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 후반까지도 우리네 살림은 그리 넉넉하지 않았다. 출세와 배고픔을 타개해 보려는 부푼 꿈을 안고 서울로, 서울로 올라오던 경부, 호남선과 그들의 서울 살이에 발이 되어 준 경인선이 만나 서울로 들어 가는 길목의 구로 역 앞에 큰 밀가루 공장이 있었다. 높다란 벽에는 배부른 꿈을 상징하는 배불뚝이 할배가 육신과 영혼의 풍요한 꿈을 독려하는 달마의 모습으로 엄청 크게 그려져 있었다. 공부와 돈 벌이를 위해 서울을 오르 내리며 수도승이 저런 모습이 되도록 얼마나 수행을 게을리 했을까, 대 선사는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의구심을 늘 갖게 했다. 한 평생 많은 절밥을 축냈지만 그런 배불뚝이 스님을 본적이 없다.
먹고 살만한 무렵, 역사이래 최대의 경제적 국난이었다고 하는 IMF 를 맞아, 수 백억 원의 자본금마저 잠식하고 정부로부터 파산 명령을 받은 방송사를 떠맡아 회생작업을 했었다. 흑자를 낼 경우 1년씩 경영권을 연장해 준다는 실현 불가능한 특혜(?)였다. 수 백 명이던 직원들은 명퇴를 하거나, 파견 나온 정부 부처로 잽싸게 되돌아 가버려, 겨우 수 십 명 밖에 안 남아 운영자체도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구인광고를 내도 경쟁률이 100 대 1을 훨씬 넘던 방송사지만, 이미 망했다는 소문에 들어 올려는 지망생들이 없었다. 회사를 살려 내면, 무시험으로 정식 직원을 시키겠다는 약속을 들고 지인들을 찾아 다녔다. 놀고 있는 자제들을 달라고 사정을 하여 스무 명 남짓한 청년들을 끌어다 일용직으로 채용하고, 봉급을 반납하고서라도 회사를 살려 보겠다며 남은 직원들과 60명이 함께 뛰었다.
기존 방송사들이 꺼려하지만, 외국에서는 이미 새로운 노다지로 여기고 추진을 하던 극기 스포츠 분야를 개척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절대로 회생하지 못할 것이란 회사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죽기살기로 1인 다역을 하는 직원들의 염원과 노력에 각계의 호응을 불러 되살아 나게 되었다.
이 활성화 과정에 로열 시청자들을 굳히고자 극기스포츠 단체들 성화에 팔을 부러뜨려 가면서도 직접 참여하다 보니 의외로 대중들의 깊은 심연에는 건강을 지키면서, 기왕이면 극한에 도전하고자 하는 잠재의식이 팽배해 있고,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 함을 알게 되었다. 극한 상황을 극복하는 쾌감은 성적 쾌감에 버금간다고 하여 외국에서는 청소년들의 절제하기 어려운 성적 충동을 대리 만족시키는 방편으로도 권장을 하고 있을 정도였다.
극한 스포츠의 하나로 분류되던 마라톤이 운동화 하나만 있으면 가능한 운동으로, IMF 상황에 딱 어울려 가족들 동원은 물론 지방 구석 구석까지 중계차를 몰고 찾아 다니며 활성화 작업을 하자, 일천하던 동호인 인구가 불과 몇 년 만에 100만 명 고지를 넘어 섰다. 그때부터 민족의 단점이라는 “냄비 근성”에 대한 불안이 장벽처럼 다가왔다. 이 열기가 조만간 식어 버릴 것에 대비하여, 뜻을 같이 하는 분들과 모여 하나의 문화로 고착시키는 작업을 추진했다. 국민들이 운동을 생활화하여 자신과 가족의 건강을 스스로 지키게 하는 방법만이 열기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국력이 소진된 나라에서 병이 난 뒤의 의료복지보다 우선 되어야 한다며, 특히 가정 주부들을 선봉에 나서도록 유도했다.
활성화
작업에 참여하시던 중견 그룹 회장님의 제안으로 달밤에 달리는 말들의 모임이란 비밀조직 “달마”를 결성하게 되었다. 힘들고 위험한 극한 스포츠의 하나이지만 만병의 근원을 물리치는, 하늘이 주신 처음이자 마지막 운동이라고 하는 마라톤을 문화, 생활 습관화 하도록 하여 국민들의 건강을 스스로 지키게 함으로써 국가를 건강하게 하자는 염원이었다.
“Happy Life 145 !!! 1주일에 4번 정도, 5킬로 이상 달리기를 생활화하여, 운동심박수 145 정도의 건강한 신체에 건전한 정신으로 100살까지 사십시오(45)”라는 건강 달리기 캠페인을 한국체육과학원의 자문을 받아 만들고, 마라톤 아카데미, 마라톤 대회, 마라톤 문화연구 모임들을 함께 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해외에서도 후원을 해오고, 시범 사업으로 산소가 부족해 걷기조차 힘들다는 히말라야 280 킬로 울트라 마라톤 도전 팀도 세 명이 꾸렸다.
IMF임에도
일개 마라톤 클럽이 풍족한 지원을 받던 조직은 돈을 쫓는 불나방들에게 노출이 되어, 곤욕을 치른 후 해체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업 친데 덮친다고, 겨우 되살린 회사를 국제입찰을 통해 모두 정식 직원으로 승급시켜 데리고 옮겨 간 방송사에서 과로로 쓰러져 병원에 실려가게 되었다. 10여년 전 중병으로 삶마저 포기했던 암울한 기억이 천둥 치듯 되살아 났다. 응급실에 누워 유치원에 갓 들어간 늦둥이와 가족을 명예나 지위와 바꿀 수 없다는 생각에 이민을 결심하게 되었다. 남들은 꿈을 찾아 간다는 이민을, 승승장구하던 모든 꿈을 접고 반 년 만에 건강을 찾아 카나다로 도망 온 셈이었다. 지극히
사랑해야만 했던 주(酒)님도 버리고……
그래서 깨진 히말라야 팀의 한 달마는 80을 넘긴 지금도, 매 2주마다 마라톤 42.195km를 달려, 무려 500 회가 넘는 기네스 기록을 계속 갱신하고 있다. 또 다른 달마는 세계 3대 사막, 각각200 킬로가 넘는 울트라 마라톤을 완주해야만 참가할 수 있는, 남극 마라톤까지 완주한 전세계에 몇 명 밖에 안 되는 한 사람으로 일체유심조(一切維心造) 화두를 안고 오늘도
열심히 달리고 있다.
달마들은 밤에 모여 함께 달리기를 할 때 농담처럼 “ 달마가 동쪽으로
간 뜻을 찾자”고 외치며 출발을 했다. 화두 하나 끌어
안고 달리다 득도 하면 達馬도 達磨가 될 수 있을 거라며. 배불뚝이라도
대사님의 이름에 결례는 하지 말아야지 싶어 達馬란 호도 바꾸려고도 했었다. 고심하던
중에 원래 달마 대사는 배불뚝이가 아니었는데, 사람들을 해치려는 이무기를 보고는 몸을 벗어 놓고, 혼령으로
이무기 몸 속에 들어가 물리치고 나오니, 또 다른 이가 먼저 나와 자기 몸을 뒤집어 쓰고 가버려 대신 배불뚝이 육신을 차지할 수 밖에
없었다는 유래를 알게 되었다. 진정한 달마를 보지 않고, 껍데기
육신인 배불뚝이에 연연하면, 가짜 달마라 비아냥대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는 생각에 달마를 계속 쓰기로 했다.
같은 하느님을 예수니, 알라니, 부처로
서로 달리 믿는다는 이유만으로 1년에 무려 20만 명 이상이 서로를 죽여도 누구 하나 책임은 고사하고 사과도 않는 험악한 세상이 오늘이다. “이 뭐꼬?” 하는
화두 하나 가슴에 안고 동네 뜀박질하는 마지막 달마는, 기독교 첫 순교 성인의 “대 야고보”란 세례명
보다 달마란 기치를 들고, 스스로 극한을 극복하는 과정에 최선의 행복을 만끽하는 방편으로 달리기(走님)를 전도하는
업을 짓고 산다. 모두가 육체적으로 건강하고, 진짜
달마(達磨)처럼
정신적으로도 원만하기를 바라는 힘든 꿈이긴 해도……
첫댓글 어제 나이아가라 글벗들께서 모여서도 건강 얘기가 주요화제였고, 달마답게 건강을 위한 달리기를 말씀드렸읍니다. 글쓰는 분들은 구조적으로 특히 장무력증이나 변비를 달고 살게 되지요. 그래서 유명 작가분들 중에는 달리기를 꾸준히 하는 분들이 많은 것으로 압니다.
달마가 마라톤 전도를 하면서 늘 걱정하는 것이 게으름보다, 무리하게 많이나 빨리 뛰는 것인데, 오늘 유명한 서양 홀몬치료와 홀몬 다이어트 협회 회장님께서, 운동을 적당히 하는 것이 몸에 좋다는 권고를 하셨네요.
우리 켐페인과 같이1주일에 4번 정도, 1일 30분(달리기로는 대략 5~km) 정도,너무 과하지 않게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달마는 이미 17년을 이 달마경으로 주(走)님을 전도를 해 왔읍니다. 화두(시상) 잡고 한 시간 정도 천천히 달리면 생각도 잘 정리가 되고 건강하시는데 도움이 많이 될 겁니다. 전도가 필요하신 분은 이멜 주세요. ees001@hanmail.net 강의료는 꾸준히 생활화해서 건강해 지는 것 - 주님을 신심으로 믿는 - 으로 대신 합니다.ㅎㅎㅎ
늘 글감이 독특하다 느끼고 있는데 이번 글도 역시네요. '달마'라는 호칭도 재미있군요. 저도 다리를 다치기 전까진 달리는 거 참 좋아했습니다. 어디 출장을 가면 일단 주변을 살펴보고 아침 달리기 코스를 정하곤 할 정도로. 가방 안에 꼭 운동화는 챙겨 다니고. 뛸수록 정신이 명료해지는 그 상쾌함을 알면 안 뛰곤 못 배기지요. 아직 달릴 수 있는 은세 님이 부럽습니다. 고맙습니다.
어떻게 다치셨는데 달릴 수 없으신지 정말 궁금합니다. 요즘 연구에 의하면 달리면 나오는 엔돌핀이 대식세포를 자극해서 병원세포와 암세포를 잡아 먹는데, 너무 많이 나오면 생세포까지 잡아 먹어 버린 답니다. 달마들의 꿈은 화두 안고 즐겁게 달리다 굿바이 하는 거라고 해서 가족들은 그렇게 표현하진 말라고 합니다만, 육체를 벗어버리고 영혼이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이 죽음이란 것인데, 가장 행복한 상태로 가는 것이 좋은 것이 아닐까 합니다.
앓거나 어떤 고심을 하다가 돌아가는 분들의 영혼은 죽음을 인정하지 않고 주변에 얼쩡거려 우리가 말하는 원이나 한을 안고 있는 혼으로 구천을 헤매서 후손들이 불편하다고 합니다. 일본의 한 불교 종단에서는 이런 혼들을 천도하여 후손들의 우환을 풀어주는 의식을 대외적으로 한다고 합니다. 한국에는 달리기 하며 화두잡아 문인들이 되신 분들이 상당히 많아 나름 모임들도 있읍니다. 건강하고, 거의 무념 무상의 상태에서 한 시상을 굴리니 좋은 글이 된다고들 합니다.
도마님은 언제 한번 뵈어야 겠네요. 요즘은 의족으로도 많이 달리지만, 상식적인 쿵쿵 달리기(?) - 체중을 들어 올려 앞으로 던지는 - 아니면, 고양이처럼 체중을 수평이동하는 주법을 하면 웬만한 장애에도 가능합니다. 오죽하면 달리기를 접으셨을까 생각도 짐작이 가지만...뵐때까지 건강하십시요. 전 늘 번거롭게 살아 은퇴나 해야 제대로 달려 볼까 합니다. 100 살까지...그런데 의학계에서는 벌써 120살 까지 우아한 은퇴를 기획하라고 합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