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日 배터리 삼국지]
美 IRA發 배터리 각축전 지각변동 동아일보 2023. 4. 11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미국 내 생산기지 확보에서 경쟁국인 일본에 앞섰지만 광물 확보전에선 일본에 밀리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중국이 광물 수출을 제한하는 보복 조치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일본보다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말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세부 지침이 공개되면서 ‘제2의 반도체’로 불리는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한중일 3국의 지각변동이 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 중국의 보복 조치에 더 취약한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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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한미일의 배제 전략 속에서 중국은 최근 광물 수출을 제한하겠다는 맞불 작전을 내놓았다. 전기차 모터에 들어가는 희토류 자석을 수출 금지 대상에 올린 것이다. 당장은 희토류에만 적용되지만 규제 품목이 확대될 경우 배터리 공급망에 미치는 파장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아무리 공급망 다변화를 한다고 해도 중국을 완전히 배제한 생산 체계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중국이 문고리를 걸어 잠그면 전 세계 배터리 생태계에 치명적”이라고 우려했다.
한국이 특히 중국의 보복에 민감한 이유는 일본보다 높은 중국 광물 의존도가 ‘아킬레스건’으로 지목되고 있어서다. 본보와 대한상공회의소가 산화·수산화리튬, 천연흑연, 황산코발트·망간 등 배터리 핵심 광물 8대 품목을 분석한 결과 한국과 일본의 중국 의존도는 수입액 기준 각각 61.6%, 37.3%로 나타났다. 올 3월 최종 업데이트된 2021년 기준 유엔 무역통계(유엔 컴트레이드)로 분석한 것이다. 현재 배터리 산업 세계 1위는 중국이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1, 2위 업체인 CATL, BYD의 글로벌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각각 37.0%, 13.6%로 합산 50%가 넘는다. 국내 3사 합산 점유율(23.7%)의 두 배 이상이다.
하지만 중국 시장을 제외하면 CATL(22.3%)과 BYD(0.6%)의 합산 점유율은 국내 3사(53.4%)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중국의 올해 친환경 차량 내수 시장은 전년보다 35%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지난해 성장률(93.4%)의 3분의 1 수준으로 둔화되는 것이다.
중국 배터리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 진출에 사활을 건 배경이다. 미국 포드와 기술협약을 추진 중인 글로벌 1위 배터리 기업 CATL은 미중 양국 정부의 견제에 시달리고 있다. 당장 중국 당국도 2월부터 두 기업 간 협력 방식에 대해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한 고강도 조사에 나선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정부도 자국 보조금이 중국 기업에 흘러가는 것을 가만 두고 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광물 공급망 일본 유리, 현지 생산 능력은 한국 우위
IRA는 광물의 경우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핵심광물협정을 맺은 국가에서 조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일본은 미국과 FTA를 맺지 않았지만 ‘광물협정’을 통해 같은 대우를 받아 유리한 입지를 확보했다.
한국과 일본은 IRA가 공급망으로 인정하는 나라로부터 광물을 조달하는 비율이 각각 27.3%, 25.3%로 비슷하다. 일본은 중국 의존도가 한국보다 낮지만 벨기에, 핀란드, 아르헨티나 등 일본의 주요 수입국들이 아직 IRA 공급망의 ‘인정국’ 지위를 받지 못해서다. 이들 국가가 광물협정국으로 추가 지정되면 일본의 경쟁력은 한층 올라갈 수 있다.
배터리 4대 소재 중 양극재는 한국이, 음극재는 일본이 우위로 나타났다. 2021년 기준 한국이 전 세계 양극재 생산량의 21.9%를 차지해 일본의 10.3%보다 앞섰다. 음극재는 반대로 한국 8.0%, 일본 21.5%다. 나머지 소재인 분리막과 전해질이 광물이 아닌 부품으로 구분되면서 한국이 일본을 따라잡을 시간을 벌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부품은 북미에서 생산해야 보조금 지급 대상이 되는데 양국 모두 현지 생산기지가 없어 출발점이 다르지 않다고 본다는 얘기다.
한국이 확실히 우위를 보이는 것은 미국 내 생산기지 규모다. 에너지 조사기관 ‘블룸버그 뉴에너지파이낸스(BNEF)’에 따르면 북미 지역 전기차 배터리 시장 규모는 지난해 109.7GWh(기가와트시)에서 2030년 813.6GWh로 7배 이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올해 말 기준 한국의 미국 내 배터리 생산 규모는 LG에너지솔루션 50GWh 이상, SK온 22GWh 등 최소 72GWh로 추정된다. 일본은 파나소닉 한 곳이 40∼50GWh 수준으로 파악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의 북미 생산 규모는 2026년 293GWh에 이를 예정이고, SK온과 삼성SDI도 2025년 각각 151GWh, 33GWh 규모의 설비를 확보하겠다고 발표했다. 2026년쯤이면 3사 합산 규모가 477GWh가 된다. 파나소닉은 2년 뒤인 2028년까지 총생산량을 200GWh로 끌어올리겠다고 목표를 잡은 정도다. 파나소닉은 최근 BMW, 스텔란티스 등과 합작 공장 설립을 논의하는 등 뒤늦게 추가 생산기지 확충에 열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中 6개월새 113조 투자… 日 8년간 56조, 韓 5년간 11조 지원 곽도영 기자
[韓中日 배터리 삼국지] 3국 정부, 배터리 지원 경쟁 차세대 제품 민관 R&D 강화반도체에 이어 차세대 주력 신성장 산업으로 꼽히는 전기자동차 배터리 산업의 패권을 놓고 한중일 정부의 지원 경쟁도 뜨겁다.
지난해 7월 국립환경과학원 교통환경연구소가 발간한 ‘주요국의 차량 배터리 정책 및 기술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2025년 자국 내 전기차 판매 비중 20%를 목표로 세웠다. 중국 정부는 또 자국산 배터리가 들어간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차별적으로 지급하는 정책을 펼치면서 자국 배터리 기업들의 ‘안전망’을 자처하고 있다. 이 같은 정부 정책에 힘입어 지난해 상반기(1∼6월)에만 중국 81개 배터리 공장의 총투자액이 5914억 위안(약 113조 원)에 이른다는 현지 매체 보도도 있었다.
일본은 자국 내 배터리·재료 제조 기반을 연간 150GWh(기가와트시)까지 확대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600GWh의 연산 능력을 확보하겠다는 ‘2022 축전지산업전략’을 지난해 확정했다. 이를 위해 2030년까지 총 5조6000억 엔(약 55조9000억 원)의 민관 투자를 단행할 예정이다. 이 외에 탈(脫)탄소 정부기금을 배터리 기업 연구개발(R&D)에 전폭적으로 투입하고 있다. 2021년에는 배터리 공장에 건설 보조금 1000억 엔(약 1조 원)을 지원하는 법안도 신설했다.
한국은 배터리를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했다. 향후 5년간 반도체·디스플레이·배터리 등 3대 전략기술 R&D에 4조50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이달 7일에는 추가로 ‘민관 합동 IRA 이후 배터리 산업발전 전략’을 통해 향후 5년 동안 7조 원 규모의 대출과 보증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중국 기업들이 강세를 보이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500억 원 이상의 R&D 신규 과제도 추진하기로 했다.
테슬라, 中 상하이에 ‘메가팩’ 배터리공장 짓는다 [韓中日 배터리 삼국지] 中 의존도 줄이려는 美정책과 역행 40GWh 공장 내년 2분기 완공 계획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중국 상하이에 대용량 배터리 ‘메가팩’ 공장을 짓는다. 중국 최대 배터리기업 CATL과 기술 라이선스 형태로 미국에 자동차용 배터리 공장 건설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9일(현지 시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트위터를 통해 상하이에 총 40GWh(기가와트시)에 이르는 메가팩 1만 개 생산공장을 3분기(7∼9월)에 착공해 내년 2분기(4∼6월) 완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메가팩은 태양광이나 풍력 에너지를 저장해 가정에 직접 공급할 수 있는 리튬이온전지 기반 에너지저장장치(ESS)다.
테슬라의 대규모 투자는 미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을 통해 보조금 지급, 대(對)중국 수출 규제 및 투자 제한으로 신재생에너지 및 전기차 배터리 등 중국 의존도를 줄이려 하는 미 정부 정책에 역행하는 것이다. 중국은 테슬라 매출 25%, 생산 대수 52%를 차지하는 큰 시장이자 생산지이며 광물부터 완제품까지 세계 최대 배터리 공급망을 점유하고 있다. 머스크는 이번 주말 중국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유럽 최대 항공기 제조업체인 에어버스도 중국 톈진의 A320 여객기 조립 시설을 증설한다고 6일 발표했다. 이번 투자는 기욤 포리 에어버스 CEO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수행단 일원으로 방중한 것을 계기로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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