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당시에는 지내지 않은, 중음신(中陰身)을 제도하는 49재를 지내는 것은 귀신불교이다. 부처님은 식이 윤회하는 것이 아니라며 이생에서 저승으로 업을 짊어지고 가는 중음신을 부정하셨기 때문이다. 무아(無我)와 인연법(因緣法)의 불교에는 영원히 변하지 않는 영혼(靈魂)이 없다.
초기불교에서는 ‘밀린다 왕문경’에 나타나듯이 윤회는 그 즉시 일어난다. 전혀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다음 몸을 받는데 시간이 걸릴 이유가 없다. 왜 다음 생을 찾는데 시간이 걸려야 한다는 말인가? 우주 법칙이, 즉 업에 의한 환생법칙이 있다면 왜 즉시 작용하지 않는가? 우주법계(宇宙法界)는, 즉 인과장(因果場)은 생명체가 죽자마자 그 즉시 업을 계산해서 그 업에 ‘딱’ 맞는 다음 생을 부여할 능력이 없다는 말인가? 설마 '심장'(心場 mind field)인 인과장(因果場)이 중력장(重力場), 전자기장(電磁氣場) 등의 '물리적인 장'(physical field)과 마찬가지로 양자역학의 지배하에 있어서, 정보전달에 있어서 시간이 걸린다고 주장하는 것일까? 즉 양자역학의 영향으로 다음 생을 받는 데 시간이 걸린다고 주장하는 것일까?
중음신 이론은 귀신현상을 설명하기 위해서 발생한 이론일 수 있다. (지금도 귀신을 보았다고 증언하는 사람들이 나타난다.) 다음 몸을 받지 못한 귀신이 존재한다면, (이 귀신은 아직 6도 중의 다음 몸을 받지 못했으므로) 환생에는 시간이 걸린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볼 때, 적나라하게 말하자면 중음신계는 귀신계이다. 기독교세계에는 사람이 죽으면 그 즉시 연옥으로 가거나(가톨릭), 천국이나 지옥으로 가므로(개신교) 귀신이 존재하지 않는다. 종파에 따라서는 지구 최후의 날 (Doom's Day)에 지금까지 죽은 이들이 부활한다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부활은 몸과 영혼의 부활이어서 여전히 귀신이 설 자리가 없다. 몸을 잃은 귀신들이 기다리고 있다가, 부활한 몸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이들은, 불교도들과 힌두교도들은 납득하기 힘들겠지만, 몸이 죽을 때 영혼도 같이 죽는다고 믿기 때문이다. 따라서 귀신은 문화현상임을 알 수 있다.
중음신 이론은 질이 나쁜 승려들이 신도들에게 겁을 줘서 돈을 얽어낼 시간이 필요해서 만들어낸, 혹은 만들어내지 않았어도 이미 존재하던 이론이 그런 용도로 유익하게 쓰인 교리일 수 있다. 이런 경우를 사바세계에서는 불감청고소원(不敢請固所願)이라고 한다. 통상 다음 몸을 받기까지 걸린다는 49일이면 충분한 시간이다. 이 승려들은 아소카 대왕시절에 대왕의 전폭적인 불교후원에 힘입어 시주가 풍성히 들어오는 불교계로 시주를 노리고 머리를 깎고 위장전입·잠입한 외도들일 수 있다. 그곳에서 그들은 결의한다. : “강 모(某) 교수가 우리의 정체를 폭로하려고 용을 쓰지만, 이 수익성 좋은 사업을 잃을 수는 없다. 이 사업을, 무슨 수를 쓰더라도, 유지시켜 이 사업장으로 계속 환생해서 세세생생 이 낙(樂)을 누려야 한다.”)
중음신 이론을 포기하지 못하는 큰 이유는 사찰입장료, 즉 문화재관람료를 포기하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유이다. 돈 되는 장사를 포기할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세금까지 면제인 49재 현금수입을 어떻게 포기할 수 있겠는가? 피해자인 선량한 스님들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중음신은 부처님이 설하지 않은 이론이므로, 부처님 사후 후대 제자들이 고안해낸 이론이므로, 다른 후대 제자들이 극심히 비난한 이론이므로(그 흔적이 금강경 사상 중 인상으로 남아있다), 그리고 부처님 가르침에 정면으로 위배되므로 아무리 의심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강병균
포항공과대학교 수학과 교수. 서울대학교 수학과, 동 대학원 졸업. 미국 아이오와대학교 박사(수학). 울산대학교 교수 역임. 저서로 《어느 수학자가 본 기이한 세상》(1, 2)이 있고, 〈법보신문〉에 《금강경》에 대한 현대적 해석을 연재하고 있다.
출처 : 불교평론, 뉴스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