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내게 말을 한다
- 이수인
시가 내게 말을 한다
제겐 눈이 있어 당신의 마음을 보고 있어요
제겐 귀가 있어 당신의 울음도 듣고 있어요
제겐 손이 있어 당신을 그릴 수도 있구요
제겐 발도 있어 당신을 떠날 수도 있답니다
제겐 마음도 있어 당신을 느끼네요
지친 당신 어서 빨리 돌아오기를...
<해설> 이인평
시와 시인은 서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관계지요. 시는 시인의 마음을 어
떻게 그렇게 잘 알고 있을까요? 시인의 깊은 속을 어떻게 알고 시인의 분
신으로서 시인을 꿰뚫어 볼까요? 시인이 시를 보는 마음은 곧 시가 시인
을 보는 마음일 것 같네요. 그러나구체적으로 시가 '시인의 마음'을, 시인
의 울음'을 알아차리는가 하면. 시인 곁을 '떠날 수'도 , 시인을 '글릴 수'도
있으므로, 이미 시는 시인 밖에서 시인의 안쪽을 환히 들여다보고 있네요.
시와 시인이 두 개의 주체가 되었을 때 대화가 가능하다는 암시를 주고 있
는데, 이는 곧 시와 시인이 한 뿌리에서 출발했기 때문이지요. 시가 시인
을 느끼면서 '지친 당신 어서 빨리 돌아오기를' 바라고 있다는 것은 시와
시인이 온전히 나나가 되었다는 뜻이면서 시가 돌아와 세상이 감동적이기
를 바라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는 것이지요. 서로 아끼고 사랑하지 않고는
이러한 밀어를 주고 받을 수 없지요. 다시 말해서 시인이 얼마나 시를 사랑
했으면 , 시 역시 시인을 극진히 사랑하여 지치지 말고 돌아와 달라고 했을
까요? 시와 함께 지낸 숱한 나날의 애정이 시로 하여금 시인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고 있으니 , 시인이여. 새해 더욱 힘내세요!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