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독이란 윤여정 연기 인생에 무슨 의미냐?
“영화는 감독이다. 나이 60 넘어 알았다. 영화는 종합예술, 감독은 모두를
아울러야 한다. 대단한 힘이다. 김기영 감독을 만난 건 21살인가. 그분에
대해서 정말 죄송한 건, 제가 그분을 감사하게 생각한 게 50, 60되서,
그분 돌아가시고 나서다. 사람들은 천재라고 하는데 나한텐 너무 힘든
감독이고 이상한 사람이라고 늘 이야기했다. 김기영 감독은 어렸을 때
만난 거고, 정이삭 감독은 늙어서 만난 것.
우리 아들보다도 어린 앤데 어떻게 이렇게 차분한가. 현장에선 (감독들이)
미치거든. 수십명 컨트롤하면 감독들이 돈다. 정이삭은 그걸 너무 차분하게
컨트롤하는데, 누굴 모욕주지도, 업신여기지도 않고 다 존중하면서 한다.
친구들이 내가 흉 안보는 감독은 정이삭이 처음이래. 그가
코리안 아메리칸이지 않나. 한국사람의 종자로 미국에서 교육받아 굉장히
세련된 한국인이 나온 거구나 싶다. 우리는 우리끼리 살며 또 문제가 있잖나.
정이삭의 그 세련됨을 보는 게 너무 좋았다. 정이삭에게서 희망을 봤다.
43살 먹은 앤데 내가 존경한다고 했다. 김기영 감독을 만났을 땐 내가
감사를 몰랐는데, 김기영 감독님한테 내가 못한 걸 정이삭이 다 받는 것
같다. 내가 감사를 아는 나이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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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유니언 스테이션에서 열린 제93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한국 배우 최초로
여우조연상을 받은 윤여정(74)이 브래드피트(58)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브래드피트와 무대 뒤에서 무슨 이야기를 했나?
“미국 사람들도 똑같아. 계속 브래드피트를 본 게 어떠냐고 그 질문만
하더라. 그 사람은 영화에서 계속 봤으니까 뭐, 그가 사실은 우리 영화
제작자다. 다음번에 영화 만들 때 돈 좀 더 써달라고 했더니, 아주 잘
빠져나가더라. 쪼끔 더 쓰겠다고 했다. 크게 쓰겠다곤 안 하더라고.
유명한 배우니까.
한국에 한 번 오라고 했다. 여러 사람이 좋아한다고. 팬이 많다고.
꼭 온다고 하더라고. 미국사람들은 단어가 화려하잖나.
내겐 내 퍼포먼스를 존경하고 너무 어떻다고 해서,
난 그런 말은 늙어서 별로 남의 말에 잘 안 넘어 간다.”


- 엔딩이 아쉽다는 이야기도 있다.
“처음 대본은 달랐다. 처음엔 한국사람 정서에 맞게 한참 뒤에 할머니가
돌아가신다. 그 엔딩이 우리는 좋았다. 그런데 바꾸더라. 감독이 참
현명하더라고. (원래 대본대로 훗날을 보여주면)
지금 아이들이 십 대가 되고 또 오디션을 보고 해야 하는데,
그냥 바꾸기로 했다고 설득하더라. 스티븐 연과 이야기했나 봐.
선댄스영화제에서 (바뀐) 엔딩을 보고 너무 좋았다.
영화에서도 ‘한국사람에겐 머리가 있지, 머리를 쓰는 거야’ 라고 하잖아.
예일대 나온 애라 나보다 머리가 좋구나 했다. 한국사람들은 너무
자극적인데. 그렇게 심심한 영화, 엠에스지도 안 넣은 영화를 누가
좋아할까 그랬는데, 그 엔딩이 좋았다. 모든 것을 걔네들이
디스크리미네이션하지 않는다. 대체로 감독들이 비틀텐데,
그걸 안 비틀더라. 내 동생도 엔딩이 그게 뭐냐고 하는데,
내가 영화를 좀 세련되게 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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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정이 로스앤젤레스의 돌비 극장에서 열린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미나리'로 최우수 여우조연상을 받고 기자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 해외 영화계에서 러브콜이 들어오나?
“영어를 못해서 해외에서 들어올 일은 없다.”
- 국민들이 많이 성원했다.
“상을 타서 보답할 수 있어서 너무 감사하다. 운동선수 심정을 알겠더라.
너무 응원해주니 눈에 실핏줄이 터졌다. 힘들어서. 그들은 성원인데
나는 상을 못 받으면 어떻게 되나 싶더라고. 난 받을 생각도 없었고
후보만으로도 영광이라 생각했는데. 2002년 월드컵 할 때 그 사람들
발 하나로 온 국민이 난리인데 그들이 얼마나 정신이 없었을까.
김연아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운동선수 된 기분.
세상에 처음 받는 스트레스였다.” -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2021.4.28 함수곤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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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소감] 재담 넘친 윤여정 소감 "두 아들 덕분"/ KBS>-
* 편집 : 西湖 李璟煥
첫댓글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윤여정님!!
수상을 축하합니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에 이어 윤여정의 아카데미 여우 조연상 수상은 한국 영화 수준을 세계만방에 떨친 쾌거인 바, 윤여정 여배우의 솔직 담백하고 진솔한 기자 회견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귀중한 영상자료 잘 보았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