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드시 알아야 할 흙 미장의 기본

[햇빛전사]

(김성원님의 페이스북에서 모셔 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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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드시 알아야 할 흙 미장의 기본

이제 진짜 본격 흙 미장 실전에 들어가야겠네. 흙 미장은 초벌(1차), 재벌(2차), 정벌(3차) 세 번에 걸쳐 바르는 게 보통이야. 여기서 오해가 있을 수 있는 데 딱 세 겹 바른다는 뜻은 아니고, 종류가 다른 세 가지 미장 반죽으로 바른다고 이해하면 좋겠어. 게다가 미장 차수마다 상황에 따라 한 번에 끝낼 수도 있고, 1~2회에 나누어 바를 수도 있는 거지.

각 미장 단계마다 목적, 재료, 배합 비율, 배합 방법, 바르는 법, 미장 두께가 조금씩 다르지. 물론 여기서 제시하는 것을 절대 바뀌지 않는 공식처럼 생각할 필요는 없어. 단지 참조할 기준 정도로 여겨주면 좋겠어. 세상의 어떤 흙도 같지 않기 때문이야. 흙에 대해 꼭 알아두어야 할 것이 있어. 모든 흙은 자연 성분이나 특성뿐 아니라 흙 속에 포함된 골재의 크기와 비율이 각기 달라. 이 때문에 아무리 표준 미장배합법이 있다해도 미장 전에 반드시 배합 실험을 해야 하는 거야. 미장 반죽 배합 실험은 미장 작업의 핵심 공정으로 반드시 포함시켜야 해. 세상 각지에는 굉장히 다양한 흙들이 있다는 걸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지. 종종 흙 건축 장인들 사이에 각기 미장 법에 대해 다른 의견과 다른 배합비율, 다른 방법을 제시할 수 있단 말이야. 미장에 관한 여러 자료들을 살펴봐도 다 조금씩 다르니 도무지 헷갈려. 한 마디로 흙 건축에서는 모든 지역 모든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단일한 공식이란 있을 수 없단 얘기지. 하지만 그래도 초보자들에겐 참조할 기준이 있는 게 좋겠지. 이제부터 흙 미장에 대해 초벌, 재벌, 정벌로 나누어 설명할게.

- 미장의 두께

흙 미장의 두께는 어느 정도가 적당할까? 아무리 찾아봐도 명확한 답을 찾을 길 없었어. 역시나 공식처럼 어디에나 적용할 수 있는 답은 없는 거야. 뭔가 명확한 답을 찾으려는 심사는 아마도 4지선다형 시험과 기계적 암기 위주 교육 때문이겠지. 세상일이란 대개 딱 부러지지 않고 늘 유들유들 삐쭉빼쭉. 특히나 자연적인 전통기술은 획일적인 답이 없어. 지역에 따라 상황과 조건, 제약이 제 각각이고 그 때문에 그곳에서 발전한 기술마다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지. 말이 길어졌네. 하여튼 각 미장 단계마다 적정한 흙 미장의 두께는 얼마가 될까? 여러 사례를 살펴보면 대개 이 정도니까 알아둬.

초벌 미장은 외를 엮은 초벽이라면 10mm, 판판한 판벽이라면 
접착력을 높인 얇은 3.5mm~5mm 정도로 예상보다 얇게 바르면 돼. 초벌 미장은 바탕 벽면에 잘 붙도록 접착성이 높아야 하는데, 아무래도 미장이 두껍다면 마르면서 벌어지고 터지기 쉽기 때문이야. 재벌 미장은 대개 8~15mm 내외. 재벌 미장이야말로 미장의 살이야. 미장 단계에서 가장 두꺼운 부분이지. 마감 미장은 3~5mm 이하야. 심지어 1mm 이하로 얇게 바르는 경우도 있는데 어떤 경우는 거의 칠에 가깝게 얇게 바른다고 생각하면 돼. 미장 두께를 모두 합쳐보면 14.5mm~30mm. 물론 그 이상 두께로 바를 경우도 있지만 보통 30mm를 넘지는 않아. 미장이 두꺼워 좋을 일은 없어. 재료도 많이 들어가고 일도 많아지잖아. 한마디 더하면 미장도 칠처럼 얇게 여러 번 바르는 것이 상책이야. 세 번이 아니라 대여섯 번에 나눠 목표한 두께로 미장을 발라야 하는 거지.

- 초벌 미장

재료 :　흙, 볏짚, 물, (모래)
비율 :　흙 1, 볏짚 1/2, 물 1.25, 모래 1 (부피 기준)

초벌 미장은 첫 번째로 바탕 벽면에 바르는 미장인데, 무엇보다 미장 반죽은 접착성이 높아야 해. 점성이 높은 흙을 사용하는 게 좋고 대략 15mm 채에 쳐서 사용하지. 흙 자체의 모래 함량에 따라 모래는 전혀 넣지 않거나 약간만 넣는 게 좋아. 모래를 많이 넣으면 접착성이 떨어지거든. 이때는 건재상에서 사온 거친 미장용 모래를 바로 사용해도 돼. 건재상에서 미장 모래를 사왔다면 이미 어느 정도 채에 쳐둔 것이기 때문이야. 흙은 마르면서 5%~23% 정도 수축하는 데 모래를 너무 적게 넣어도 균열이 생길 수 있어. 볏짚을 넣으면 균열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는 데 초벌 미장에서는 너무 많이 넣어도 자칫 접착성이 낮아질 수 있어서 조금만 넣어야해. 만약 초벌 미장을 졸대나 외를 엮은 초벽에 바를 거라면 볏짚은 검지 길이 정도, 그러니까 6~10cm 길이로 잘라서 사용하지. 흙 부대나 벽돌 벽, 돌을 쌓은 석벽처럼 요철이 심하고 채울 홈이 많다면 볏짚 길이는 더 길어도 상관없어. 합판이나 석고 판재, 시멘트 벽이라면 더 짧아도 상관없고. 재료들을 혼합할 때는 모두 한 번에 넣지 말고, 각 재료들을 조금씩 넣어가며 배합하는 게 골고루 섞을 수 있어. 물도 마찬가지로 한 번에 넣지 말고 조금씩 나눠서 섞은 게 기본이지. 참고로 다른 재료들을 넣기 전에 먼저 물을 약간 넣어야 바닥 구석에 흙이나 모래가 섞이지 않고 남아 있게 되는 걸 방지할 수 있으니까 알아둬. 미장 반죽은 가능하면 현장에서 바로 배합해서 사용하지 말고, 우선 흙과 볏짚을 물과 혼합해서 습기가 날아가지 않도록 비닐로 덮어서 며칠 숙성시켰다가 다시 모래와 섞어서 사용하는 게 좋아. 볏짚 숨도 죽고 점성도 높아지기 때문이란다.

-볏짚의 대용 섬유재 

볏짚을 구하기 어려울 때는 밀짚, 보리 짚, 마른 잔디, 보리 까락, 밀 까락, 마 섬유, 동물 털로 대체할 수 있다. 자연 재료를 구하기 힘든 경우 제품으로 판매되는 친수성 나이콘 파이버, 삼 섬유로 만든 지콘 파이버, 마분지나 휴지를 물에 푼 종이 섬유, 기타 목질계 섬유재 등을 사용할 수 있다. 이러한 제품화된 섬유재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시멘트, 콘크리트 재료 생산기업에서 구매할 수 있다. 바나나 섬유재는 클라이맥스에서 별도로 판매하고 있다.

- 발효 흙+볏짚 미장

운송수단이 발달하지 못한 과거에는 의외로 모래를 미장에 사용하는 경우가 흔치 않았어. 강가나 바닷가가 아니라면 모래를 싣고 건축현장까지 가져오기 싶지 않기 때문이야. 현대적 운송수단이 등장하기 전까지 흙-모래 미장 보다는 흙-볏짚 미장법이 더 대중적이었어. 흙-볏짚 미장은 초벌, 중벌, 마감 미장 모든 경우에 사용할 수 있거든. 단, 초벌>중벌>정벌 순으로 흙 입자나 볏짚 굵기가 작고, 길이가 짧아야 해. 긴 볏짚은 양각조형, 즉 벽체에 흙 미장으로 모양을 내거나 창 주위 형태를 잡을 때 사용하고, 작두로 6cm 길이로 짧게 자른 볏짚은 초벌 미장에 주로 사용하지. 작두로 자른 볏짚을 다시 예초기로 휘저어 가늘고 짧게 분쇄한 볏짚은 중벌 또는 정벌 미장에 사용하곤 해. 

일본의 경우 흙과 볏짚, 물을 혼합해서 수개월에서 1년 정도 발효시켜 사용하는 발효 흙+볏짚 미장 반죽이 자주 사용되는데, 흙과 볏짚을 발효시키면 미장 강도가 높아지고, 볏짚 속의 규사와 셀룰로우즈 성분이 빠져나와 균열을 줄여줄 뿐 아니라 발수성을 높여준다고 해. 도시에서는 오랜 동안 발효시켜 사용하기 어렵기 때문에 며칠간 물이나, 묽게 푼 밀가루 물에 담가두었던 볏짚을 사용하거나, EM 효소를 투입하거나, 효모균이 살아있는 생 막걸리를 섞어서 발효를 촉진시키기도 하지. 이렇게 처리할 경우 자연 발효 때보다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어. 볏짚을 끓인 물로 볏짚과 흙을 혼합해도 비슷한 효과가 나온다고 해. 끓이는 과정에서 규사와 셀룰로우즈 성분이 빠져나오기 때문이라는군. 셀룰로우즈는 식물이나 풀에서 추출할 수 있는 목질계 천연 접착 성분이야. 며칠만이라도 흙과 볏짚을 미리 혼합해서 숙성시키면 드센 볏짚의 숨을 죽여 부드럽게 만들어 미장할 때 볏짚이 삐져나오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단다. 물론 발효 흙-볏짚 미장에 적당량의 모래를 혼합하면 최적의 효과를 얻을 수 있겠지. 강도도 높아지고 균열도 잡을 수 있어. 이러한 발효 흙+볏짚 반죽은 점성이 높아 초벌에도 사용할 수 있고, 재벌 미장 에도 모래를 추가해서 사용할 수 있어 활용도가 높아.

위와 같은 반죽으로 초벌 미장이 끝나면 평활한 면을 만들기 위해 미장이 굳기 전에 면이 넓은 나무 흙손 또는 평활 용 프라스틱 흙손, 넓은 스티로폼으로 면을 둥글게 돌려 문지르면서 고름질을 해야 해. 아주 중요한 작업이지. 초벌 미장 면이 고르지 않으면 재벌 미장 면을 평활하게 만들기 어려워. 고름질 할 때 미장면의 높은 부분은 깎이고, 낮은 부분은 채워지면서 미장 면이 평활해지지. 흙 미장은 고름질이 끝나고 완전히 마르고 난 후 거칠고 성근 쇠 솔이나 긁개로 긁어서 재벌 미장을 위한 요철이나 홈을 만들어 주어야 해. 그래야 재벌 미장이 잘 붙을 수 있지. 그런데 초벌 미장은 모래를 적게 넣기 때문에 약간의 균열이 발생하는 데 이것이 재벌 미장을 위한 요철 역할을 하기 때문에 대개는 따로 요철을 만들지 않아도 돼. 그 다음 면의 먼지를 털어내고, 적당히 물을 분무해 두면 다음 재벌 미장을 위한 준비가 완료된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