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기 : 두달에 한 권씩 책을 읽고 독서토론을 하는 샘들이 있습니다. 책 선정은 내맘대로 논제도 내맘대로;; 11월의 책은 읽으려고 구입해 두었던 <빛의 과거>로 선정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논제 뽑기가 쉽지 않겠구나.' 생각했습니다. 토론할 책은 내가 먼저 읽고 선정해야겠다고 다시금 깨닫습니다. 읽으면서 책이 불편했던건 객관화의 어려움때문이었습니다. 등장인물들에 감정이입을 하다보니 이성으로 읽어야 하는 책을 자꾸 감성으로 읽게 되더군요. 그나마 두번째 읽으면서 조금 더 거리를 둘 수 있었고, 토론을 나누면서 그 불편함의 거리를 좀 더 둘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세상에는 다른 사람이 있고 그들과 섞여 사는'것이 인생이라는 걸 알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이번에도 자명한 선택논제를 만들면서 비문학도서 읽기의 시급함을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샘들이 어려워하던 등장인물들을 간단히 정리해 볼까 했는데 토론을 함께 한 ㅎ샘이 동네책방 에디션을 구입하면 받을 수 있었다는 등장인물 책갈피를 단톡방에 올려주어서 여기 올려봅니다.
(스포주의!!)
* 기숙사 322호실
- 최성옥 (화학과 3학년) : 장학금과 아르바이트로 학업유지, 학생운동에 관심이 많다. 고시생 남자친구가 있다. '106호 복학생 사건'으로 퇴학을 당한다. 고시에 실패한 그 남자친구와 결혼해서 두 아이의 엄마로 어렵게 살다 아들이 법관이 되었다는 소식이 들린다.(332p.)
- 양애란 (교육학과 2학년) : 남자친구에 관심이 많고, 남자친구가 여럿이다. 외모에 관심이 많고 그런 용돈을 쓰기 위해 잠실에 사는 언니집에 조카를 봐준다며 자주 간다. 대학 2학년때 만난 남자친구와 결혼해 대학교수가 되었다.
- 오현수 (의류학과 1학년) : 그 시대에 보기 드문 자발적 아웃사이더, 사람을 보는 눈이 좋다. 이기주의자가 아닌 기숙사실 사람들의 어려움점이 같이 해 준다. 신문을 스크랩하며 그 신문을 기숙사생들과 함께 본다. (애란의 전화받아주기, 성옥의 아르바이트 대신해주기, 자기 물품 같이 쓰기)
- 김유경 (국문과 1학년) : 작중화자인 '나', 말을 더듬는 약점을 감추려 말을 아끼는 편이고, 자존감이 떨어진다. 학보사 기자로 활동했다. 희진과 40년간 '점선같은 친구'로 지내고 있다. 지금은 번역일을 하며 남편과 사별하고, 딸과도 떨어져 혼자 살고 있다.
* 기숙사 417호실
- 송선미 (산업미술과 3학년) : 최성옥과 절친이다. 주인공인 '나'에게 미모가 뛰어났고, 걸걸한 목소리의 거친 언어를 가진 것으로 기억된다. 성옥이 퇴학 당한 후 학교를 그만둔다. 2017년 희진이 동휘를 다시 만나는 계기가 된다.
- 곽주아 (가정관리학과 2학년) : 목사의 딸, 선배운운하며 새침하다. 아버지의 감시(?)에 남자친구를 사귀지 못 하고 교회오빠들만 가끔 만난다. 그 중 한 교회오빠와.....
- 이재숙 (식품영양학과 1학년) : 야구를 좋아한다. 첫 미팅에서 만난 '베르테르'와 야구를 좋아한다는 점으로 친해지는듯 했으나 그로 인해 헤어진다. 책에서 유머코드를 담당한다. 그녀가 첫 여름 방학했던 여행기는 재.미.있.다. 그녀는 '혼자 떠나는 여자'라는 여행기를 쓰는 파워블로거가 되었다.
- 김희진(불문과) : 재수으로 해서 여대에 들어왔다. 322호와 첫인사날 여대에 오고 싶지 않았지만 예비고사 성적이 안 되어서 왔다며, 여대하면 이대를 가고 싶었는데 거기가 논술로 시험이 바뀌어서 여기밖에 올 데가 없다고 해서 여기에 속한 사람들을 일시에 얼어붙게 했다(43쪽) 대기업에 다니는 언니가 있다고 했지만 언니는 백화점 판매사원이었다. 남들 모르게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업을 유지했다. '지금은 없는 공주들을 위하여'란 자전적 소설책으로 작가로 데뷔해서 몇 권의 책을 냈지만 그리 잘 나가는 작가는 아니다.
* 기타
- 이경혜 (기숙사 106호) : '나'를 학보사 기자가 되게 한 인물 ( 경혜의 권유로 같이 학보사 기자시험을 봤지만 유경만 붙었다.), 많이 먹지 않는다지만 많이 먹는다. 우연히 만난 운동권 남자친구가 있다. 귀가 얇다. 성옥이 퇴학당하게된 '106사건'의 중심에 있다.
- 부사감 : 77년 올해 졸업생으로 유부남교수를 사랑해 몸과 마음을 바친다. 희진의 동향으로 희진에게 남들 모르게 아르바이트를 소개해주기도 한다.
- 오지은 : '내'가 들어간 학보사의 3학년 선배로 청파동의 2층 양옥에 산다. '나'에게 잘 해준다. 자신을 좋아하는 한승우를 '나'인 유경에게 소개해주지만 그녀의 마음은....
- 이동휘 : 연세대 신방과 학생으로 유경과 희진의 첫 미팅에서 희진의 파트너였으나 유경과 잠시 만난다. 2017년 희진이 그를 찾아서 만난다. 미국에서 국제변호사를 하면서 혼자 산다. 희진은 그와의 새로운 연결을 고대한다.
- 한정우 : 유경에게 사랑의 아픔을 알려준 대학 3학년 휴학생
<빛의 과거> 독서토론 후기
(은희경, 문학과 지성사, 2019)
2020년 11월 독서토론을 시작하겠습니다. 오늘의 책은 <빛의 과거>입니다. 먼저 생각열기로 작품 속에서 기억에 남는 사람이나 장면에 대해서 이야기 해 볼까요?
- 인물들 이름이 잘 생각나지 않아요.
- 인물 이름 외우기가 어려웠어요.
- 표로 정리해야 하나 생각했어요.
- 저는 현수가 기억에 남아요. 그 시대사람 같지 않았어요.
- 저는 유경이 기억에 남아요.
- 저는 이동휘요. 연대 신방과 학생이요....
그럼 본격적으로 <빛의 과거> 속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1. <빛의 과거>는 2017년을 살고 있는 유경이가 친구 희진이 쓴 ‘지금은 없는 공주들을 위하여’라는 소설책을 읽으면서 소설의 배경인 1977년 여대 기숙사를 떠올리는 이야기입니다. ‘누구도 과거의 자신을 폐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편집하거나 유기할 권리 정도는 있지 않을까.’(p.18)라는 책 속의 문장처럼 같은 시간을 보낸 유경과 희진의 시선은 많이 다릅니다. ‘다름’과 ‘섞임’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이 책을 작가는 세태소설, 성장소설, 청춘소설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면서 썼다고 합니다. 여러분은 이 작품을 어떻게 읽으셨나요? 별점과 읽은 소감을 나누어 볼게요. 우선 별점을 1~5점까지 자유롭게 주시고 소감을 나눌게요.
- 민 : 3.7
- 명: 저는 다 못 읽어서 보류할게요.
- 혜 : 4
- 현 : 4
- 미 : 3
- 종 : 3
- 호 : 3
그럼 소감을 나누어 볼게요.
- 혜 : 생각없이 읽어도, 생각하면서 읽어도 잘 읽혀요. 가독성이 좋아요.
대학시절, 나의 시대, 지금시대 별로 다르지 않았어요. 현재로도 과거도로 읽을 수 있어요.
- 현 : 가독성이 좋았어요. 유명작가의 이름이 괜히 있는게 아니구나 생각했어요. 청춘소설로 읽혔어요. 누구나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 미 : 제가 책에 관대한 편인데 3점을 준 건 책을 읽으면서 은희경도 나이가 드는구나 생각했어요. 은희경의 책은 읽고 나면 책이나 면도날에 베어을 때 드는 서늘한 느낌이 있거든요. 조금은 불편하지만 여운이 있었어요. 그런데 이 책에는 그런 게 없었어요. 진부하다고 할까요? 완벽한게 좋은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프로필을 다시 보니 은희경작가의 나이 60이더라구요.
- 종 : 가독성이 좋았어요. 이게 성장소설인가? 하는 생각은 했어요. 시간의 흐름만 나와있고 성장소설로는 약한 것 같아요. 좀 답답했어요
- 호 : 재미없었어요. 필력은 인정해요. 1988 써니를 보는 느낌이라 식상했어요. 그래서 딸에게 읽어보라고 하고 싶어요. 다양한 연령대가 읽으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중간까지 읽기 힘들었어요.
그럼 다음 논제를 진행해 볼게요.
유경과 희진은 같은 여대를 나온 여대 동창입니다. 둘은 40년의 시간을 따로 또 같이 공유했습니다. 유경에게 희경은 ‘가장 친한 친구가 아닌 것과는 상관없이 그녀는 나의 가장 오래된 친구’(p.9)입니다. 그녀는 둘의 관계를 ‘끊어진 건 아니지만 밀착될 일도 없는, 간격이 점선 같은 관계’(p.12)라고 하는데요. 여러분은 유경의 이런 태도를 어떻게 보셨나요?
발췌는 어느 분이 읽어주실까요?
‘가장 친한 친구가 아닌 것과는 상관없이 그녀는 나의 가장 오래된 친구이다. 40년 전 우리는 여자대학 신입생 때 기숙사에서 처음 만났다. 그런대로 가깝게 지내던 사이였다. 그러나 내가 2학년이 되면서 기숙사를 나온 이후 서로 연락할 일이 없어졌고 자연스럽게 멀어졌다. 졸업식 날 강당 앞에서 마주쳐 함께 사진을 찍은 걸로 그녀와의 인연은 끝나는가 싶었다. (p.9)
끊어진 건 아니지만 밀착될 일도 없는, 간격이 점선 같은 관계였다. 그녀를 절친하다거나 좋아하는 친구라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오래 알아왔던 만큼 서로의 세목에 익숙해서 초보적인 오해 같은 게 없었고, 긴 세월 지켜본 바에 따라 어차피 바뀌지 않는다는 걸 알기 때문에 부분적으로 너그럽긴 했다. 그러나 그녀에게는 사람을 대할 때 미묘한 권력 관계를 만드는 습성이 있었다. (p.11)
- 민 : 희진은 권력관계에서 자신이 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 종 : 유경은 보상심리가 있었던 것 같아요. 거절할 이유가 없어요.
- 현 : 불편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편한친구로 인정했던거 같아요. 그리고 유경은 희진에게 별로 관심이 없었던 거 같아요.
- 미 : 유경 입장에선 희진이 중요하지 않았어요. 페이스에 말리지 않잖아요.
이 질문을 내가 유경이라면 희진이 같은 친구를 만난다/ 만나지 않는다 로 바꾸어 선택논제를 해 보았습니다. 결과는 3/4
다음 논제를 계속할게요.
희진은 ‘라이프 다방’에서 커피를 마시다 유경이 남자친구를 만나러 왔다가 그냥 뛰쳐나가는 것을 보게 됩니다. 희진은 ‘모종의 숨겨진 진실을 밝’히지도 않고, ‘오해를 풀’지도 않고 ‘제풀에 도망을’친 유경이 ‘얼마나 자기도취적이며 위선에 익숙한지 알 수 있’다고 합니다. 그녀는 ‘애매함과 유보와 방관은 전 세계의 소통에 폐를 끼친’(p.171)다고 하는데요. 여러분은 희진의 이런 생각을 어떻게 보셨나요?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세 번째 공주였다. 모종의 숨겨진 진실을 밝혀내든 아니면 오해를 풀든 간에 그녀는 그 자리에서 설명을 요구해야 했다. 그 상황에서 왜 비련의 여주인공을 흉내 내며 제풀에 도망을 치는 것일까. 피해자임을 과장하는 제스처가 동정심을 유발해서 남자를 뒤따라오게 만들거라고 기대한 것일까. 아니면 현장에서 멀어지는 것이 그나마 남은 자존심을 수습하고 아무렇지도 않은 척 마음에 없는 교양 연기를 피할 수 있는 탈출구라고 생각했던 것일까. 어쨌든 피해자인 주제에 제 쪽에서 자리를 피해주는 것만 봐도 그녀가 얼마나 자기도취적이며 위선에 익숙한지 알 수 있다. 회피야말로 가장 비겁한 악이다. 애매함과 유보와 방관은 전 세계의 소통에 폐를 끼친다. (p.171)
- 미 : 희진이를 매우 긍정적으로 봤어요. 일을 하면서 학업을 병행한다는 게 쉽지 않잖아요. 그 빡빡함이 있었을 거에요. 그래서 희진은 ‘애매함, 유보, 방관’보단 명확함이 필요했을거에요. 그래서 유경이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는 것처럼 보였고, 원하는 걸 얻기 위한 절실함이 부족하다고 생각했을 거에요.
현 : 유경에게서 자기를 투영한 거 같아요.
종 : 유경이 애매해 보였을 거에요. 동휘에게 학보를 보낸 것도 저변에 뭔가 깔려있다고 생각한 것 같아요.
선택논제를 해 볼게요.
유경은 ‘약점이 있는 사람은 세상을 감지하는 더듬이를 하나 더 가진다.’고 말합니다. 그녀는 ‘약점이 있다는 걸 공유하면 편해지긴 하지만 무시당하는 걸 감수해야’ (p.112)한다고 합니다. 그녀는 약점이 있는 사람들은 ‘자주 위축되고 두려움에 자괴감에 빠지지만 그런 태도를 되도록 감춰야 한다.’(p.112)고 말하는데요. 여러분은 유경의 이런 생각에 공감하시나요?
약점이 있는 사람은 세상을 감지하는 더듬이 하나를 더 가진다. 약점은 연약한 부분이라 당연히 상처 입기 쉽다. 상처받는 부위가 예민해지고 거기에서 방어를 위한 촉수가 뻗어 나오는 것이다. 그들에게는 자신의 약점이 어떻게 취급 당하는가를 통해 세상을 읽는 영역이 있다. 약점이 세상을 정찰하기 위한 레이더가 되는 셈이다. 그들은 자주 위축되고 두려움에 자괴감에 빠지지만 그런 태도를 되도록 감춰야 한다는 것 또한 알고 있다. 약점이 있다는 걸 공유하면 편해지긴 하지만 무시당하는 걸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p.112)
- 공감한다. 7
- 공감하기 어렵다. 0
하하, 이번에도 몰표!! 아무래도 고급은 못 갈 것 같아요. 하하.. 자 그럼 의견 자유롭게 들어볼게요.
- 사람들은 유경에게서 자신을 투영하는 것 같아요.
- 약점의 크기에 따라 생각이 달라질 것 같아요.
- 이 부분을 읽으면서 <인간실격>의 요조가 생각났어요. 요조는 자신의 약점을 감추려고 자신을 희화화 했잖아요. 희진이는 까칠함을 선택했고요.
- 자존감의 문제일 수 있을 것 같아요.
- 성향이죠.
그럼, 오늘의 토론 소감을 나누어 볼게요.
- 미 : 재미있었어요
- 현 : 어렵지 않아서 좋았어요.
- 혜 : 재미있었어요. 그런데 작가가 나이들고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 명 : 다름 사람의 생각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 민 : 제목이 왜 <빛의 과거>일까? 생각했는데 이해가 됐어요.
- 호 : 책이 재미가 없었어요. 제목이 ‘빛나는 나의 과거’라는 건가? 생각했는데 제목을 이해하게 됐어요. 책 전체가 이해되는 것 같아요.
- 종 : 독서토론은 늘 옳다고 생각했어요.
* 책을 읽을수록 밑줄이 많아집니다. 다 명문장으로 보이고, 다 중요하게 보입니다. 그래서 이번 발췌도 8장;; 어느 순간 정말 중요한 것들만 추려져서 보이는 시간이 오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