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이제 조금 먼 곳에서 당신의
그림자를 바라보려 합니다.
늦은 봄비가 내리던 날 촉촉
가슴팍까지 뚫고 와 으스스한 한기가 되어 열병이 시작되었습니다.
당신에게 말 한마디 없는 사랑이지만
그래서 무를 수도 있으며 책임의 굴레에 갇히지 않아도 되지만
안으로 더욱 깊어지며 당신에 대해서 그리고 나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는 여유가 생깁니다.
내가 차지하고 있던 자리가 버거워졌을
때 나를 대신할 누군가가 조용하던 당신의 얘기를 들어 줄 수
있을 때 한 밤 가득 빼곡히 채운 눈물을 어둠으로 담고 철없는
웃음으로 작별의 인사를 대신합니다.
허나 지난 시간을 돌이켜 보는건
당신을 잘 알지 못한 시간이 그리워서가 아니라 당신을 잘 알려고
하지 않은 시간이 그립습니다.
우리가 떨어진 시간에 나 아닌
누군가와 행복해 할 얼굴을 똑바로 쳐다 본 시선은 흔들리지만
그래도 당신이 웃을 수 있다면 나도 그렇다고 말합니다.
어떻게 모든 일이 뜻대로 되겠습니까
제가 이렇게 당신을 단념해야 하듯이 언젠가 당신이 그리움으로
사무쳐 온데도 당신으로만 향했던 시간으로부터 얼굴을 돌리겠습니다.
붙잡아도 흐르는게 시간입니다.
십년이 흐르고 꿈을 위해서 당신을 떠났다고 애써 자위하며
힘겨웠던 때가 옛일처럼 아른거릴 때 그 때는 말하겠지요.
저는 아직도 당신을 사랑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