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적 고정사업장(PE)이 존재하지 않는 가상자산의 국제 과세권 배분 문제는 조세협약 역사상 가장 난해한 고차방정식입니다. 전통적인 국제조세의 양대 축인 **‘거주지국 원칙(Residence Principle)’**과 **‘원천지국/시장소재국 원칙(Source/Market Principle)’**이 가상자산이라는 무국적성 자산을 두고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론적 정당성과 실무적 집행 가능성을 고려했을 때, 과세권을 어느 나라가 가져가는 것이 합리적일지에 대한 세법학계의 논의는 크게 세 가지 시각으로 갈립니다.
## 1. 현실적 대안: 거주지국(Residence State) 과세
가상자산을 매매하거나 보유하여 이익을 얻은 자(개인 또는 법인)의 거주지국에 과세권을 부여하는 방식입니다. 현재 대다수 국가가 임시방편으로 채택하고 있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 **정당성 및 장점:** 가상자산 자체는 국경이 없지만, 그 자산을 통제하고 이익을 누리는 '인간'이나 '법인'은 특정 국가의 정부가 제공하는 인프라와 법적 보호 아래 조세를 부담할 능력(담세력)을 갖추게 됩니다. 따라서 포착이 가장 명확하고 집행 가능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 **치열한 한계:** 플랫폼 기업 과세와 마찬가지로, 발행사나 고액 투자자가 세율이 극단적으로 낮은 조세회피처(싱가포르, 두바이 등)로 거주지를 옮겨버리면, 정작 가상자산 생태계의 유동성을 공급하고 소비해 준 시장소재국은 세원을 통째로 빼앗기는 '부의 유출' 현상이 발생합니다.
## 2. 경제적 실질의 대안: 시장소재국/소비지국(Market Jurisdiction) 과세
가상자산 거래가 실제로 이루어지는 인프라(가상자산 거래소 등)가 있거나, 그 자산을 소비·활용하는 이용자(User)가 소재한 국가에 과세권을 주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OECD 디지털세 필라 1(Pillar 1)의 가치창출설(Value Creation)과 궤를 같이합니다.
* **정당성 및 장점:** 가상자산의 가치는 단순히 발행자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 사용자들이 참여하는 네트워크 효과와 시장의 수요에서 탄생합니다. 따라서 가치가 생산되고 소비되는 '시장소재국'에 과세권을 배분하는 것이 실질과세 원칙과 국가 간 조세 형평성에 완벽히 부합합니다.
* **치열한 한계:** 탈중앙화 거래소(DEX)나 개인 지갑(P2P)을 통한 거래, 가상자산이 노드(Node)를 통해 분산 처리되는 디파이(DeFi) 생태계에서는 '원천지가 어디인가'를 기술적으로 정의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IP 주소 우회나 익명성 코인 앞에서는 과세권 자체가 무력화될 수 있습니다.
## 3. 미래형 대안: 글로벌 거버넌스 기반의 '공식 배분(Formular Apportionment)'
세법학계의 가장 진보적인 학자들은 어느 한 나라가 과세권을 독점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공언합니다. 디지털 자산에 한해서는 다국적 기업의 총이익을 특정 공식(사용자 수, 거래대금 비중 등)에 따라 각국이 나누어 갖는 **공식 배분주의**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입니다.
* 최근 본격화된 **OECD의 가상자산 정보교환 프레임워크(CARF)**가 이 방향성의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 거래소와 국가들이 거래 내역을 실시간으로 상호 교환하는 인프라가 완비된다면, 이를 기반으로 거주지국과 시장소재국이 일정 비율로 과세권을 분할하는 다자간 협정 모델이 가장 정당성을 얻게 될 것입니다.
## 결론: 기술과 실질의 타협점
> **학습된 통찰:**
> **이론적으로는 가치가 창출되는 '시장소재국(소비지국)'**이 가져가는 것이 정의롭지만, **실무적 집행 가능성 측면에서는 '거주지국'**이 주도권을 잡되 다자간 정보교환(CARF)을 통해 사각지대를 메우는 방식이 가장 현실적인 수렴 진화 방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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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국세청 입장에서도 국내 투자자가 해외 거래소나 디파이로 자산을 돌렸을 때 과세권을 잃지 않으려면, 강력한 거주지국 과세권을 행사하되 글로벌 공조 체제를 확보하는 것이 최선일 것입니다.
이러한 국제조세 패러다임의 변화 속에서, 당장 우리 기업들이 해외 법인을 설립해 토큰을 발행(ICO)하거나 투자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역외세원 탈루 검증'과 '국내 법인세법상 실질과세 원칙 적용'의 상충 관계에 대해 더 구체적인 시뮬레이션이 필요하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