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살과 상추쌈, 괜찮을까?
삼겹살과 상추는 한국인들의 단골 메뉴다. 싱싱한 상추에 노릇노릇 잘 구워진 삼겹살을 올리고, 쌈장을 곁들여 먹는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입에 한가득 침이 고인다. 그런데 최근 삼겹살과 상추의 조합이 우리의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환상의 배합이라고 생각했던 음식이 사실은 발암물질까지 만들어내는 상극(相剋)이란다.
상추는 대개 질소비료를 사용해 재배한다. 우리가 입을 벌려 상추쌈을 넣고 씹으면 상추와 침이 만나게 되는데, 이때 질산염(nitrate)이라는 성분이 만들어진다. 질산염은 입 안에서 아질산(nitrous acid)으로 변한다. 구운 삼겹살의 탄 부분에는 아민(amine)이라는 성분이 있다. 이 아민이 위장에서 아질산을 만나면 발암물질인 니트로소아민(nitrosoamine)이 생성된다.
니트로소아민은 위암이나 간암, 식도암 등을 유발할 수 있다. 고기의 탄 부분과 질산비료로 키워진 채소가 산성을 띤 위장에서 만나면 니트로소아민으로 변한다는 이론에는 대부분의 전문가가 동의한다. 문제는 양이다. 삼겹살을 상추와 같이 먹지 말라고 주장하는 측에서는 니트로소아민 섭취 자체가 위험하다고 말한다. 반면 약간 탄 고기를 상추에 싸먹을 때 생성되는 니트로소아민으로는 건강에 이상이 생기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다.
이승남 가정의학과 전문의는 상추 성분이 아니라 상추 농사에 쓰이는 질소비료가 문제라며 상추에 묻어 있는 이 질소 성분이 결국 입 안에서 질산염을 만들어 니트로소아민 생성의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삼겹살이 아닌 다른 고기를 태워서 상추쌈을 해먹어도 마찬가지로 발암물질이 생성된다며 돼지고기뿐만 아니라 소고기와 닭고기 심지어 생선 등과 같은 단백질 식품을 태울 때도 아민이 생성된다고 말했다.
아민 성분은 탄 부위에만 생성된다. 이 때문에 구운 삼겹살이 아니라 수육과 같은 삶은 삼겹살이라면 안심하고 상추로 쌈을 싸먹어도 괜찮다. 이는 다른 고기 역시 마찬가지다. 또한 마늘이나 파와 같이 항암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음식을 함께 섭취하면 니트로소아민의 독소를 억제할 수 있다. 깻잎 농사엔 질소비료가 거의 쓰이질 않아 차라리 상추쌈 대신 깻잎쌈을 싸먹는 게 안전하다.
이에 대해 정혜연 숭의여자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고기의 탄 부분이 질소비료를 사용한 채소와 산성 환경에서 만날 경우 니트로소아민이 생길 수는 있다며 그러나 끼니마다 탄 삼겹살과 상추를 매우 많은 양 섭취하지 않는다면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즉, 이론적으로는 발암물질이 생성될 수는 있으나 일상생활에서 먹는 양만으로 건강을 위협할 만한 유해물질이 생긴다고 보는 것은 무리라는 게 정 교수의 설명이다.
유해설에 대해 보다 더 강한 반대의견을 제시하는 사람도 있다. 방기호방의원 원장은 니트로소아민은 햄이나 소시지 같은 훈제식품에도 들어 있는데 이들 식품을 섭취했다고 해서 암에 걸리지는 않는다며 더욱이 질소 비료는 수용성 비료이기 때문에 물로 씻는 것만으로도 질소 성분이 대부분 제거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상추로 인해 생성될 수 있는 니트로소아민은 햄이나 소시지에 함유된 양보다 훨씬 적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방 원장은 오히려 질소 비료를 사용한 상추라고 하더라도 삼겹살은 상추에 싸먹는 게 그냥 먹는 것보다 낫다고 반박했다. 그는 발암물질이나 중금속은 콜레스테롤과 같은 지방에 흡착되는데, 상추에 다량 함유된 섬유질이 콜레스테롤을 몸 밖으로 배출하는데 도움을 준다며 상추 표면의 질소 성분이 단백질과 결합했을 때 발암물질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이론적인 얘기일 뿐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