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화두하면, 화두가 여러 가진데, 화두는 전체가 암호밀령이야, 암호밀령! 표현된 말하고 속뜻이 다르다 그 말이야. 겉에 표현된 그 모양으로서는 속 내용을 모르는 거야. 정전백수자(庭前柏樹子)라 했다고 해서 뜰 앞의 잣나무만 빙빙 돌다가는 그 사람은 '정전백수자'라 한 그 뜻을 모른다 그 말이야. 한 가지 예를 들면, 운문종(雲門宗) 중흥조(中興祖)라 하는 설두중현선사(雪竇重顯禪師)가 공부할 땐데, 어떤 스님이 와서 정전백수자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참 했는데, 그 옆에 중 되려고 온 행자(行者)가 보더니 씩 웃거든. 비웃는다 그 말이야. 그땐 손님이 있어서 아무 말 안하고 (있다가) 손님이 간 뒤에 행자를 불렀단 말이야. '이 건방진 놈아, 행자 녀석이 큰스님들끼리 법문(法門)하는데 니가 비웃어? 그런 생각 가지고는 당장 나가라!' '허 참 딱하십니다.' '뭐가 딱해?' '입은 앵무새 같은데, 눈이 멀었습니다. 정전백수자하면 그 뜻이 어디 있는지 좀 알고 말해야 하는데, 그 뜻은 東에 있는데 당신은 西에서 더듬으니 눈이 먼 게 아닙니까? 그게 하도 딱해서 웃었습니다.' '그럼 네가 그 뜻을 말해봐라.' 그래 게송을 하나 지어 말하는데,
白兎橫身當古路 토끼 한 마리가 몸을 비끼고 옛길을 가니
蒼鷹一見便生擒 푸른 매는 토끼를 보고 낚아채어 달아났는데
後來獵犬無靈性 뒤에 오는 사냥개는 바보가 되어
空向古椿下處尋 공연히 쓸데없이 나무만 빙빙 도는구나.
'정정백수자'라고 한 뜻은 토끼에 있는데, 딴 데 있다 그 말이여. 매처럼 바로 아는 사람은 나무를 돌지 않고 토끼를 바로 잡아서 달아나 버리는데, 사냥개는 바보가 되 갖고 '나무'라 했다고 자꾸 나무만 돈다 이 말이여. 그러니 정전백수자라 했지만 그 뜻은 나무에 있지 않고 토끼(처럼 다른 곳)에 있(다는 말이라.) 그 소리를 듣고 확연히 깨치고 평생을 도반으로 스승으로 삼았거든. 이 화두란 것이 '삼 서 근'이라 했다고 해서 삼 서 근을 물고 있다가는 그것도 큰 일 나는 것이고. 화두가 전부 암호밀령인줄 알아야 돼. 그 좋은 예가 양귀비(楊貴妃)에게 '소옥'이란 몸종이 있었는데, 간부(姦夫)인 안록산(安綠山)을 부를 때는 '소옥아, 소옥아' 하고 소옥이를 자꾸 불렀는데, 그 내용은 안록산이 들어오라는 암호야. '내가 소옥이를 부를 테니 당신이 들어오시오.'하고 짜놓고 부르는 것이야. 그러니 소옥이 한테는 볼일이 없는데, 아무 것도 모르는 소옥이가 오면 시킬 일이 꽉 찼으니 백 번 불러서 백 번 시키는 거야, 안록산이 들어올 때까지. 일체 話頭ㆍ公案이 그처럼 암호밀령으로 되어 있어. '어떤 것이 부처냐?' '삼 서 근'이라 하니 흔히 삼 서 근이 부처라고 그렇게 해석하는 사람이 쌨는데, '삼 서 근'만 부천가? 똥덩어리도 부처고 흙덩이도 부처고 전체가 부처지, 부처 아닌 게 어딨어? 하필이면 삼 서 근만 부처야? 그렇게 해석한다면 이건 남쪽을 북쪽으로 아는 사람이라 이 말이야. 그 뜻은 저 깊은 곳에 있는데, 그 깊은 뜻은 무심삼매(無心三昧)를 성취하지 않으면 절대로 모른다 이 말이야.
내가 정신변환(精神變換)을 이야기했는데, 보통 사람은 잠이 들면 캄캄한데, 정신변환이 되어 일체망상이 다 떨어져서 오매(寤寐)가 一如해서 자나 깨나 똑같은 정신 상태에 이르면, 아무리 잠이 깊이 들더라도 언제나 밝아 있는 정신상태가 되더라 이렇게 말했거든. 이 화두ㆍ공안(話頭ㆍ公案)이란 것은 무심삼매(無心三昧)를 거쳐서 진여자성(眞如自性)을 바로 깨쳐야만 알 수 있는 것이지, 번뇌 망상으로서는, 의식(意識)상태에서는 암만해도 몰라. 그런데 화두 배워서 우리가 보통 활동할 때도 화두가 옳게 되지 않는 여기서, '개가 불성(佛性)이 없다는 게 무슨 별 뜻이 있을까?' 이렇게 한다면 영원토록 화두는 모른다 이 말이야. 화두는 의식상태, 지금 일상 활동할 때 화두가 잘 되도 모르고, 꿈에 몽중(夢中)에 화두가 완전히 되도 저 깊이 들어가야지 그렇지 않으면 몽중에 잘 안 돼. 수 십 년 전문적으로 공부해도 잘 안 된다 이 말이야. - 그런 몽중에 완전히 화두가 되도 여기서도 모른다 이 말이여. 오직 어디서 알게 되느냐하면, 잠이 아무리 깊이 들어도 언제든지 밝아 있어 어둡지 않는, 이 상태가 되어야만 비로소 조금 짐작하는 것이야. 그래서 표준이 거기에 있단 말이야. 수박이 겉이 푸르다고 속까지 푸르다는 사람은 수박을 모르는 사람이요, 수박 속은 못 본 사람이듯, '정전백수자' '마삼근(麻三斤)'이라 했다 해서 겉만 보고 말하는 사람도 그와 같단 말이야. 그 뜻은 딴 데 있단 말이야. 그러니 그 내용을 알아라 이거라. 그 내용은, 자나 깨나 장애를 받지 않고 분명하게 밝아 있는 정신상태가 아니면, 정신계발(精神啓發)이라 할 수 없고, 따라서 화두를 조금이라도 짐작할 수 없다 이 말이야. <옮겨온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