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의 산길 - 그리스도교 관상- : 고파올로 (260709 ~ 260831)
1. 신비의 산길 1 ( 2026.07.09 )
2. 신비의 산길 2 ( 2026.08.16 )
3. 신비의 산길 3 ( 2026.08.24 ) -그리스도교 관상-
4. 감미로움의 향유 ( 2026.08.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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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의 산길 1
http://www.ofmkorea.org/ofmfb1/582349
고파올로 2026.07.09 15:48
신비의 산길 1
<신비의 산길 1>
오늘날 과학 기술은 날로날로 놀랍도록 발전하여 "최첨단"이란 수식어를 붙이기도 하지만, 앞으로 어느 정도로 발전할지는 가늠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요즘은 "인공 지능"(AI)으로 정말 놀랍고도 새로운 세상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그런 최첨단의 최첨단 과학이 아무리 발전해도 결코 해결하지 못할 문제가 적어도 두 가지가 예견되는데, 하나는 죽음의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행복의 문제 아닐까 싶습니다.
죽음과 행복의 문제는 과학으로도 해결할 수 없고 재력으로도 해결할 수 없을 것입니다.
물론 과학과 재력이 어느 정도까지는 건강 회복과 행복에 분명히 기여하고 도움이 됩니다.
그러나 거기까지입니다.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죽음과 행복의 문제, 특히 사랑과 자유의 문제는 결코 해결하지 못할 것입니다.
왜 그럴까요? 두 가지 다 신비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죽음도 신비이고 생명도 신비입니다.
또한 행복도 신비이고, 사랑도 자유도 신비입니다.
신비를 깨닫지 않고서는 죽음도 행복도 결코 해결하지 못할 것입니다.
빌 게이츠도 그 많은 재력으로 사랑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고
스티브 잡스는 안타깝게도 56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야 했습니다.
미국의 의술로도 어떻게 하지를 못한 거지요.
신비는 초월의 영역이라 과학으로도 재력으로도 어떻게 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신비를 알면 죽음 앞에서도 초연할 수 있고 또 이 짧은 지상 생활 중에서도 영원한 생명을 앞당겨 살면서 참으로 행복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신비는 멀리 있는 것도 아니고 터득하기 어려운 것도 아닙니다.
인간은 누구나 신비를 체험할 수 있고 또 누구나 그 신비를 체험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갓난아기도, 심지어 태아마저도 신비를 체험하게 되어 있고 신비를 체험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이미 수없이 신비를 체험하며 살아 왔습니다.
다만, 신비 체험을 하면서도 그것이 신비 체험인지를 모르고 있었을 뿐이지요.
그러면 신비란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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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의 산길 2
http://www.ofmkorea.org/ofmfb1/583717
고파올로 2026.08.16 14:47
신비의 산길 2
우리가 하루하루 살아가는 일상적인 삶 안에는 지상의 그 어떤 재화로도 구매할 수 없는 신비로 가득 차 있습니다. 윌리엄 블레이크(William Blake, 1757~1827)의 "순수의 전조"(Auguries of Innocence)라는 시는 이렇게 시작됩니다.
"한 알의 모래 속에서 우주를 보고
한 송이 들꽃에서 천상을 보네.
손바닥으로 무한을 쥐고
한순간 안에 영원을 담네".
To see a World in a Grain of Sand And a Heaven in a Wild Flower
Hold Infinity in the palm of your hand
And Eternity in an hour.
이 시를 통해서 우리는 블레이크가 매일매일 우리 발 밑에 밟히는 모래 한 알에서 빛나는 우주의 신비를 직관하였고, 공원의 한 모퉁이에서 늘 피고 지는 이름 모를 꽃 한송이에서 천상의 신비를 관조했음을 추측할 수 있습니다.
블레이크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우리 또한 이 세상이 신비의 보석으로 가득차 있음을 깨닫게 되고, 그렇게 우리도 그처럼 신비가가 될 수 있습니다.
저는 어릴 때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며 자랐습니다. 그래서 어머니가 닭을 키우며 병아리를 부화시키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았습니다. 아주 경이로웠지요.
모든 암탉이 알을 품어 부화시키는 것은 아닙니다. 인공 부화된 병아리는 어미닭이 되어도 알을 낳기만 하지 품을 줄을 모른다고 합니다. 반드시 어미 품 안에서 부화된 병아리라야 어미닭으로 큰 뒤에 알을 품어 부화시킬 줄 안답니다. 놀라운 일입니다.
어미닭은 알을 낳아 품는 동안 발로 계속 알을 돌려주고, 품 밖에 있는 알과 품 안에 있는 알을 교대로 계속 바꿔가며 품습니다. 알이 곯지 않고 모두 부화되도록 그렇게 하는 거지요. 그런데 간혹 곯은 알이 끼어 있는 경우가 생기는데, 그럴 때에는 어미닭이 용케도 이를 알고 곯은 알을 품 밖으로 내밀어 놓습니다. 지혜롭게도 닭이 곯은 알은 품지 않습니다.
아무튼 품는 알들은 거의 동시에 부화되는데, 참으로 놀라운 것은 껍질 속에 있는 병아리가 달걀 껍질을 깨고 나오기 위해 껍질 안에서 여린 부리로 껍질을 두드리면 어미닭이 그것을 알아차리고 병아리가 속에서 두드리는 바로 그 부분을 밖에서 정확하게 쪼아준다는 사실입니다. 이를 옛 선현들은 줄탁동시라 표현했지요. 생명의 세계는 참으로 오묘하고 신비롭습니다.
사실 우리는 그동안 이와 비슷한 신비들을 목격하며 살아왔습니다. 꽃을 보고 아름다움을 체험하거나 자연의 빼어난 경관을 보고 감탄한 적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익명적으로 이미 하느님의 신비를 체험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 신비가 바로 우리를 참으로 행복하고 기쁘게 해주는 보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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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의 산길 3
http://www.ofmkorea.org/ofmfb1/584039
고파올로 2026.08.24 19:40
신비의 산길 3
-그리스도교 관상-
일상적인 삶 안에 숨어 있는 신비를 알아보는 것을 그리스도교에서는 "관상"이라고 합니다. 이 말은 영어로 contemplation이라 하는데,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명상"이라고 번역하여 사용하고 있습니다.
현재 미국에서는 신경정신과 의사들이 정신적인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명상을 처방전으로 내려줄 정도로 명상이 널리 보급되고 있다 하고, 한국에서도 그 정도는 아니지만 여러 가지 명상법이나 명상 훈련이 제법 소개되고 있습니다.
물론 제가 말씀 드리는 관상은 그리스도교 관상으로서 요즘 유행하고 있는 명상과는 본질적으로 다릅니다.
성경에는 관상이라는 명사가 나타나지 않지만, "관상하다"는 동사는 여러 형태로 다양하게 등장하며, 초대 교부 시대부터 현재까지 관상은 가톨릭 교회 내에서 널리 사용되어 온 지극히 그리스도교적인 신학 개념입니다.
약 2천 년 동안 펼쳐져 온 가톨릭 교회의 역사 안에서 관상에 대해 실로 많은 논쟁이 있었기 때문에, 여기에서 그 다양한 개념을 일일이 다 소개할 수는 없고, 아주 간략하게 핵심만 말씀드리겠습니다.
관상이란 하느님의 보이지 않는 신비를 영적인 감각으로 바라보는 것입니다.
사례를 하나 들겠습니다.
연어의 생애는 어미 연어가 시내 상류에 알을 낳고 수정한 후 모래나 자갈을 덮은 다음 시작된다. 시냇물은 알에 충분한 산소를 공급하기 위해 반드시 흘러야 한다. 연어 새끼의 배에는 성장에 필요한 영양을 저장하는 큰 난황을 가지고 있으며, 자갈 밑에서 부화된 새끼는 난황이 흡수되기까지 자갈 밑에 숨어 살다 3~4cm 정도의 크기가 되면 좀더 큰 강으로 이동한다. 그리고 강을 떠날 때가 되면 바다에 적응하여 살 수 있도록 생리적 변화가 일어난다. 강 어구에서 해수에 적응하는 기간을 가진 다음, 넓은 바다로 향한다. 연어는 바다에서 4-5년 전후로 살다 고향의 시냇물로 수천 킬로미터를 헤엄쳐 돌아온다.
부화된 연어는 1년이 지나면 그 크기가 25cm 정도가 되고, 3년이면 57cm 내외로 자라며, 성장이 끝난 연어는 70-90cm 정도가 된다.
연어는 귀소본능에 따라 반드시 자기가 자란 강으로 돌아온다. 강 입구에서 약 1년 정도 자랄 때 맡은 냄새를 기억하고 있다 찾아오는 것이다. 동해로 흘러드는 시냇물들은 인간의 과학으로 보면 그 화학적 성분의 차이가 없으나, 연어는 예민한 미각과 후각으로 고향의 시냇물을 정확히 구별해 낸다. 그래서 동해의 연어 가운데에는 멀리 알래스카까지 가는 연어도 있지만, 놀랍게도 자기 고향의 시냇물을 찾아올 수 있다. 알을 낳기 위해, 즉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연어가 지니고 있는 이 놀라운 감각! 경탄스러울 따름이다. 그러나 개발이나 오염 등으로 연어가 자라난 강물이 변질되어 고유한 냄새가 사라지면, 그 강을 끝내 찾지 못하고 바다에서 죽게 된다. 연어는 다른 강으로는 절대로 들어가지 않기 때문이다.
시내 가까운 강 어구에 이르면 연어는 치어 때와 같이 강물에 적응하기 위해 생리적 변화를 일으키며 산란할 준비를 한다. 연어의 산란기는 10월부터 12월 사이로, 이 때가 되면 연어는 먹이를 먹지 않고 강 상류로 올라와 수심이 10~25cm 정도 되는 자갈이나 모래질인 강 바닥에 직경 1m,
깊이 50cm 정도 되는 구덩이를 파고 그 속에 산란하며, 수컷이 수정한 다음 이를 모래 등으로 덮는다. 산란을 하는 연어는 만 3~4년생이며, 한 마리의 연어는 약 2,000~6,000개의 알을 낳는다. 연어는 단 한 번의 산란을 위하여 고향의 냇물을 찾아오는 것이고, 산란이 끝나면 곧 죽는다.
이토록 신비로운 연어의 생애를 인간의 과학으로 과연 설명할 수 있을까요? 연어 안에 숨겨진 생명의 신비에 우리는 그저 탄성을 올릴 따름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연어 이야기를 들으면서 연어의 신비를 보고 느끼는 것, 이것이 곧 그리스도교에서 말하는 관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연어의 신비는 하느님께서 말씀으로 창조하신 생명의 신비이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의 신비는 온 우주 안에 펼쳐져 있고, 우리는 이런 저런 방식으로 또는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신비를 느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관상을 하며 살아가는 것입니다.
인간은 본성적으로 하느님의 신비를 관상하도록 창조된 존재입니다. 익명적으로라도 인간은 관상을 하게 되어 있습니다. 갓난아기도 심지어 태아마저도 어머니의 사랑을 느끼면서 익명적으로 관상을 하게 됩니다. 관상하지 않는 인간은 애초부터 가능하지 않습니다.
이런 지평 위에서 인간은 관상하는 존재, 즉 관상인(homo contemplans)이라 할 수 있고, 관상인은 자연스럽게 하느님의 신비를 유희하는 인간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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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미로움의 향유
http://www.ofmkorea.org/ofmfb1/584428
고파올로 2026.08.31 20:49
감미로움의 향유
“주님께서 나에게 기름을 부어 주시니
주님의 영이 내 위에 내리셨다”(루카 4,18).
탯줄 끝 부분에 형성되는 태아쪽 태반은
산모쪽 태반에 나무 뿌리들처럼 착~ 달라붙어 있지만,
태아의 피와 산모의 피는 직접 섞이지 않는다.
태아쪽 태반의 수많은 융모 안에는 태아의 모세혈관이 지나가고,
융모 바깥으로는 산모의 피가 흐른다.
두 혈액은 아주 얇은 막 사이로
산모는 산소, 포도당, 아미노산, 항체를 태아에게 공급하고
태아는 이산화탄소와 대사 노폐물을 산모에게 내보낸다.
탯줄 안에는 태반 융모에서 건너받은 산소와 영양분을
태아에게 운반하는 하나의 정맥과
태아의 노폐물을 태반으로 반출시키는 두 개의 동맥이 흐른다.
태반 융모는 산모의 피와 태아의 모세혈관이 오묘하게 상호 작용하는
신비로운 교환의 장소인데,
바로 이곳에서 생명이 서로 교감하는 가운데 산모의 병원체가 차단되어
태아가 건강하게 보호되기도 한다.
생명의 세계는 참으로 놀랍기만 하다.
이른 새벽, 고요 중에
생명의 경이로움을 바라보노라니
그 신비가 온 몸으로 퍼져 흐른다.
온 몸에 퍼져 흐르는 신비로움이
감미롭게 마음속으로 스며든다.
감미로움의 향유가
신비로운 영으로 쏟아져 내리는 은총의 새벽이다.
2026. 8.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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