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1호 1t 전기 화물차 칼마토. 이달말부터 물류회사 택배 배송 차량으로 시범 운행된다. [사진 제인모터스]
지난 6일 오전 대구국가산업단지(대구시 달성군) 내 ㈜제인모터스. 4만여㎡ 규모의 공장 마당에서 흰색 1t 트럭 한대가 가다 서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외관은 국내 대표 서민 화물차인 1t 포터(현대자동차)처럼 보였다. 하지만 가까이 가보니 덜덜거리는 특유의 디젤 엔진 소리나 매캐한 경유 냄새가 없었다. 차 뒤에도 배기가스를 빼내는 머플러가 보이지 않았다. 기름통도 달리지 않았다. 정영만 제인모터스 개발팀 차장은 “오로지 전기의 힘으로만 움직이는 국내 첫 1t 전기 화물차 칼마토(CALMATO)”라고 소개했다. 칼마토는 ‘조용하게 연주하라’는 뜻의 이탈리아어다.
대구국가산단 입주 제인모터스
1t 트럭 ‘칼마토’ 이달 말 선봬
현대차 ‘포터’ 골격 활용·재조립
130마력에 최대 시속은 120㎞
주행성능도 디젤트럭 못지않아
이 차는 이달 말 시중에 선을 보인다. ‘대구광역시장’ 명의의 임시번호판을 달고 쿠팡·CJ 대한통운·롯데글로벌로직스 등 3개 물류회사 택배 배송 차량으로 시범 운행된다. 1t 디젤트럭이 전기 화물차로 변신하는 첫걸음이 대구에서 시작되는 셈이다. 대구시와 제인모터스는 최근 “칼마토에 대한 정부 차량인증이 끝나는 6월부터 본격 생산에 들어가 최소 500대 이상을 물류업체에 공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칼마토는 1t 포터의 골격을 그대로 사용한다. 머플러·엔진 같은 부품을 뜯어내고, 전기차에 필요한 배터리·모터 등을 설치·재조립하는 방식으로 생산된다. 겉모양은 기존 1t 트럭과 같지만 속은 완전히 새로운 전기차다.
생산라인을 들여다 봤다. 직원 30여명이 조를 나눠 1t 포터를 한쪽에 올려놓고 골격만 놔두고 모두 분해했다. 옆 라인에선 골격만 남은 포터에 배터리를 끼우고, 감속기·모터·전기 회생 장치 등을 설치했다. 시계바늘처럼 생긴 기존 속도 계기판을 디지털로 바꾸는 형태로 실내까지 손질했다. 엔진 등 36개의 기존 부품이 뜯겨나갔고, 감속기 등 45개의 새 부품이 조립돼 칼마토가 만들어졌다. 구진회 제인모터스 부사장은 “골격을 빼고 모두 다 전기차 부품으로 교체한다고 보면 된다. 칼마토 한대가 만들어지는데 11시간이 걸리고, 하루 최대 16대까지 생산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칼마토 주요 제원
1t 화물차는 승용차와는 주행 특성이 달라야 한다. 빠른 속도보다는 긴 운행거리와 저속에서의 견인력이 중요하다. 연비가 좋고, 힘이 세야 한다는 뜻이다. 130마력의 칼마토는 1t 화물을 싣고 120㎞를 갈 수 있다. 최대 시속은 120㎞,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에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21초다. 133마력에 최대 시속 180㎞ 정도인 1t 디젤트럭보다 크게 못하지 않은 주행성능이다. 다만 급속 40분, 완속 7시간인 충전시간이 약점이다. 동진수 제인모터스 사업부 부장은 “주행거리는 기존 화물차가 65L 경유를 가득채우면 500㎞ 이상을 가기 때문에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칼마토의 주행감은 승용차 못지 않다. 소음이나 진동이 거의 없다. 전기 승용차처럼 시동이 걸린지 알수 없을 만큼 조용했다. 액셀레이터를 밟자 ‘스으윽’ 하면서 곧장 속도가 붙었다. 화물차는 덜덜거리고 무거운 움직임을 가졌다는 고정관념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제인모터스는 칼마토 판매가를 책정 중이다. 전기 화물차 1대당 보조금은 국·시비를 합쳐 2800만원 선이다. 가격이 정해지면 소비자는 차값의 반 정도만 부담하면 된다. 기존 1t 화물차의 대당 가격은 1600만원 선이다. 전기 화물차는 일반 화물차에 비해 세금 혜택 등을 받을 수 있다. 구진회 부사장은 “칼마토 출시 후엔 포터외에도 다른 1t 화물차를 칼마토처럼 전기차로 개조하는 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출처: 중앙일보] 소음·매연 없어요 … 대구서 국내 첫 전기화물차 ‘시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