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나 행사에서 사진을 많이 찍는다.
자매님들의 사진을 찍으면,
어떻게 찍혔는지 보여달라고 한다. 거의! 꼭!
그리고 다들 자기 모습을 쓰윽 확대해 본다.
자기 마음에 안 들면 휴대폰을 던지다시피
되돌려 준다.
사진을 이상하게 찍는다는 말과 함께...
잘 찍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은 거의 없다.
왜 그런지 잘 모르겠다.
정말 사진을 잘 못 찍나 보다.
옛날엔 사진기가 없으니까 그림으로 그려졌다.
나폴레옹의 대관식 장면을 그린 화가가 있다.
자크 루이 다비드!
완성하는데 2년 넘게 걸린 작품이다.
그는 대관식의 절정을 사실 그대로 묘사하려 했다.
즉, 나폴레옹의 Self-Coronation!
로마 교황을 들러리로 데려다 놓고 자기 손으로
황제의 관을 쓰는 장면이었다.
그렇게 그리려 스케치까지 하였으나,
교황을 모독하는 그림이 될까 봐 수정을 요구받았다.
월계관을 쓴 나폴레옹이 황후 죠세핀에게
왕관을 씌워 주는 장면으로..
자기가 무릎을 꿇고 왕관을 받는 장면이라는
말을 들은 연상의 여인 죠세핀은 분노하여
따지러 갔다.
현장에 가보니 어마어마하게 큰 그림이었다.
거의 20평이나 되는 캔버스에는
150명의 등장인물이 실물 크기로 묘사되어 있었다.
자신의 얼굴이 훨씬 젊고 예쁘게 그려진 것을
보고는, '야! 너 그림 정말 잘 그린다!' ㅋㅋㅋ
나도 "야 - 너 사진 잘 찍는다"소리를 듣고 싶은데,
휴대폰의 카메라가 너무 정직해서 어쩔 수 없다.
그 대관식 그림은 루브르 박물관에 있다.
같은 층에 그것보다 더 큰 그림이 있는데,
'가나의 혼인잔치'(파울로 베로네제, 1563)이다.
대단한 작품임에도 사람들은 그 그림을
등지고 있다. 아예 쳐다보지도 않고 나가 버린다.
왜???
바로 맞은편에 '모나리자'가 있기 때문이다.
아뿔싸!
세상 사람들로부터 외면당하는 그 그림처럼
세상 사람들이 관심 없는 대관식이 있으니,
성모 마리아의 대관식이다.
천상 모후의 대관식이다.
제일 앞의 그림이다.
보좌신부 시절, 어느 성당의 성모상이 꽤 높았다.
성모의 밤 예식 중에 성모상에 화관을 씌우는 중,
사다리가 비틀거려서 떨어진 적이 있었다.
남다른 운동신경으로 가볍게 착지하고,
쓰러지는 사다리까지 붙잡아서
비명과 환호를 한꺼번에 자아낸 적이 있었다.
그 결과, 성모님 화관이 불량학생 모자 쓴 듯이,
약간 삐딱하긴 했지만 나름 매력적이라는 평가였다.
성모님의 대관식은 언제일까?
성모승천 다음일까?
그래서 하느님으로부터 왕관을 받으셨을까?
아니면 그 왕관은 바로 우리의 기도일까?
하지만 성모님께서는 이미 예수님을 잉태하신
그 순간, 천상의 어머니로 대관식을 치르셨다.
오늘 공교롭게 삼위일체 대축일이다.
성모성월 행사를 계획하면서,
신자들이 많이 참석할 수 있는 주일을 택한 결과이다.
뭔가 겹치는 것 같지만, 아주 적절한 날이다.
성모님이야말로 삼위일체의 신비를
자신의 삶으로 드러내신 분이기 때문이다.
그런 대목이 성경에 있다.
정말?
정말이다.
어느 대목일까?
성모님이야말로 오늘 우리가 경축하는
삼위일체의 신비를 한 몸에 지니신 분이시다.
그것을 표현한 성경구절이 바로
루카복음 1장 35절과 41-43절이다.
한 번은 천사의 예고이고,
다른 한번은 엘리사벳의 인사이다.
"성령께서 너에게 내려오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성부)의 힘이 너를 덮을 것이다.
그러므로 태어날 아기(성자)는..."
천사의 예고이다.
엘리사벳의 인사는 어떠했는가?
"엘리사벳은 성령으로 가득 차 큰 소리로 외쳤다.
'당신은 여인들 가운데에서 가장 복되시며
태중의 아기(성자)도 복되십니다.
내 주님(성부)의 어머니께서 저에게 오시다니
어찌 된 일입니까?"
성모님의 인사는 곧 성령의 전달이며,
태중의 아기,
주님의 어머니,
주님이라는 말은 곧 하느님(성부)을 뜻한다.
이 성경구절 속에 이미 예수님의 신원과
삼위일체의 신비가 한꺼번에 드러나고 있다.
천상모후의 대관식이 유다 산악지방에서
거룩하게 이루어진 것이다.
성모님을 왜 공경하느냐? 천주교는 마리아교나?
하느님의 어머니가 어디 있느냐?
말도 안 되는 소리하는 천주교는 이단이다.
등등의 말을 하기 전에 성경부터 똑바로
읽어보아야 할 것이다.
성모님께서 낳으실 예수님은
하느님과 똑같으신 분이라는 것을
엘리사벳의 인사를 통해 가르쳐 주는 것이다.
성모성월이다. 제일 좋은 계절이다.
홍콩은 좀 덥긴 하지만 기후가 문제가 아니라,
성모님을 공경하며 그 신앙의 모범을 닮고자 하는
그 마음이 참으로 아름다운 것이다.
마음과 소리를 모아 드리는 우리의 묵주기도는
곧 삼위일체 하느님의 축복을 부르는 대관식이다.
공경하올 성모님의 천상 모후의 대관식임과 동시에
우리 또한 천상의 도성에 들게 될 천상 시민의
셀프 대관식이다.
삼위일체 대축일에
성모님께 묵주기도의 화관을
씌워 드리게 되었다.
결코 우연이 아니다.
첫댓글 와우! 삼위일체대축일에 성모님께 묵주기도의 화관을 씌워드릴 수 있다니요~~~
삼위일체이신 주님 모든 영예와 영광 받으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