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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8월에 중학생 아들 녀석과 함께 갔던 인도 여행기입니다. 차일피일 글쓰기를 미루고 있다가 지난 달 초 터키에 가기 하루 전에 완성했습니다. 그리고 새벽 3시까지 글 올리느라 졸린 눈을 비비던 기억이 선합니다.
우리 까페에는 이제서야 올리게 되네요. 갔다와서의 작업이 더 많기는 하지만 그래도 좋아서 하는 거라... ㅎㅎ
여행기를 쓰면서 내내 행복했습니다. 아직도 인도의 곳곳이 눈에 선합니다. 한번 더 가슴에 품고 싶습니다...^^
인도 여행 카페에 올려놨던 것을 그대로 올려드립니다. 우리 아들의 올바른 성장을 빌어 주시기 바라며, 함께 인도 여행 한번 하시죠...
여행 1일차(8/2). 인천에서 델리로.
비행기 출발 시간이 아침 9시 40분. 비행기 시간에 맞추기 위해서는 새벽 3시 22분 청량리행 무궁화호 열차를 타야 했다. 어차피 낮에 하루 종일 자면서 가면 되긴 하겠지만 고난의 길이다. 다른 데고 아니고 인도인데, 체력도 많이 소모하게 될 것이고.
배낭이 묵직하다. 원래 대개는 한국 음식을 준비하지 않고 여행을 가는데, 이번에는 혹시나 아들 녀석이 맛없다고 할까봐, 괜히 여행 기분 망치게 될까봐 몇 개를 준비했다. 컵라면 12개, 고추장 3개, 소주도 4개. 이 녀석을 위해 준비한 여행이라 눈치를 봐야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래서인지 60리터짜리 배낭도 꽉 차고 어깨에 느껴지는 무게가 상당하다. 아들을 데리고 여행을 하는 내 마음의 무게인 걸까?
청량리에 도착한 시간은 새벽 5시 18분. 벌써 여름이라 벌써 날이 훤하다. 이른 시간인데도 많은 사람이 깨어서 돌아다닌다. 부지런도 하지... 미리 청량리에서 인천공항 가는 방법을 알아봤을 때 가장 싸게 가는 방법이 서울역에 가서 공항철도를 타는 방법이다. 직통은 43분에 8,000원, 완행은 53분에 5,850원. 지금까지는 공항버스만 탔기에 새로운 시도를 해보자는 생각에 서울역으로 갔다. 오랜만에 타는 것이라 그런지 용산행을 탔다가 한참을 걸어서 지하철을 한번 더 갈아타야 했다.
서울역에 가니 6시 33분 열차가 있다. 직행 열차도 있지만 배낭여행객의 마음가짐을 유지하려면 싼 게 적당해 보인다. 좌석 지정이 안되어 있고, 일반 지하철처럼 되어 있다. 빵빵한 에어콘, 빵빵한 와이파이. 매 칸마다 스마트폰으로 놀면서 가기에 전혀 무리가 없다. 외국인들도 보이고 공항 가는 기분이 느껴진다.
7시 30분에 공항에 도착해서 지하 트래블메이트 매장으로 갔다. 5,000원짜리 우비 2개, 배낭을 묶을 수 있는 와이어 하나를 구입하고 여행사 직원을 만나서 이티켓을 받았다. 그리고는 바로 짐 부치고, 좌석을 지정받았다. 창가쪽 자리는 아예 없단다. 아들 녀석이 원했지만 하는 수 없다. 게다가 옆에 붙은 좌석이 없어서 앞뒤 가운데 자리에 앉았다. 알아서 음식 주문하고 4시간을 보내는 것도 아들이 알아서 해야 한다.
지난 해 태국 갈 때처럼 가기 전의 식사는 롯데리아에서. 오늘은 못 먹어 본 메뉴를 고른다. 핫크리스피버거 세트.
<인천공항 롯데리아에서>
비행기는 A320 기종. 작은 비행기에 사람이 꽉차있다. 9시 40분 정시에 출발했다. 중국이 워낙 큰 나라인지라 해외 곳곳으로 향하는 큰 항공사가 3개 있다. 국제항공(베이징), 동방항공(상하이), 남방항공. 내가 탄 비행기는 광저우를 본부로 하는 남방항공이다. 인도로 가는 가장 싼 항공사이다. 대한항공과 같은 스카이팀에 속한 항공사이긴 하지만 워낙 싼 티켓이라 마일리지 적립도 되지 않는다. 그래도 안전하게 가기만 하면 되지. 이용하는 데 불편이 없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탑승 후 30분 정도 후에 아침식사가 나왔다. 나는 닭고기 요리. 아들은 장어 요리이다. 식사가 제공될 때 분명 자고 있었는데, 어느새 일어나서 음식을 먹고 있다. 잠을 자면서도 후각 기능은 열어놓는 듯하다. 어디 가서 굶어죽지 않으려면 스스로 챙겨야 한다. 이것 또한 대견하다. 음식 맛은 그럭저럭 괜찮다. 한국에서 준비한 음식이라 그런지 먹을 만하다.
<첫번째 기내식 닭요리>
<첫번째 기내식 소고기 요리>
광저우 공항에 도착한 시간은 현지 시각으로 12시 40분. 시차가 1시간이니까 4시간을 날아 왔다. 이곳 광저우는 홍콩 바로 위에 있는 곳이다. 저녁 8시 반에 출발하니까 앞으로 6시간을 대기해야 한다. 비행기에서 내리니 바로 공항 활주로. 걸어서 내린 다음 차를 타고 터미널로 이동했다.
<광저우 공항에 도착하면 걸어서 청사로 이동한다>
그리고는 건물로 들어가서 간단히 환승 수속을 했다. 짐 검사하는 기계가 있기는 하지만 그냥 통과한다. 역시 중국이다. 탑승장으로 가니 아직 출발 게이트도 확정되지 않았단다. 6시간 동안 공항에서 멍때리고 있을 수밖에 없다. 면세점도 얼마 없고 10분이면 구경이 끝난다. 게다가 물이라도 마셔야 할 텐데 자판기는 그림의 떡이다. 위안화라도 있으면, 아니 환전소라도 있으면 좋겠는데 달러밖에 없으니 이용할 수가 없다. 집에 굴러다니는 위안화 동전이라도 몇 개 가져왔으면 잘 쓸텐데 아쉽다. 게다가 상점에 있는 물은 무척 비싸다. 자판기는 3위안인데, 가게는 10위안. 1달러짜리를 가지고 아들에게 콜라 캔 하나를 사주었다. 이제 매일같이 콜라, 사이다를 몇 개씩 먹게 될 것이다. 이 녀석의 해외 여행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청량음료이다. 한국에서 일년 먹을 걸 아마 이번 보름 여행에서 다 먹게 되겠지...
광저우 공항의 탑승장은 무척 작았다. 그나마 맘에 드는 것은 휴대폰을 충전할 데가 있다는 것. 하지만 와이파이도 안되고, 누워 있을만한 긴 의자도 없다. 외국인 몇은 바닥에 담요를 깔고 누워있기도 하지만 침낭도 짐으로 부쳐버린지라 그것도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그냥 바닥에 눕기도 그렇고... 대충 왔다갔다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비행기에 앉아서 오는 것보다 오히려 탑승 대기하는 게 더 피곤하고 힘들다. 그리고 여섯 시간은 너무 길다.
3시 반에 탑승장의 식당에서 점심을 사먹었다. 아들 녀석은 새우볶음밥, 나는 맥주 한 병. 가격은 21달러. 비싼 만큼 볶음밥이 맛도 있다. 어딜 가더라도 볶음밥은 대충 입맛에 맞는다. 21달러를 내고 2달러를 위안화로 바꿔달라고 했다. 11위안을 준다. 이제 물 먹고 음료수 마실 걱정은 덜었다. 그것만으로도 마음이 좀 편해진다.
<광저우 공항에서 먹은 맛있는 볶음밥, 난 칭따오 맥주 한잔>
점심을 먹고 아들 녀석은 잠을 자겠다고 한쪽 구석으로 간다. 어디서든 잘 자고 잘 먹는 아이인지라 편하게 자라고 했다. 그런데, 그 녀석이 자리를 잡고 눕는 순간 좀 떨어진 의자에 앉아 있던 한 외국인이 “Are you tired?”라고 물어본다. 그리고 이어진 그 둘만의 대화. 간간이 단어를 물어보려고 내게 오기는 했지만 2시간 이상을 둘이 열심히 이야기한다. 나는 멀찍이서 떨어져 있었는데,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만 아주 열심히 떠들어댄다. 이번 여행에서 만난 첫 번째 외국인 친구인 셈이다. 나중에 아들을 통해 들으니 파키스탄 출신으로 나이는 40대. 무역업을 하는 사람인데 한국에도 와본 적이 있다고 한다. 세면기 등 욕실 용품을 주로 취급한다고 한다. 그 짧은 영어를 이용해서 열심히 이야기하는 아이가 귀여웠던지 가방에서 티셔츠도 하나 꺼내서 선물로 주고, 마실 것도 사주겠다고 했단다.
<아들이 처음으로 사귄 외국인. 파키스탄 사업가. 2시간 이상을 열심히 떠든다.>
그래도 아이가 낯을 별로 가리지 않아서 참 다행이다. 아무한테나 말하고 행동에 거침이 없으니까 데리고 다니며 여행을 하는 맛도 난다. 간간이 웃기도 하고, 열심히 듣고 말한다. 밑천이 별로 없어보이는데 그래도 어디서인지 만들어낸다. 역시 훌륭한 여행객이다. 학교 안에서만 못하지 나와서는 아니다. 누구나 능력을 발휘하는 때와 장소는 따로 있는 것 같다. 장하다, 우리 아들...
몇 번씩 몸을 비비꼬고 힘들어했는데 비행기도 연착이다. 50분 늦어진 저녁 7시 20분 출발. 이다. 이번 좌석은 창가 자리 포함, 붙어있는 자리이다. 깜깜한 밤이라 밖에 보이는 것도 별로 없다. 타자마자 자다깨다를 반복하다가 밥 먹으라고 하길래 보니까 메뉴는 선택 불가능이다. 그냥 정체 불명의 밥. 채식 메뉴이다. 인도에는 채식하는 사람이 많다던데 그냥 입에 밀어넣는 수준이다. 앞으로 이런 것을 또 먹어야 할지도 모르는데 내가 적응하는 게 최선이다. 아들은 완전히 골아 떨어져서 밥을 다 먹을 때까지 정신없이 자고 있다. 열심히 먹고 주변을 돌아보니 다른 사람들은 대부분 반 이상을 못 먹는다. 그러고 보면 내가 잘 먹긴 잘 먹는가보다. 하기야 어차피 한 끼 때우는 것. 먹는 데 흥분하거나 목숨 걸 일은 없다. 다 부질없는 짓이다. 밥 먹고 와인 한 잔, 커피 한 잔 먹으니 배도 부르고 먹었다는 느낌이 든다. 맛이 있든 없든 먹고 나서는 똑같은 법이다.
<인도로 가는 것을 실감하게 하는 인도식 요리>
결국 아들은 음식을 다 치운 뒤에야 일어났다. 그리고 샐러드를 제외하고는 잘 먹는다. 잘 자고 잘 먹고, 이게 바로 체력으로 연결될 것이다.
출발은 늦었지만 도착은 제시간에 했다. 인도 델리 공항에 도착한 시간은 밤 10시. 인도 냄새가 물씬 느껴지는 공항이다. 카레 냄새가 나지는 않고...^^
<인도 입국장>
<이것도 인도 스타일인지 모르겠다>
짐을 찾고 나가서 프리페이드 택시를 탔다. 밤인데도 더운 열기가 잔뜩 들어온다. 화물차를 개조한 듯한 택시다. 당연히 에어컨은 없고 땀을 줄줄 흘리며 인도 길을 달린다. 계기판에 불도 안 들어오고, 밖에 비치는 라이트는 켜지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이국적인 그림이 창밖으로 지나간다. 정돈되지 않은 모습, 곳곳에 무너진 듯한 건물들이 있고 어두운 길 풍경이 낯설다. 길 옆으로는 길가에 누워있는 사람들도 보이고 그 옆으로는 소와 개들이 누워 있다. 아무 데나 자리잡고 누우면 잠자리가 되는 듯하다.
<여행자들의 거리 빠하르간즈>
<8월의 인도 델리, 무척 더운 날이다>
여행자 거리인 빠하르간즈의 숙소 앞에 도착한 시간은 11시 30분. 숙소도 골목길을 한참 걸어 들어가야 있다. Stering Inn. 방 하나에 900루피짜리 에어컨 있는 방이다. 방에 들어가니 에어컨 덕에 시원하긴 한데 내부는 70년대 수준이다. 2008년에 리모델링을 해서 상태가 좋다고 책에서 봤는데 아니다. 속았다. 모든 게 지저분하고 침대의 이불도 끈적끈적한 느낌이다. 욕실은 그 정도가 더 심하다. 아들 녀석은 작년에 갔던 태국 방콕을 생각했던지 이게 정말 호텔이냐고 묻는다.
<침대가 끈적끈적해서 위에 침낭을 깔고 잤다>
<호텔방 화장실. 우리 아들이 호텔 맞냐고 경악을 했다>
그래도 침낭을 꺼내 침대 위에 펴고 함께 누우니 그래도 잘만하다. 이런 방이 처음에 걸린 게 오히려 낫다. 괜히 기대치가 높아지면 앞으로 자주 입이 나올 텐데 말이다.
밤 12시에 배가 고파서 컵라면을 끓여 먹기로 했다. 호텔 로비에서 더운 물을 요구하니까 1인당 20루피를 달라고 한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 잔돈이 없어서 내일 외상으로 했다. 로비 귀퉁이에 있는 정수기에서 좀 미지근한 물을 부어준다. 반은 익고 반을 불고... 그래도 집 밖에서 먹는 컵라면은 정말 맛있다. 아직 환전을 안했으니 마실 물도 없고, 그냥 목이 마르더라도 참아야 한다. 새벽 1시부터 에어컨을 틀었다 껐다 하면서 첫 밤을 보냈다. 밖에서 들려오는 개 소리와 함께... 정말 개 많은 동네...
첫댓글 사진이 배꼽입니다.
엑박 안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