채 부분이다.
정부는 518억 달러의 외국인의 국채 및 투자분이 원화표시채무이므로 문제가 없다는 의견이다. 하지만 외국인 투자자가 채권을 팔아 본국에 송금하면 이 부분 역시 달러 수요를 발생시킨다. 즉, 정부는 원화표시채권의 상환 부담과 달러 수요 발생 가능성을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2008년 10월에 외국인들은 국채 및 통안채 중 약 4조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즉, 30억 달러 정도의 달러 수요가 새로 발생한 것이다.
다음 살펴봐야 할 것이 은행의 대외채무 부분이다. 은행들의 외채상환이 대부분 여기에 집중됐던 것으로 보아 2008년 10월 말 현재 국내은행의 대외채무는 대략 2,105억 달러로 판단된다. 그런데 조선사 환헤지 등으로 상환 부담이 없는 외채가 900억 달러 수준이므로 이 부분 역시 문제될 것이 없다는 분석이 있다. 이것 역시 너무도 안이하고 낙관적인 판단이다. 최근 조선 수요가 급감한 것은 물론, 심지어 발주 물량이 취소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따라서 900억 달러 수준의 조선사 환헤지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분명 존재한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첫 번째로 가능한 시나리오는 주문사의 대금납입 지연으로 인한 만기불일치의 문제이다. 현재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경우로, 실제로 거의 대부분의 선박 수주물량에서 주문사의 대금납입이 늦어지는 실정이다. 이렇게 되면 달러 대금이 들어올 것으로 예상했던 기한에 실제로 달러가 들어오지 않으므로 요주의채무가 되는 동시에 단기적인 달러 수요가 추가로 발생하게 된다. 이 경우에 조선사는 갖고 있는 외환으로 일단 은행에 선물환 결제를 행해야 한다. 이로 인해 조선사 입장에서는 엄청난 손실을 입게 되고, 이 과정에서 신규 외채 수요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두 번째는 아예 발주한 선박 주문을 취소하는 경우다. 2008년 9~10월 사이 실제로 이런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런 경우에도 약속된 계약금이나 착수금 등으로 달러가 들어올 것으로 예상했다가 펑크가 나므로 악성채무가 돼버린다. 이러한 리스크 분석 없이 환헤지라서 상환 부담이 없다고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것은 상당히 무책임한 판단이다.
설사 이러한 리스크를 분석하지 않고 예상한다 하더라도 약1,100억 달러 규모에 달하는 은행의 대외채무는 여전히 남아 있다. 또한 제2금융권의 대외채무가 280억 달러 수준이고, 기업부문 대외채무가 1,182억 달러이다. 이중에는 선박 수출선수금 509억 달러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이것이 전혀 리스크를 갖지 않는다고 해도 직접 노출되는 기업부문 대외채무가 673억 달러이다. 따라서 금융권과 기업의 직접 노출된 대외채무는 총 2,000억 달러 수준이다. 그런데 한국의 외환보유고는 2008년 11월 말 현재 2,005억 달러이다. 단순히 대차대조표 상으로는 아슬아슬하나마 문제를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한국이 해외에 빌려줬다가 2009년 만기가 돌아오는 대외채권 1,394억 달러가 있다. 이를 포함해 계산하면 우리가 실제상환해야 될 부담은 725억 달러로 줄어든다. 하지만, 한국은 외환보유고의 거의 90%인 1,800억 달러 정도를 미국 국채나 모기지채권 등에 투자한 실정이다. 실제 언제든 가용할 수 있는 외환보유고는 200억 달러 수준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게다가 외화표시대출이 488억 달러 추가되면 최소한 약 1,200억 달러(=725억 달러+ 488억 달러) 정도의 외환 부문 익스포저가 남아 있는 것이다.
물론 미국 국채나 모기지 채권 등을 매각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미국 채권 매각으로 국제금융시장이 교란될 것을 우려하고 있는 미국 재무부측이 매각 자제 요청을 하게 되면 우리 정부가 수용할 수밖에 없는 것 또한 현실이다. 게다가 많은 전문가들이 2009년 상반기 중 만기가 도래하는 외채 규모가 약 800억 달러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차환율이 30%라는 점을 고려할 때, 최소 600억 달러 수준의 만기외채는 어차피 달러로 상환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가 된다.
정부는 그동안 미국의 통화스와프 자금 및 한중일 스와프자금확대 등의 조치로 일단 외환 부문의 급한 불은 끈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특히 미국 통화스와프는 계약이 만료되는 2009년 4월 이후에는 어떻게 될지 기약하기 어렵다. 따라서 2009년 초 정부는 만기로 받은 스와프자금으로 다시 스와프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만기불일치가 발생할 가능성에 대하여 특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특히나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되는 외채일수록 현재와 같은 세계적인 금융위기 상황에서는 언제든 비수가 되어 돌아올 위험성을 늘 염두에 둬야 한다. 하지만 2008년 말 현재까지 정부나 유력한 기관에서 이에 대한 위험분석이 거의 나오지 않고 있는 점은 심히 유감스러운 일이다. 예를 들어, 2,000억 달러에 이르는 소위 ‘문제 없는 외채’ 중에서 약 5% 정도가 예상과 달리 문제를 일으켜버린다면 갑자기 100억 달러 규모의 악성 외채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악성 외채가 발생하면 은행이나 기업, 정부로서는 일단 자체적으로 보유한 외환으로 막거나 심지어는 외환 현물시장에서 달러를 사와서라도 막아야 한다. 이는 가뜩이나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금융시장에 분명한 임팩트를 주게 된다.
마지막으로 ‘3월 위기설’의 한 원인으로 지목되는 일본 금융계의 동향을 간략히 설명하고자 한다. 현재 일본 금융계의 경우 역시 세계적인 금융위기 때문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전 세계에 투자한 자금에 대한 손실에다 특히 금융거래회사의 주식평가손으로 인해 일본 금융계도 BIS 비율. 하락의 고통을 겪고 있다. 일본 역시 채권시장의 시황이 좋지 않아 보완자본(Tier-2) 비율을 높이는 데 사용되는 후순위채권이나 기본자본(Tier-1) 비율을 높이기 위한 하이브리드 채권을 발행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BIS 비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일본 중앙은행의 협조가 절실한 상황이다.
일본 중앙은행으로서도 후순위채권이나 하이브리드 채권 매입 심지어 일은특융을 발동하기 위해서는 일본 금융기관의 자구 노력을 요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과거 버블경제 때부터 아직까지 남아 있는 부실채권이 약 70조 엔이나 된다. 이런 탓에 국제 금융위기로 인한 충격으로 일본 금융기관들의 BIS 비율이 급격히 낮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BIS 비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한국 등 전 세계에 대한 직접 대출뿐만 아니라 특히 ‘사무라이 본드’라고 불리는 해외대출 부분을 적극적으로 회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일본 금융계가 사무라이 본드를 적극 회수하기 시작한다면 아시아 전체의 시각으로 한국에 얼마만한 타격이 올 것인지에 대해 미리 대비해야 한다. 단순히, 일본 금융의 대출이나 투자규모만 보고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지나치게 좁은 시야이다.
2008년 12월의 막바지에서 갑자기 국제금융가에 긴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은 중동지역 금융위기 가능성이다. 쿠웨이트의 최대 투자은행인 글로벌인베스트먼트하우스(GIH)가 신디케이트론의 만기 차환 문제로 사실상 디폴트 상태에 빠지면서 중동발금융위기가 부각되기 시작했다. 이 문제는 2008년 12월 말 현재 HSBC를 어드바이저로 하여 관련 채권은행단과 GIH 측이 협상을 진행 중이다.
더 큰 문제는 최근 유가 하락으로 중동 지역의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의 자금 여력이 부족해 이 지역 투자은행들의 갑작스런 위기 상황에 대응할 수 없는 상태라는 사실이다. 세계적인 신용평가기관 피치에서는 쿠웨이트 정부가 GIH에 대한 구제금용을 실시할 수 없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러한 금융위기 상황은 쿠웨이트뿐만이 아니라 아랍에미리트(두바이), 카타르 등 중동지역의 금융허브 국가 전반으로 급속히 파급되는 양상이다. 이미 두바이의 경우 파산 위험에 대한 경고음이 국제금융계에 울린 상황이며, 중동의 국부펀드의 경우 이번 국제 금융위기로 약 30%나 되는 엄청난 손실을 입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달러가 약세가 되더라도 유가가 상승할 여력은 많지 않다. 하지만 중동 지역의 국부펀드들이 기존에 세계 각국에 투자한 자금이 엄청나다는 사실이 중동 발 금융위기의 뇌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들이 결국 손실 보전과 채무불이행을 피하기 위해 전 세계 금융시장에서 투자금액을 회수하기 시작하면 새로운 금융위기가 벌어지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한국의 경우는 많은 건설사들이 이른바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중동 지역에서 다수의 대형 건설프로젝트를 수주했거나 수주할 예정이다. 해당 건설사들은 이런 프로젝트를 담보로 신규 자금지원을 받거나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을 상환해왔다. 그런데 중동 지역의 금융위기가 확산될 경우 이 지역의 대형 건설프로젝트가 위험에 빠지면서 대형 건설사들을 중심으로 갑작스런 유동성 위기가 찾아올 수도 있다.
미국과 아시아를 지나서 이제 중동까지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면서 국제금융계는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태이다. 이미 에콰도르가 디폴트를 선언했듯, 다른 자원부국들의 파산이 연달아 발생할 경우에는 한국 역시 이머징 마켓의 신용위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된다.
빠른 회복이냐 장기 침체냐, 선택의 기로
지금까지 2009년 우리 경제를 전망해보았다. 결국, 우리 정부가 올바른 경제 정책을 편다면, 현재의 위기는 2년 정도의 침체기를 통해 얼마든지 벗어날 수 있다.
하지만, 건설과 토목을 위주로 하는 경기부양책을 우선적으로 사용하며, 특히 부자들을 위한 감세정책만을 앞세우게 된다면, 대규모 재정적자를 피할 수 없게 된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과잉 유동성에다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대외부문의 충격에 휩쓸리게 된다면 한국경제는 깊은 나락으로 추락할 수밖에 없다.
한국경제는 2009년 한 해 동안 마이너스 성장을 피하기 어렵다. 이러한 상황에서 함부로 감세정책을 펴면 적자 국채를 현재 계획된 수량보다 두 배는 더 발행해야 할 것이다. 대규모 경기부양책에도 경제가 살아나지 않는 것에 당황한 정부가 추가경정예산까지 편성하게 된다면 2009년 한 해 국채 발행량은 국채 차환 50조 원을 포함해 거의 100조 원에 육박하게 된다.
2009년 한 해 동안 또 하나 유념해야 할 점은 향후 발생하게 될 부실채권의 규모가 얼마나 될 것인가 하는 부분이다. 2008년 12월 15일 현재 기준으로 은행권의 총 대출은 892조 원, 총예금은 623조 원이다. 그러므로 12월 15일 현재 예대율은 143% 정도로, 12월 초보다는 다소 낮아졌다.
국내 은행의 총 대출은 892조 원 중에서 주택구입 자금인 주택담보대출이 약 300조 원, 일반 가계대출이 약 350조 원 등 가계대출이 650조 원을 차지한다. 그리고 나머지는 기업대출이 약 250조 원 정도를 차지한다. 여기에 부동산 PF의 경우가 약 100조 원규모이다. 여기에 제2금융권의 대출 일부가 포함되어, 전체 민간신용 1,100조 원 중 약 90%의 대출을 커버하고 있다.
첫째, 가장 관심이 높은 일반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부실채권발생 가능성을 살펴보자. 한국개발연구원(KDI)가 분석한 자료에 의하면, 최악의 경우(주택담보금리 7.2%, 매매지수 20% 하락. 참고로 1998년 당시 매매지수 15% 하락, 국민총소득 4% 하락) 약 2.57%의 연체율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다. 따라서 더욱 최악의 상황으로 가정할 경우 대략 두 배인 5% 연체율이 발생한다고 보면, 주택담보대출 300조 원 중 15조 원 가량의 부실채권이 생긴다.
둘째, 일반가계대출 350조 원의 경우, 현재 0.6%인 연체율과 주택담보대출의 경우보다 신용대출이 많다는 점, 과거에는 전세자금 대출이 많았지만 자영업자의 운전자금 대출 역시 높다. 이런 점을 감안해 최대 10%가 돈을 갚지 못한다면 일반가계대출의 부실채권은 35조 원까지 예상된다.
셋째, 일반 기업부문 대출액 250조 원을 보자. 2008년 11월 연체율이 1.35%인 것을 감안해보면 연간 20% 정도로 추정되어 약 50조 원의 부실채권을 예상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건설 PF의 경우 총 대출액 70조 원 중에서 대략 절반이 부실화된다고 보면(한화증권 보고서에 의하면 80%를 부실 PF로 보고 있으며 정부의 전수조사는 15% 정도를 부실로 보고 있음) 35조원을 예상할 수 있다.
각 분야의 부실채권 예상액을 모두 더하면 약 135조 원이 된다. 이 분석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것으로, 여러 증권사나 경제연구소 등에서는 부실채권 발생액을 보통 100조 원 수준에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이러한 부실채권뿐 아니라 부실채권 발생에 의한 대손충당금 적립 등을 생각해보면 최대 약 200조 원 정도의 통화수축이 예상된다. 따라서 앞으로 2~3년 동안은 ① 민간자본 금융권으로 집중(적어도 100조 원에서 200조 원 수준의 예금 필요) ②대출 회수 및 부실채권 축소(최소 100조 원) ③ 부실채권 처리를 위한 공적자금 조성(약 50~100조 원) 등으로 자본을 집중해야 한다. 이중에서 ①과 ②가 실현되어 예금 200조 원이 집중되고 대출이 100조 원 줄어들면, 예금이 830조 원, 대출이 790조 원이 된다. 그 결과 예대율이 95%로 떨어지기 때문에 경기활성화의 기틀을 놓을 수 있게 된다.
혹자는 100조 원이 넘는 부실채권이 발생하면 한국경제가 완전히 망가지는 것이 아닌지 의구심을 갖는다. 하지만 사실 현재 상태에서 100조 원 규모의 부실채권은 얼마든지 극복 가능한 수준이다. 정작 문제는 이 정도 부실채권이 발생한다는 것은 부동산 자산가치의 급격한 하락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며, 그런 상태로 최소 10년 이상 부동산 자산 가치 상승을 기대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부실채권을 상각하고, 부동산 대출의 위험성을 금융권을 비롯한 모든 경제주체들이 자각하게 된다면 우리 경제는 분명히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수 있다.
예금은행 총 대출금 900조 원 중에서 100조 원이 넘는 자금이 부실채권이 된다고 지레 겁을 먹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소위 IMF로 상징되는 1997년 금융공황 당시에 총대출금은 약200조 원 규모였고, 이중 1998년 1월까지 무려 절반이 넘는 120조 원의 대출이 부실채권이 되었다(여기서 부실채권이란 3개월 이상 고정이하여신을 의미). 이것을 공적자금 160조 원으로 처리해낸 것이다. 부실채권 매각 및 워크아웃 등으로 약 50% 정도를 회수하고 그 자금으로 다시 부실채권을 처리했던 것이다.
당시에는 아시아 지역을 제외하고는 국제경제가 괜찮았기 때문에 IMF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반론이 가능하다. 하지만 당시 은행 대출금의 50% 정도가 부실채권이 되었고, 이후 1999년 대우그룹 파산으로 추가로 90조 원의 부실채권이 발생했던 것을 상기해보자. 이는 사실상 한국경제의 90% 가까이가 부실화 된 것이라 보아도 무방할 정도의 대사건이었다. 그런 최악의 상황에서는 아무리 해외 사정 좋아도 자국의 경제가 쉽게 살아날 수 없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하지만 사실상 아주 적확한 정책을 통해, 무엇보다 당시 엄청나게 뛰어오른 환율에도 불구하고 물가상승률을 6.7%대로 억제하는데 성공했고(비슷한 상황이던 멕시코는 15~20%의 물가상승률 기록), 예대율의 급속한 하락(예금의 은행 집중, 대출은 크게 줄지 않았음) 및 이로 인한 금융권의 신용창조 능력 확충, 그리고 이에 기반을 둔 적절한 재정정책과 금융정책(1997년 12월 콜금리 최대 27%에서 1998년 12월 65%로 점진적 인하)이 실시되었기 때문에 한국이 금융공황을 최단 시간 내에 극복해 탈출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런 부실액수의 절반 규모로 대손충당금을 쌓는다고 가정할 경우, 결국 국내 총 통화량의 20%나 되는 약 200조 원이 사실상 은행에 잠겨버리거나 허공으로 날아가게 된다. 이 규모가 워낙 무시무시하기 때문에 현 정부는 모두를 끌어안은 채 건설과 토목 중심의 경기부양책을 통해 다 살려보겠다며 우격다짐 식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하지만 이미 시장은 건설업처럼 과잉 투자된 부분에 대한 빠른 구조조정을 강제하고 있는 형편이다.
지금 정부처럼 금융시스템의 건전성 확보를 등한시하고 오직 부동산의 자산 가치를 지지하기 위한 정책을 남발하다가는 결국 부동산 가치는 가치대로 떨어지고, 경제 상황은 나빠질 대로 나빠지고, 국가 경쟁력은 파탄나기 십상이다.
특히 수요 측면을 간과하는 소위 감세정책은 아무런 효과도 없다. 삼성경제연구소도 부유층 감세의 효과는 10년 이후에나 나타난다고 밝히고 있다(직설적으로 말해, 효과가 없다는 의미이다). 오히려 재정 악화로 인한 더 큰 문제만 낳을 뿐이다.
2009년 1/4분기까지 약 40조 원, 2009년 말까지 모두 110조 원의 은행채 만기가 돌아온다(은행채 듀레이션과 한국은행의 은행채 매입 규모에 따라 만기 액수는 조정될 수 있다). 2009년 경제정책이 잘못되면, 한국의 잠재 경제성장률은 크게 훼손당하게 될 것이다.
누누이 강조한 것처럼, 가장 바람직한 해법은 2009년 한 해 동안 부실산업 전체에 대한 구조조정을 벌여 우리 경제의 위험과 부담을 일찍 털어내는 것이다. 그런 다음 2010년에 접어들면서 강력한 경기부양책을 쓰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최악의 경우는 국민의 혈세는 혈세대로 낭비하고 구조조정은 이루어지지 않은 채 불확실성 속에서 한국경제가 헤매게 되는 상황이다. 결국 한국경제는 세계에서 가장 늦게 이번 공황에서 탈출하게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