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피스 의장을 지낸 볼프강 작스가 1998년 ‘서구의 녹색화’라는 저서에서 독일인들의 생활수준을 기준으로 할 때 서구사회가 에너지 사용량을 현재의 10분의 1, 즉 90퍼센트 정도까지 극단적으로 줄이지 않으면 인류에게 지속 가능한 삶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을 한 바 있거니와 모한다스 간디는 농업과 물레로 대변되는 마을의 수공업이야말로 인도 민중의 진정한 독립생활 즉 자치, 자립의 삶에 필수적인 두가지 수단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래서 간디에게는 농업이 민중의 몸이라고 한다면 물레는 그 손발입니다. 인도의 진정한 독립이 물레에서 나오는 ‘카디’ 옷 없이는 생각할 수 없다고 갈파한 것입니다. 이러한 간디의 믿음은 ‘물레야말로 핵폭탄에 맞서는 무기’가 될 수 있고, ‘세계를 구하는 길이 물레에 있다’는 확신으로 나아갈 만큼 확고한 것이었습니다. 2021년 7월에 방송된 KBS 환경스페셜 <옷을 위한 지구는 없다>에 의하면, 세계인구는 80억 명, 매년 1000억 벌의 옷이 생산되고 같은 해 버려지는 옷은 330억 벌입니다. 흰색 면 티셔츠 하나를 만드는 데 필요한 물은 2700L로, 한 사람이 3년간 마실 수 있는 양입니다. 그래서 아프리카 가나의 오다우 강은 의류 폐기물로 꽉 들어차 쓰레기 강이 된지 오랩니다. 산처럼 쌓인 헌 옷더미 위에서 배고픈 소들은 합성 섬유를 씹어 먹고, 헌 옷을 소각하는 검은 연기가 하늘을 뒤덮습니다. 때문에 그와 같은 지옥도(地獄圖)를 일찌감치 예견했던 동화작가 타샤 튜더는 버몬트 주 시골에 집을 짓고 30만평이나 되는 단지에 아름다운 정원을 가꾸면서 손수 천을 짜서 옷을 만들어 입는 삶을 살았습니다<1990년 일본 NHK 스페셜 ; 타샤정원의 사계>. 이에 물레에 얽힌 생태적 정보를 D-1 기고문으로 올리고저 합니다. 더욱 죄송한 고별글이 되겠습니다. 그러면서도 더더욱 죄송할 고별 D-day 기고문(민중의 집단혼과 영성)을 주님의 도우심으로 올릴 수 있게 되어지기를 소망합니다. 감사합니다.
“마을 수공예를 가르치는 것을 교육의 중심이며 축으로 보는 것의 가치와 필요성을, 나는 조금도 의심하지 않는다. 아이에게 물레의 구조를 설명하고, 목화의 역사와 목화와 문명의 관계를 알려주고, 목화가 자라는 들판을 보여주고, 물레를 돌리면서 바퀴 수를 세는 방법, 실의 고르기와 강도를 알아보는 방법을 가르쳐주면서 손과 눈과 정신을 훈련시킨다. 나는 이 예비적 훈련에 6개월을 할애할 것이다. 그리고 초등교육 과정은 적어도 7년으로 연장되어야 하고, 학생이 자신의 노동의 산물로 학비를 지불할 수 있게 하고, 학교에서 배운 일로 온전한 어른으로 발전하게하는 데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 면, 모, 비단을 만드는 모든 과정 – 따거나 모으기에서 시작해서 씻기, 씨 빼기(목화의 경우), 보풀 일으키기, 실잣기, 염색, 치수재기, 날실 만들기, 이중으로 꼬기, 도안하기, 베짜기, 수놓기 그리고 마름질과 종이 만들기, 자르기, 책 제본, 상자 만들기, 장난감 만들기, 돌설탕 만들기는 많은 경비를 들이지 않고 쉽게 배우고 다룰 수 있는 확실한 일들이다. 이 초등교육은 국가가 일을 배운 소년 소녀들의 고용을 보장함으로써, 혹은 국가가 정한 값으로 그들이 만든 제품을 구매함으로써 소년 소녀들에게 생계수단을 마련해줄 것이다. 또한 농업대학은 제대로 된 것이라면 자립경영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아울러 실잣기 같은 수단을 통해 초등교육을 하려는 나의 계획은 가장 멀리 미칠 결과들을 내포한 조용한 사회혁명의 선봉으로서 고안된 것이다.”
모한다스 간디 저. ‘마을이 세계를 구한다’(녹색평론사 발행) 중에서 -
“퀼트로 소품을 몇 개 만들다가 내친김에 옷만들기로 나아간다. 옷에 대해 아는 게 하나도 없지만, 주먹구구식으로 어림짐작으로 시도해 본다. 그때부터 발동이 걸렸다. 큰맘 먹고 가정용 미싱과 오버록 미싱을 구입해 본격적인 바느질을 시작한다. 인터넷으로 다양한 원단을 구경하고 저렴한 면직물을 몇 종류 산다. 옷 만들기 책도 몇 권 사고, 솜씨 좋은 바느질 블로거들에게서 설명서와 패턴이 든 패키지도 구입한다. 설명서를 차근차근 단계별로 따라하다 보면 어느새 옷 한 벌이 완성된다. 옷을 몇 벌 만들어보니 옷의 기초가 파악되면서 내 식으로 디자인을 응용하고 싶어진다. 이후로는 잠옷과 평상복부터 단정한 외출복까지 거의 모든 옷을 직접 만든다. 간단한 옷은 하루, 까다로운 옷은 이삼 일쯤 걸린다. 패턴을 뜨고, 원단을 자르고, 바느질하고, 오버록을 치고, 시접을 가르고, 미단을 접어 박고, 다림질해 마무리하기까지 옷 한 벌에 수십 수백 번의 손길이 간다. 집중하면 해가 저무는 것도 모른다. 클릭 몇 번으로 구매한 옷과 내 손으로 한 땀 한 땀 지은 옷이 같은 무게로 내 마음에 들어올 리 없다. 옷을 지으며 새삼 깨닫는다. 흩어진 재료를 적재적소에 배열하고 연결해 하나의 완전체로 만드는 과정을 내가 사랑한다는 것을, 책을 만들 때도, 글을 쓸 때도, 목공을 할 때도 같은 감정이었다. 아들이 독립했다. 아들이 안 입는다고 내놓은 옷 중 상태가 좋은 건 기증 박스에 담고, 상태가 나쁜 건 헌 옷 바구니에 넣었다. 목 칼라와 소매 끝이 누렇게 변색된 남방 세 벌은 내 평상복으로 고쳐 입어야지. 옷 수선에는 시간이 든다. 일 많은 시골에서 봄가을 바쁜 시기에 미싱 앞에만 앉아 있을 순 없다. 두 벌은 정성껏 수선하고 나머지 한 벌은 소매 길이만 줄여 입기로 했다. 땀 흡수 잘되는 면직물이라 밭일할 때 허드레옷으로 걸치기 좋다. 나는 새옷을 사는 것보다 이런 일이 몇배나 즐겁다. 기분 좋은 재생이다.”
김혜영(귀농한 출판 편집자) 저. ‘모쪼록 간결하게’(마북 펴냄)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