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 동네를 좋아하는 이유
마을기자단 조 은 희
봄을 맞이한 나무와 꽃들이 서로를 견제하듯 눈 돌릴 틈 없이 피어나고 순을 돋운다. 그러한 모습들의 변화를 느끼고 체감할 즈음 꽃들이 한 번에 피고 져버린 시간도 순식간에 지났다. 4월 중순인 지금 서울의료원 맞은편 8단지 앞의 큰 대로변을 따라 진한 분홍의 철쭉꽃들이 탐스럽게 피어있다. 그 길을 걸어 산책하는 동안은 굳이 꽃구경을 먼 곳까지 달려갈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곳곳에 눈길과 발길을 사로잡는 곳들이 많은 이 동네가 나의 힐링 장소가 되고 있다. 이 동네에 살게 된 지 어느덧 30년이 가까워진다. 그 시간을 살다 보니 자주 가는 곳과 좋아하는 곳이 몇군데 있다.
먼저 망우역사문화공원이다. 망우공원은 망우리 공동묘지로 시작되어 역사와 문화 그리고 시민들의 산책로가 어우러진 문화공간으로서의 변모를 꾀하였다. 프랑스 파리의 쇼팽, 오스카 와일드, 짐 모리슨 등이 잠들어 있는 페르라셰즈 공동묘지처럼 우리에게도 한용운, 방정환, 이중섭, 권진규 등의 근현대 역사 인물들의 이야기를 가까운 곳에서 만날 수 있는 공간이 되고 있다. 책 속 역사 인물들을 잊지 않고 자주 찾아가 만날 수 있는 곳, 그들과 함께 숨 쉬고 휴식할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의 역할을 앞으로도 꾸준히 발전해 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문화공원으로 재정비한 후 가끔 찾아가는데 갈 때마다 계절의 변화를 눈으로 몸으로 느끼는 곳이다. 두 시간 정도 둘레길의 걷기를 마치고 그 곳의 카페에서 즐기는 커피 한잔의 시간은 조급하지 않은 여유를 갖게 한다. 망우 공간 2층에서 바라보는 탁 트인 하늘과 한껏 뿜어내는 자연의 향기는 답답한 가슴을 시원하게 뚫어준다.
그리고 두 번째로는 방정환교육지원센터를 꼽을 수 있다. ‘꿈과 희망을 키우는 교육도시 중랑’을 모색하며 지역주민들과 학생, 학부모에게 교육 정보를 제공하고 진로체험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함으로써 새로운 교육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지난겨울 단기 프로그램으로 <그림으로 보는 미술 인문학>과 <영화로 만나는 도시 인문학>을 수강했다. 1~2월 총 4번의 인문학 강의를 들으며 지속적으로 이런 프로그램이 열리기를 바랐다. 그러나 겨울 단기 프로그램으로 마쳐서 아쉬웠는데 이런 성인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제공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인문학 강의에서 60~70대의 어르신들이 많이 참석하였는데 눈을 반짝이고 귀를 기울이는 모습을 보면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구나. 열정은 오히려 어르신들에게 더 많은 것은 아닌가. 하는 부러움을 가졌다. 그분들을 보면서 더 나이 들어 건강이 허락한다면 나도 그렇게 열정적으로 뭔가를 배우고 싶다는 바람을 갖게도 하였다. 자녀를 키우는 부모로서 또 배우는 성인으로서 자체 프로그램에 관심을 갖게 되기도 하지만 교통이 불편하지 않은 곳에 위치해 찾아가기 편한 것에도 손꼽을 수 있다. 다양하고 색다른 프로그램들이 많이 생겨 찾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길 바란다.
세 번째로는 내가 가장 좋아하고 즐겨 찾는 곳인 봉화산 동행길(무장애데크길)이다. 처음 그 동행 길을 조성한다고 했을 때 둘레길도 있고 산에 오르내리는 길도 많은데 굳이 그 길을 왜 만들까 하는 의심도 했다. 아까운 세금만 낭비되는 것은 아닌지 그 길을 조성하면서 자연은 해치지 않을지 그 길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다닐까 하는 의심과 궁금증이 맞물려 있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면 유모차나 휠체어 등 남녀노소 누구나 불편 없이 산을 오를 수 있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나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사람들과 자연이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이란 생각이 든다. 저녁 산책길 야간 조명이 은은하게 비춰주면서 자연도 쉬는 시간이 필요할 텐데 이 곳의 불빛은 언제 꺼지나 궁금하던 차에 밤 11시부터 새벽 4시까지는 소등하여 동·식물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자연과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 씀씀이까지 넓고 깊은 시선과 생각에 감사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내가 중랑구를 벗어나지 못하는 또 하나의 매력은 편의시설이 곳곳에 있어 큰 불편함이 없다는 것에 있다. 중대형 마트가 발걸음으로 몇 분의 거리에 있고, 교통편도 나쁘지 않다. 6~7호선과 중앙선이 근처에 있고, 공공시설도 가까이에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 게다가 자연과 어우러져 꽃과 나무가 눈 돌리는 곳마다 있으니 마음 정화에도 도움이 된다. 아이와 함께 자주 방문하는 서점과, 학원과 학교도 집주변에 있어 이용하기에 불편함이 적다. 집에서 가까운 곳에 있으니 걸어서 다니기에도 좋을 뿐 아니라 동네 친구들과 만나 수다를 떨 수 있는 곳도 많다. 배우고 싶은 프로그램이 많은 주민자치센터도, 책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도서관에서 상호대차하여 책을 읽을 수 있는 편리함을 갖춘 작은 도서관들이 주변 가까운 곳에 있는 것도 맘에 쏙 든다. 아마도 이 동네에서 아이들을 낳고 키우면서 추억을 차곡차곡 쌓은 곳이기에 정이 더욱 많이 든 것일 수도 있다. 이래서 앞으로도 중랑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 같다.
2023. 04.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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