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봉산은 북한산 국립공원에 속한 거대한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웅장한 암벽의 바위산이다.
천축사를 개미처럼 올라 마당바위에 이르니, 온 몸이 땀 범벅이다.
그곳에 서니 우이암과 인수봉 백운대가 "자네, 왔는가" 한다. 꾸~벅~!!
요 며칠 조석으로 가을 기운이 묻어나 길을 나섰는데, 아직도 독한 기운은 여전했다.
기실 이번 폭염은 무슨 원한이 맺힌 듯 공격적이고 폭력적이었다.
에어컨 없이 뚝심으로 견디다 보니, 가끔 정신이 멍할 상태도 있었다.ㅎ
하지만 등산은 진부한 일상에서 벗어난 일탈의 자유로움이 있는 법!
산정 신선대에 서니, 산바람은 가을 여인의 옷자락처럼 부드럽게 감긴다.
저기 고즈넉하게 구비치는 북한산 능선이 빚어내는 장엄한 걸작에 인생마져 내려놓은 순간이다.
이 편안함의 극치! 이래서 산이 좋고, 산에 매료된다.
하지만 산 아래 저 도시엔 오늘도 모든 풍요로움과 화려함과 모든 비참함과 비애가 함께 뒤범벅된 곳이다.
저곳에서 내 청춘을 하얗게 불태웠다. 어쩌면 생은 바람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좌측 능선은 Y계곡과 다락능선, 포대능선, 사패능선과 송추계곡으로 흐른다.
벌써 오후 3시 경,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퇴임 후, 일 없음에 누려보는 인생엔 이처럼 홀연한 맛이 있다. 그 맛은 내게 아름다운 평온를 가져다준다. 이 일상에 감사함을 표한다. 석등 정용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