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흘 머물 민박집이에요.
조용하고 한적한 교외에 위치해 있어 사람 구경하기도 힘들어요.

방 두 개를 얻었는데 2층에 있는 작은 방은 하루에 100불,
아래층에 있는 큰 방은 120불 정도로서 그리 싼 편은 아니에요.
하지만 밥을 마음대로 해먹을 수 있어 우리 한국사람들로서는 편한 곳이지요.

저녁이 되면 으스스 춥고, 한국보다 습하지 않아 참으로 쾌적합니다.
피서지로서는 최고의 장소가 아닐까 하는....
집에서 준비해 온 반찬과 햇반으로 저녁을 먹고
8월 7일(목) 오전 11시 경....
나다니엘 호돈의 생가와 작품 The House of Seven gables가 있는 매사추세츠 주 Salem(세일럼)으로 출발했습니다.
작은 항구 도시 세일럼은 마녀사냥이라는 아픈 역사를 지니고 있는 곳이에요.
세계적인 대문호 나다니엘 호손이 살던 곳이기도 하고요.

세일럼은 마녀 재판이라는 어두운 역사의 그림자가 드리운 장소...
아주 오래 전 1623년 영국인들이 어업 목적으로 케이프 앤에 이주해 오면서
작은 정착촌을 이루었던 곳입니다.

작은 마을 세일럼은 미국문학을 세계문학의 반열에 올려놓은 작가 호돈으로 관광객이 들끓는 장소가 되었습니다.
세일럼에서 태어난 호돈은 마녀사냥의 가해자 편에 선 재판관을 조상으로 두었어요.
호돈은 조상의 죄업을 속죄하는 뜻으로,
박해받아온 약자의 삶을 조명하는 소설을 쓰면서 미국문학의 새 지평을 열었던 것이지요.
초기의 작품 '옛이야기' 등 단편들과 '주홍글씨' , '일곱 박공의 집(The House of Seven Gables)'
모두 이곳 세일럼을 배경으로 쓴 소설들입니다.

'일곱 박공의 집'은 세일럼, 터너 가 54번지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탐욕으로 인해 저주 받은 한 가문의 몰락과 죽음을 다룬 소설, '일곱 박공의 집'의 공간적 배경이지요.
이 책은 2012년 민음사에서 번역되어 나왔어요.^^ 꼭 읽어보시길...

소설의 모델이 된 이 집은 원래 카리브 해 무역으로 부자가 된 존 터너 라는 사람이 1668년에 지은 것입니다.
3대째에 이르러 경제적으로 몰락하게 되자, 터너 가문은 이 집을 호돈과 인척 관계인 잉거솔 가에 팔았어요.
사촌인 수전 잉거솔을 찾아 이 집을 방문 했던 호돈은 이 집의 독특한 외관에 영감을 받아 그때 쓰고 있던 소설의 제목으로 사용한 것이지요.
당시 이 집의 박공은 4~5개만 남아 있었는데, 호돈은 집주인으로부터 원래 박공이 일곱이었다는 소리를 듣고, 소설 제목을 '일곱 박공의 집'으로 붙인 것입니다.

박공?
처음에 박공이라는 어려운 낱말을 대하곤, 한참 고개를 갸웃했습니다.
집에 은박, 금박을 입히는 사람을 말하는 것일까?

지붕을 자세히 보면 양쪽 끝머리가 마치 책을 펼쳐놓은 듯하지요?
이렇게 양쪽 끝머리가 한자의 '入'자 모양으로 붙인 두꺼운 널판을 말하는 것이에요.
이렇게 가파른 지붕이 일곱 개가 있다는 얘기지요.

어쨌든...
1908년 이 집은 다시 캐롤라인 에머튼에게 넘어갑니다.
에머튼은 집을 산 뒤 곧 기념사업회를 만들고, 전문가에게 의뢰해 소설에 묘사된 대로 일곱 박공의 집으로 복원한 것이지요.
일곱 박공의 집은 17세기 목조주택으로서 뉴잉글랜드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
또 문학적인 가치와 건축학적인 가치 등 두 가지 큰 가치를 지닌 집이 되었습니다.

'일곱 박공의 집'은 쇠락해가는 한 가문에 얽힌 이야기입니다.
소설은 일곱 박공의 집을 지은 핀천 가의 5대에 걸친 가족사를 다루고 있습니다.
마녀사냥이라는 역사적 맥락에서 모티브를 잡아 이 소설을 쓴 호돈...
그는 왜 이런 소설을 썼을까요?
그것은 바로, 속죄의식이었겠지요.
조상이 마녀사냥에 깊이 관여해 무고한 사람들을 많이 죽게 했다는 죄의식...
후손으로서 어떤 식으로든 속죄를 해야한다는 무의식적인 의도에서 그는 일곱 박공의 집 뿐 아니라 '주홍글씨'도 썼던 것입니다.
그 증거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일곱 박공의 집 바로 옆에 있는 생가에서 본 호돈 가의 'Family Tree'...

처음에 성은 HATHORNE이었는데
호돈은 W 자를 붙여 자신의 성을 HAWTHORNE이라고 바꾸었습니다.





일곱 박공의 집의 스토리는?
세일럼에 마녀 사냥이 한창일 때,
마을 외진 곳에서 가난하게 사는 매튜 몰의 오두막 집터를 오랫동안 탐내왔던 지방 유지 핀천 대령은 몰을 마귀로 몰아 그를 처형하는데 앞장섭니다.
몰은 처형당하면서 친천 대령을 향해 하나님의 징벌로 피를 토하고 죽게 될 것이라고 저주합니다.
핀천 대령은 몰의 집터에 일곱 박공의 집을 짓고,
집의 완공을 축하하는 파티를 여는 날 저녁, 손님들을 기다리다 뇌출혈로 급사하게 됩니다.
그 후로 핀천 가의 후손들은 점점 쇠락해 급기야 5대째에 이르러 겨우 먹고 살 정도로 가난하게 됩니다.
핀천 가의 몰락은 억울하게 죽은 몰의 후손들에 의해 직접 행해지는 것이 아니고,
원죄를 초래한 탐욕과 오만이 대대로 세습되어 스스로를 파멸의 구렁텅이로 빠지게 된 것이지요.
몰의 후손들은 복수할 기회를 노렸고, 기회가 주어지면 은밀하게 복수를 감행하기도 했지만
결국 그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핀천의 후손들 자신이었던 게지요.
두 시간 동안....
나다니엘 호돈이라는 위대한 작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았어요.
그러다 보니, 꼬르륵.....
이곳 보스톤은 clam chowder가 유명해요.
clam은 조개 종류, chowder는 스프와는 달리 걸죽한 것을 말합니다.
우리는 세일럼에서 유명한(?) 레스토랑으로 차우더를 먹으러 갔어요.

이게 바로 클램 차우더예요.

oyster cracker를 얹은 클램 차우더....
약간 싱거웠지만 잘게 자른 조갯살이 씹히는 맛이 참 괜찮았어요.
강력 추천하고 싶네요.

이건 호박 튀김...

이건 stuffed mushroom(속을 채운 버섯)

이건 scallop(조개관자)예요. 오늘의 추천요리라고 해서 한번 시켜보았는데 맛은 그저그렇네요.
관자가 쫀득쫀득 씹혀야 하는데 약간 그렇지 않았어요.^^
그래도 맛있게 먹었답니다.
자....
배도 부르니 산책 좀 해볼까?
세일럼 항구의 모습은 참으로 한적했습니다.
관광객이 군데군데 보였지만 전체적으로 한산한 느낌...





구경 한번 잘 했네요.
이제는 마녀박물관으로 Go go!
첫댓글 샘 덕분에 편안하게 미국 작가의 역사 박물관을 보네요. 즐거운 여행되세요
다른 작가들도 많은데 시간이 많지 않아, 중요 작가만 돌아보려고요. 이제 작은 아씨들을 쓴 루이자 메이 올컷과 소로우, 그리고 에드가 앨란 포우가 남아 있네요.^^
든든한 일행과 즐겁게 다니는 모습같아 안심되긴한데, 된 일정은 잡지말고 쉬엄쉬엄 잘 충전하며 다녀요.
동생이 밥 먹여주지, 영어 잘 하는 두 조카가 가이드 해주지, 조카사위가 운전 해주지...정말로 편한 여행입니다.
한국에 있는 산모퉁이 가족들에게 미국 문학 기행 가이드가 되셨네요! 글과 사진이 너무 재미있어요~ 제가 그 곳에 직접 간 것 같아요^^
짬짬이 쓰느라 정신이 좀 없지만, 열심히 써보려고는 하고 있어요.ㅠㅠ
가이드 해 준 식구들이 있어서 이런 여행이 가능하지 않을까요? 영어도 안되는 전 부러움만...ㅠ.ㅠ
영어 열심히 공부해서 다음에 또 오고 싶어요.^^
선생님 덕분에 유식해지네요~~듣고 지나쳤던 내용들이 선생님 덕분에 다시 머릿속에 각인됩니다.
유식해졌다니 기쁩니다. 저도 여행 한번 하고 나면 훨씬 유식해지는 느낌입니다.^^
볼거리, 맛있는 음식, 좋은 사람들...최고의 여행!
클램차우더가 그렇게 맛있는지 처음 알았어요! 역시 여행은 많은 것을 안겨주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