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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행-거짓말-사과-자진하차... 그래도 남는 의문
중견 탤런트 최철호가 폭행 사건으로 치도곤을 맛보고 있다.
“최철호입니다. 일단 진심으로 ‘동이’ 팬 여러분께 이번 불미스러운 일에 관하여 물의를 일으킨 점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드라마에서 하차하는 것이 조금이나마 벌을 받는 거라 생각하기에 하차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아무쪼록 저로 인하여 동이에 피해가 가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반성하며 자숙하는 시간을 가지도록 하겠습니다. 거듭 사과드립니다.”
7월 11일 오후 8시 40분께 최철호가 드라마 ‘동이’ 게시판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밝힌 사과의 글이다. 짧지만 결연하고 책임감도 묻어나는 글이어서 사과문으로 손색이 없어 보인다. 그는 앞서 이날 오후 6시 팔레스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식사과를 한 바 있다. 하지만 팬들의 분노는 식지 않을 것 같고, 시간이 해결해 줄 수 있는 것도 별로 없어 보인다.
기자회견을 통한 공식사과와 홈페이지를 통한 사과문 게재, 그리고 인기 프로그램의 자진하차까지 이어지고 있는데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고, 어떻게 처신했기에 웬만하면 용서가 될 법도 한 일에, 그리고 용서하기가 쉽지 않아 보이는 대부분의 연예계 스캔들조차 시간이 해결해주는 관례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해결해 줄 수 없어 보이는 것일까. 그 연유가 궁금해진다.
사건의 발단은 술자리에서 벌어진 다툼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최철호는 지난 8일 새벽 경기도 용인의 한 횟집에서 후배 탤런트 손일권, 20대 연기자 지망생 김 씨 등과 함께 술을 마시던 중 그녀를 폭행했다고 한다. 최철호는 여성 폭행 여부에 강력 부인해왔다. 사건 직후 최철호의 소속사도 이 같은 사실을 극구 부인했는가 하면, 최철호 본인도 기자들과의 통화에서 "법적으로 잘못한 일이 전혀 없다. 여자를 때렸다는 의혹은 말도 안된다. 단순한 해프닝이었는데 이야기가 와전되고 있어 속상하다"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폭행당했다는 여성이 후배 탤런트 손일권의 여자친구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내가 왜 다른 사람의 여자친구를 때리겠냐”는 반문과 함께 이 사건을 보도한 SBS에 대해서는 기사가 나가면 신고하겠다는 주장까지 했다고 한다. 그러나 9일 오후 SBS 8시뉴스에 폭행 장면이 담긴 CCTV가 공개되자 11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사죄하기에 이른 것이다.
9일 SBS는 ‘8시뉴스’에서 문제의 CCTV 영상화일을 공개했다. 경기도 용인시 한 음식점 CCTV에서 촬영된 것으로 경찰이 이날 함께 있던 탤런트 손일권을 폭행한 행인의 신원을 밝히기 위해 영상을 조사하던 과정에서 드러났다고 하는데, 정작 영상에는 손일권이 폭행당하는 장면이 아니라 최철호에게 불리한 장면이 나왔다. 흰 모자를 쓴 최철호가 거리에서 피해 여성의 팔을 잡아당겨 바닥에 주저앉힌 뒤, 엉덩이 부분을 여러 차례 발로 차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이 여성은 다른 사람의 다리를 붙잡고 매달리지만 최철호의 발길질은 계속됐다.
최철호가 여성을 폭행하는 동영상이 담긴 CCTV 화면과 목격자들의 진술이 낱낱이 공개되자 소속사는 입장을 바꿔 폭행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했으며, 최철호의 기자회견과 사과문 게재가 이어졌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 돼버린 것이다. 최철호에게 불리한 이 같은 영상이 공개된 것 자체가 최철호 스스로 자초한 것이었다.
SBS가 공개한 동영상 화면은 일대 음식점에 설치된 CCTV에서 찍혔는데, 경찰은 최철호와 술자리 동석했던 탤런트 손일권이 일반 행인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자 상대방의 신원을 밝히기 위해 해당 CCTV를 확보했던 것인데, 이날 폭행을 당했다는 김 씨가 최철호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뜻을 이미 밝혔고, 이에 따라 최철호도 훈방 조치됐었기 때문에 그냥 묻혀 버릴 수 있었던 게 아니냐는 것이다.
또 하나의 영상은 SBS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것인데 최철호가 경기도 용인시 수지지구대에서 조사를 받을 때의 모습이 담겨 있다. 영상에서 최철호는 지구대 사무실 밖에서 담배를 피워 문 채 경찰관에게 머리를 두어 차례 숙이며 사과를 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이 경찰관은 방송사 SBS 취재진으로 다가와 “찍어요, 찍어. 경찰한테 욕하고 난리네. 완전히 안하무인이네. 아까부터 계속 욕이야 욕”이라고 말하며 분개해 하는 장면이 나왔다.
이에 취재진이 최철호에게 다가가 질문을 하자, 그는 “결과를 보고 얘기하세요. 만약 결과가 다르게 기사가 나가면 신고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나서 최철호는 피우던 담배를 경찰관에게 내밀고 지구대 안으로 들어갔다 나온 뒤 SBS 기자에게 “나중에 결과를 보고 반성을 하든가 어필을 하든지 할게요”라고 말하자 기자가 “그렇다면 목격자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이냐”라고 질문했고, 최철호는 그 질문에 “그건 당신들이 판단하세요”라며 입을 닫았다. 결국 이 두 번째 동영상 파일을 SBS가 공개한 것도 최철호가 신고 운운하면서 기자를 자극했기 때문으로 보이며, 공개된 동영상 때문에 경찰서 조사과정에서 불미스런 일을 벌인 것이 아닌가 하는 추정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아무튼 지금까지 최철호 음주 폭행 논란과 관련돼 인터넷에 공개된 동영상 파일은 2개로, 하나는 최철호가 거리에서 한 여성을 폭행하는 장면이 담긴 CCTV 영상이고, 다른 하나는 사건이 발생한 후 SBS 취재진이 촬영한 지구대에서의 최철호 모습인데, 둘 다 폭행·거짓 해명으로 파문을 일으킨 탤런트최철호에게 지극히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그런데 이처럼 최철호 사건이 사회적 흥미를 끌기 시작하자 이번에는 케이블방송이 달려들어 사건이 일파만파 번질 조짐이다. 케이블방송 tvN '이뉴스' 제작진이 또 다른 CCTV 추가화면이 있다면서 12일 오후 9시 방송에서 전격 공개하겠다고 발표한 상태다.
11일 tvN '이뉴스' 제작진은 "SBS가 9일 공개한 CCTV 영상 외에 추가분을 확보했다. 최철호가 K양의 팔을 뒤로 꺾고 뒤통수를 때리는 등 구체적인 폭행 장면이 담겨있다. 횟집에서 나온 일행 중에는 K양 외에도 여성 한 명이 더 있었다. 최철호는 횟집을 서둘러 나서는 두 여성을 뒤 쫒아가 K양만을 때렸고 다른 여성은 손일권과 함께 차를 타고 이동했다"고 전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 추가화면에 김 씨 말고 또 다른 여자가 나온다는 사실로, 이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최철호나 손일권이 전혀 언급하지 않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최철호 말대로 김 씨가 손일권의 여자친구도 아니라는 얘기며, 후배 연예인이나 연예지망생이 함께 동석한 것이 아닌 또 다른 목적의 합석이 아니냐는 뒷담화가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일 방송에서 tvN측은 예고와 달리 추가화면 공개는 없이 증인들의 증언만을 내보냈다.
최철호는 사과의 변과 함께 피해자 김 씨를 폭행한 원인은 술이었다고 했으며, 연기에 대한 후배의 질타가 자존심을 상하게 한 것이라고 했다. 최철호는 “2년 동안 마시지 않았던 술을 최근 이런저런 이유로 다시 입에 대게 됐다. 오랜만에 마신 탓에 그 기운을 이기기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그리고 폭행을 이끈 건 연기에 대한 그녀의 질타였다고 했다. 최철호는 “김 씨가 내 연기에 대한 평을 했고 이에 언성이 높아졌다. 평소라면 웃고 넘길 일이었지만 술이 과해 후배들에게 지나친 행동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어느 언론은 그런 최철호의 변명을 액면 그대로 받아 쓰고 있다.
"물론 10년 이상 오랜 무명생활을 겪으면서도 놓지 않았던 연기는 최철호에게 주업이며 하나뿐인 자존심이기 때문에 만취한 상태에서 충분히 비수가 되어 꽂힐 수 있다. 게다가 상대는 평소 아끼던 후배였다니, 자신보다 경력이 일천한 후배의 질타는 그를 충분히 꽤 당혹스럽게 만들었을 것이다. 오른 취기로 판단력이 흐트러져 벌어진 실수라는 얘기였다." 그리고 또 다른 언론은 “지난해 잠깐 얻은 인기를 잃을까 두려웠다. 저를 포장하는 실수까지 저질렀다. 변명으로 용서가 안 될 행동이란 점임을 잘 알고 있다”는 최철호의 변을 싣고 있다.
하지만 이번 탤런트 최철호의 여성폭행 사건은 CCTV가 아니었으면 그대로 묻힐 사건이었고 그랬다면 최철호는 절대 사과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는 것에 사람들은 분개했다. 그래서 더 최철호의 도덕성이 도마에 올랐고 치도곤을 당했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부터 폭행사실을 시인하고 사과했더라면 피해 당사자도 처벌을 원치 않았던 사건이니 크게 문제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자신들이 폭행을 당했느니 하면서 설레발을 떨었던 점, 그래서 경찰이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 CCTV가 확보했는데 그런 된 줄도 모르고 끝까지 오리발을 내밀다가, 되레 오보라면 취재하는 기자들을 고소하겠다고 적반하장을 하다가는 폭행사실이며 행인들과의 쌈질이며 경찰서에서의 불미스런 사건까지 공개당하고 만 것이다.
특히 이날 tvN의 이뉴스 방송에 따르면 손일권이 행인들에게 폭행을 당했다는 것도 사실은 최철호가 김 씨를 폭행하는 것을 지나가던 행인들이 말리는 과정에서 시비가 붙어서 일어난 일이었다. 게다가 최철호 일행 중에는 폭행 당한 김 씨 말고도 또 다른 여인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동반한 한명의 여성(김 씨)이 후배 손일권의 친구라고 했다가 그쪽에서 부인하자 후배 연예인이니 연예지망생이니 하질 않나, 그런데 이제 그 후배인지 연예지망생인지 하는 여성이 하나가 아니라 둘이라니 한마디도 믿지 못하게 생긴 것이다.
물론 추가 CCTV화면이 공개되지 않아서 파장이 크지는 않았지만 현지주민들의 생생한 증언으로 예고된 추가 동영상의 장면이 대부분 사실일 것으로 추정되는데, 새벽 2시까지 짝을 맞춰 술을 마신 남녀가 선후배 연예인이나 연예인 지망생일 리가 있겠느냐는 구설수에까지 오르게 된 것이다. 진짜 후배 연예인이라고 한다면 연예인들은 그렇게 헤픈 존재들이냐는 비아냥이 따를 일이니 진퇴양난인 셈이다. 이쯤 되면 그 자리에 있었던 손일권이나 두 여인도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 같다. 연예인이 공인이라고 하는 말이 있다. 공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책임있는 자격을 가진 위인이라는 점을 인정할 수는 없겠지만 사생활의 일거수일투족이 공개될 수밖에 없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는 점만은 분명해보인다. 그런 공인이라면 공인답게 처신했어야 한다는 교훈을 공인 최철호가 우리에게 말해준 사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