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소아저씨, 권정생 글, 정승각 그림, 길벗어린이, 2001
친정아버지가 몇 해 지내신 산골짜기에서 보았던 외양간이 떠오르는 그림책이다. 소의 숨소리는 아직도 귀에 들리는 듯하다. 내가 기억하는 그 외양간도 황소아저씨와 아기 새앙쥐들의 따뜻한 보금자리였겠지. 그림책 글자까지 잘 안 보일 정도로 왜 그리 어둡게 그렸을까 궁금했는데, 황소아저씨의 외로움을 표현한 건 아닐까 싶다. 황소아저씨의 턱수염이 일품이다. 생생하게 살아있는 모시천의 질감도 신선한 그림책이다.
강아지똥, 권정생 글, 정승각 그림, 1996
앞 뒤 면지를 가득 채운, 민들레와 한 몸이 된 강아지똥에 반해서 좋아한 그림책이다. 그 장면에선 고운 음악소리도 들릴 듯하다. 참새, 소달구지, 병아리, 민들레는 다른 그림책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는 그림이어서 그런지 강아지똥이나 흙덩이나 민들레와 한 몸이 된 강아지똥은 더욱 환상적으로 느껴지는 것 같다. 역시 화선지의 느낌이 보일 듯 안보일 듯 고운 그림책이다.
오소리네 집 꽃밭 , 권정생 글, 정승각 그림, 1997
화려한 색깔을 눈여겨 찾아보기 전에는 굵은 먹선이 먼저 눈에 들어오는 그림들이다. 책을 덮은 후에도 검은 빛깔이 여운으로 많이 남는다. 먹을 과감하게 사용했다는 점이 두고두고 매력으로 기억될 것같다. 가는 먹선이 많이 사용된 장터 그림은 미완성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 책의 미덕은 글의 소박함과 들꽃 밭이 너무나 잘 어울린다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