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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incourt 역에 내리는 고향설
한 송이 눈을 봐도 고향 눈이오
두 송이 눈을 봐도 고향 눈일세
끝없이 쏟아지는 모란 눈 속에
고향을 불러보니 고향을 외워보니
가슴 아프다
소매에 떨어지는 눈도 고향 눈
뺨 위에 흩어지는 눈도 고향 눈
타관은 낯설어도 눈은 낯익어
고향을 떠나온 지 고향을 이별한 지
몇몇 해던가
눈 위에 부서지는 꿈도 고향 꿈
길 위에 흩어지는 꿈도 고향 꿈
인정은 서툴러도 눈은 정다워
고향을 그려보니 고향을 만져보니
가슴 쓰리다
백년설의 고향눈이다.
새벽부터 내리는 눈이 지난 주에 내려 녹지못하고 덮혀있는 도로와 산야에 그림같이 쌓인다.
소복 소복 내려 쌓이는 그야말로 백년설이 부른 고향설의 모란눈이다.
옆에 탄 아내도 겨울의 한국 고향집에 내리는 눈 같다고 반갑다고 소리치며 깔깔 웃으며 좋아한다.
정말 겨울 눈나라 같다. 이렇게 바람이 없는 날에 함박눈이 내리면 겨울왕국이 된다.
내 고향 겨울에 내리는 눈도 이렇다. 바닷가라서 눈이 너무 와서 온통 동네를 덮으면 미리 서로
연결해 놓은 새끼줄을 돌려가며 눈 통로를 만들어 다녔다. 그때야말로 즐겁고 행복한 한 때였다.
그런 눈이 타국땅 이곳 기차역에 소복히 쌓인다. 한송이 눈을 봐도 고향눈이요. 두 송이 눈을 봐도
고향이로세. 내 얼굴에 내린 눈은 눈물이 되고 고향이 되어 차게 내린다. 여기까지가 감정이다.
곧 우리 클로이 할무이 장보러 시장 들러지 말고 집에 가서 도착보고. 우리 클로이 학교 잘 갔나
사진으로 보고(큰 아들은 수목금 집에서 재택근무) 둘째도 회사 잘 도착했나 보고, 며느리도 회사
잘 도착했나 보고. 이렇게 또 다른 걱정이 시작되었다. 많이 오는 눈은 나에게 이렇다.
그 고향을 싣고 오는 고향눈에 잠깐 그리움을 섞어 냄새를 맞는다. 고향 같은 눈. 고향눈. 모란 꽃잎
같이 소록 소록 내린다.
이제 열차가 토론토 유니언 역에 도착하면 시린 손 거두고 차를 탄다. 눈물꽃 하나를 또 가슴에 피운 채
내려서 맞을 오늘 하루의 전투에 또 이기자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