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작 4
"그러니까...... 마이샤님은 여기 이 가루가님과 싸워서 이렇게 되었다는 거죠?"
"그렇지......"
"헤...... 생각보다 마이샤님이 강하시네요...... 이 가루가님을 이긴 인간은 아직까지 아무도 없었는데......"
"그렇겠군...... 날 이렇게까지 만들었는데. 온몸에 가벼운 찰과상과 내장파열. 이 정도면...... 일주일은 꼼짝없이
있어야겠군."
"꿀? 일주일? 꾸르...... 나느 하다리나 이써야 하게따, 꿀."
가루가가 여전히 불분명한 발음으로 말했고 마이샤는 웃으며 무시했다.
마이샤와 가루가가 골렘에게 쫓겨 쓰러져있을때 린화가 나타났다. 보통 여자애라면 오크를 보고는 죽여야 된
다고 생각하거나 어른을 불러와야겠다는 생각을 하기 마련인데 린화는 쓰러진 가루가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봐요, 여기서 자면 감기걸려요."
지금 이 상황은 전에 마이샤가 죽음의 숲 앞에서 나미와 만났을 때와 똑같았다. 마이샤는 그 때를 생각하며
피식 웃고는 옆에서 뭐라뭐라 주절거리는 린화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저 애는 우리 둘을 들고 여기까지 데려왔지...... 지금 생각해도 대단한 완력이야...... 여자애가 어떻
게 저런 힘을 길렀을까......'
마이샤가 누워있는 곳은 별빛도 잘 비치지 않는 동굴 안 이었다. 린화가 춥다며 나무를 모아 모닥불을 피우
려 했고 마이샤와 가루가는 서로가 불을 피워주려다가 가지고 온 나무가 모두 다 타버리는 불쌍사가 일어났
다. 린화는 한숨을 쉬더니 마이샤와 가루가를 한번씩 째려보고는 다시 나무를 구하러 나갔다. 마이샤와 가루가
는 머슥해져 뒷통수만 긁고 있다가 린화가 나가자 서로를 한번씩 째려보고는 횡하니 돌아누워 버렸다.
'하지만...... 생각할 수록...... 저 오크는 대단하단 말야...... 그런데......저 오크는 어떻게 마법을 배운거지?'
마이샤는 물어보기가 뭣해서 계속해서 속으로만 끙끙 거렸고 린화는 그런 마이샤를 보고는 감기라도 걸린줄
알고 옆에서 병간호를 해주었다. 마이샤는 그런 린화를 보고는 머슥한 웃음을 한번 짓고는 다시 끙끙 거리기
시작했다.
마이샤가 한참 끙끙 거리며 내린 결론은 이거였다.
'모르겠다...... 으으...... 어쩔 수 없이...... 자존심이 상하지만......'
"이봐, 오크."
"꿀?"
"꿀꿀 거리긴...... 근데 너 말야. 어디서 마법을 배운거냐?"
"꿀? 그거느 아라서 머하게? 꿀."
"궁금해서 그런다."
둘다 말하는 것이 친한 친구처럼 느껴졌지만 둘 주위의 공기는 점점 무거워지고 있었다. 오크는 한참동안 마
이샤를 노려보더니 흘리듯이 말했다.
"꿀...... 지까지게...... 아라서 머하게?꿀......"
뿌득
아쉽게도(?) 이 소리를 마이샤가 들어버렸고 마이샤는 분노에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린화는 마이샤가 갑자
기 몸을 부들부들 떨자 추워서 그러는 줄 알고 곰 가죽으로 만든 모포로 따뜻하게 덮어 주었다. 린화는 전혀
분위기 파악이 안 되는 아이였기 때문이다.
마이샤는 부들부들 노려보다가 저 쪽의 오크도 지지 않고 노려보자 속으로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자신이
아는 마법 중 가장 강력한 고대 마법이었다.
마이샤가 알게모르게 중얼거리며 주문을 외우고 있을 즈음 동굴 밖에서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린화
는 듣지 못했으나 마이샤와 가루가는 들었고 그들은 살기를 거둔채 밖을 바라보았다.
'곰인가?'
어두운 물체가 몸을 웅크린채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그런데 저 곰은 귀가 이상하군. 옆으로 쭉 째져 있네? 아니? 곰이 농사를 짓고 사나? 저 호미는 뭐야?'
어두운 물체는 여러가지 농기구들을 가지고 있었지만 마이샤는 호미 한가지만을 알고 있었다. 그 어두운 물
체는 모닥불에 자신이 모습이 보일 때 즈음 말했다.
"여어, 아빠 왔......"
"얼음보석!"
"가력 블꽂!"
어두운 물체가 말을 하자 가만히 속으로 주문을 외우던 마이샤와 가루가는 동시에 마법을 날렸다. 하지만 그
들이 날린 주문은 서로 상극이었고 가던 도중 서로의 마법이 부딪혀 사라졌다.
동굴 안으로 들어오던 어두운 물체는 놀라 뒤로 넘어졌고 린화는 갑자기 시끄러워지자 동굴 입구를 바라보았
다. 린화의 얼굴에 웃음이 지어지며 앞으로 달려나갔다.
"아빠!"
"얼음보...... 잉? 아빠?"
"가려 블...... 꿀? 아바? 꿀?"
린화는 달려가 자신의 아버지에 매달렸고 린화의 아버지는 놀랐다가 린화가 오자 웃으며 자신의 딸을 안았
다. 서로 한참동안 부비던 부녀는 떨어져서는 말했다.
"아빠, 오늘은 좀 늦으셨네요."
"응. 오늘 나머지를 다 갈고 오느라고 말이야. 근데 저 돼지와 저 청년은 뭐냐? 음...... 돼지는 오늘 잡아온 거
고...... 저 청년은 네 약혼자냐? 잘 생겼네?"
"아빠!"
린화의 얼굴은 붉게 물들어져 있었고 마이샤는 자신이 잘 생겼다는 소리를 듣자 기분좋아 바보같이 '헤헤'하
고 웃었다. 하지만 가루가는 자신이 돼지라고 하자 화가나 다시 주문을 외었다.
"바브가튼 이가늘 주기기 위한 나으 블꽂! 가려 블꽃!"
"허...... 저 돼지가 이제는 주문까지 외우네? 흠...... 강력 불꽃인가? 허허...... 재밌는 돼지일세."
가루가는 화가 끝까지나 자신의 모든 힘을 담아 주문을 날렸다. 엄청난 열기가 동굴 안을 가득 채웠고 허허
웃던 린화의 아버지 몸이 불꽃으로 타올랐다.
린화는 고개를 푹 숙이고 있다가 자신의 아버지가 불에 휩싸이는 것을 멍하게 바라보았다. 린화는 떨리는 목
소리로 말했다.
"아, 아빠...... 불장난 하지마라고 했잖아요! 왜 동굴 안에서 불장난이에욧!"
린화의 말과 동시에 린화 아버지 몸을 감쌌던 불이 순식간에 사그라 들면서 린화의 아버지가 말했다.
"갑자기 이런 불꽃이 생기네? 허...... 누가 날 죽이려고 한 건가? 거참......"
마이샤와 가루가는 놀라 멍하게 두 부녀를 바라보았다. 이 정도의 파워라면 마이샤가 막기도 버거울 정도인
데 저 사람은 맞고도 아무일이 없으니 그들로선 기가막힐 일이었다. 마이샤는 놀라 더듬더듬 말했다.
"저...... 몸은 괜찮으신지......"
"응? 아, 이정도 불길 정도야...... 내가 용암으로 목욕을 하는 사람인데, 뭐."
마이샤는 린화 아버지의 대답에 얼이 빠져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용암에 목욕을? 흐음...... 인간은 그럴 수 없고...... 혹시...... 드래곤? 드래곤이라면...... 레드드래곤? 이런, 제길!
걸어서 레드드래곤의 레어로...... 응? 레어치곤 작은데?'
"설마 이런 날 보고 드래곤 이라고는 하지 않겠지. 게다가 나보고 그 성깔있는 레드드래곤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으리라고 난 생각하네. 원래 몸이 튼튼해서 그런거야. 걱정하지 말게. 아, 우리 통성명도 안 했지? 난 저기
있는 예쁘지만 성깔있는 딸의 애비되는 늉 진이라고 하네. 자네는?"
레드드래곤이 아니라는 말에 멍하게 있던 마이샤는 늉이 웃으며 부드럽게 말하자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네, 저는...... 마이샤우샤 퍼라스라고 합니다. 그냥 마이샤라고 불러주십시오."
"흠...... 좋네. 혹시...... 이 돼지도 이름은 있는가?"
"꿀! 나느 위대한 오크드르 별! 가루가다!"
"허...... 돼지가 말도 하면서 이름도 가져? 거참 희안한 놈일세. 그래, 언젠가는 내 뱃속으로 들어가겠지만 잘 지내게."
"꿀!"
가루가는 늉의 마지막말에 자존심이 상한듯 한참동안이나 오크어로 꿀꿀 거렸고 마이샤와 린화는 그 엄청난
소음에 귀를 틀어막고 있어야 했다. 하지만 늉은 가루가가 꿀꿀 거리는 소리에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고 그
저 자신의 농기계만 다듬고 있을 뿐이었다.
'참...... 정신력이 대단하신 분이네...... 나는 절대로 저렇게 할 순 없을 거야. 윽......'
"그만 좀 꿀꿀대! 확! 잡아먹어 버린다!?"
마이샤가 인상쓰며 이렇게 말하자 가루가는 오히려 잘 되었다는 듯이 더욱 꿀꿀 거렸고 마이샤는 귀를 틀어
막고는 잠을 청했지만 잠은 오지도 않았다.
그러기를 오후 24시까지 계속했고 마이샤는 그때쯤이 되어서 잠이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마이샤는 꿈에서
꿀꿀거리는 돼지들을 피해다니는 악몽을 꾸었다.
짹짹
새들의 아침을 알리는 소리가 맑게 마이샤의 귓속으로 파고 들었다.
"으음......"
마이샤는 부시시한 눈을 뜨며 힘겹게 일어났다. 한동안 멍하게 있던 마이샤는 자신의 귀를 한참동안이나 뚫
고 만지더니 말했다.
"으...... 꿀꿀거리는 돼지소리가 이젠 환청으로 들리는군...... 젠장......"
마이샤는 머리도 채 스다듬지 않은채 밝으로 나왔다. 눈부신 햇빛이 그의 온몸을 지나갔고 마이샤는 한참동
안 햇빛을 맞더니 샘을 찾아 두리번 거렸다.
두리번 거리는 마이샤의 눈에 저 쪽에서 걸어오는 린화의 모습이 보였다.
린화의 등에는 무언가가 메어져 있었다. 린화의 손에는 커다란 칼이 들려 있었는데 그 칼에서는 피가 뚝뚝 떨
어지고 있었다.
마이샤가 그 모습을 보고 굳어버렸을때 린화는 마이샤를 발견하게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안녕하세요 마이샤님! 잠은 잘 주무셨나요?"
굳어버린 마이샤는 대답을 할 수 없었다. 간신히 입을 움직여 자신의 의사를 표현했다.
"드, 등 뒤의 그것은......?"
"아, 이거요? 하도 시끄럽게 하길래 잡았어요. 봐요."
린화가 자랑스럽다는 듯이 웃으며 보여준 물체는 이미 숨이 끊어진 돼지였다.
"허억! 가, 가루가!"
"꿀? 왜 부러?"
"허억!"
마이샤는 자신의 뒤에서 들리는 소리가 죽은 가루가의 목소린 줄 알고 돌아보지도 못한 채 그대로 서서 굳어버
렸고 가루가는 눈을 비비며 나오다가 린화가 들고오는 자신의 종족(?)을 바라보고는 굳어버렸다.
린화는 웃으며 그들에게 오다가 그들이 굳어버린것을 보고 이렇게 말했다.
"응? 아직 주무시는 건가? 많이 피곤했던 모양이네......"
이렇게 말하고는 린화는 그 돼지를 가지고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지지지직
돼지고기가 익어가는 즐거운 소리에 마이샤의 마음은 더욱 무거워졌다. 제대로 확인도 안한 자신이 바보스럽
게 느껴졌으며 한낱 오크인 가루가를 걱정했다는 것 자체가 지금 자신에게는 받아들여지지가 않았다.
가루가는 절대로 돼지고기는 먹지 않겠다고 극구 반대하는 탓에 밖에 나가있는 상황이었다. 린하는 계속해서
킥킥 거리며 고기를 굽고 있었고 마이샤는 울상을 짓고 이 상황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 생각하고 있었다.
"킥킥......"
린화의 웃음소리가 점점 커지면서 마이샤의 얼굴도 그에 비례하듯이 더욱 붉어졌다. 그런 마이샤의 모습을
바라보자 린화는 더이상 못참겠다는 듯이 웃음을 터뜨렸다.
"우하하하."
린화는 뭐가 그렇게 우스운지 배를 부여잡고 눈물까지 흘리면서 웃었다. 마이샤의 얼굴은 더 이상 붉어질 수
없을 정도로 불어졌고 마이샤는 밝으로 나와 버렸다. 동굴 밖에 나온 마이샤의 귀에 민트의 웃는소리가 파고
들었다.
"우하하하!"
"후우......"
마이샤는 저 멀리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자신의 옆에 앉은 오크, 가루가를 바라보았다. 가루가는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눈을 감고 있었다.
마이샤는 그런 가루가를 보다가 피식 웃고는 가루가의 옆에 앉았다.
"너 어디서 마법을 배운거지?"
"꿀...... 끄질기구...... 꿀...... 가서해따."
"뭐? 가서? 어딜?"
"꿀! 가성!"
"가성? 각성? 각성 했다고?"
가루가는 한숨을 푹 내쉬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마이샤는 더욱 놀란 얼굴이 되어 가루가를 바라보았다.
"각성? 각성을 했다고? 오크인 네가?"
"꿀...... 며버늘 말해저야 아느거냐? 꿀...... 나말고도 더 이따......"
"너 말고 또? 허, 이것 참......"
가루가는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독백하듯이 말했다.
"꿀...... 한 부조게 한 마리씩...... 가성을 해따...... 나더 그 중으 하나다."
'이거...... 문제가 심각해지네...... 한마리도 아니고...... 여러마리나...... 게다가 이정도로 강하다면?'
"다른 오크들도 너와 비슷한 파워를 가졌나?"
"꿀...... 그럴지도......"
"후...... 그런데 네가 각성하게 된 계기는 뭐지? 각성이라고 했으니 계기가 있을 것 아냐?"
가루가는 갑자기 한숨을 쉬더니 다시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독백하듯이 말했다.
"꿀...... 내가 가성하기 된 계기느...... 꿀...... 아버지으 주금이다."
상상도 못했던 가루가의 대답에 마이샤는 굳어버렸다. 이런 마이샤를 아는지 모르는지 가루가는 계속해서 말
했다.
"꿀...... 대부부느 오크가...... 나라 비스하다고 하더구...... 꿀......"
"후...... 미안하다. 아픈 부분을 건드린 것 같군."
"미안? 꿀...... 내가 너 따위에게 그러 소리르 드를이유느 업따. 너나 잘해!"
가루가는 화가 난듯이 매우 인상쓰고는 말했다. 상상치도 못했던 가루가의 반응에 마이샤가 놀라 사과하려고
했다가 필요없음을 느끼고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