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복어오진일수(口腹於吾眞一祟)

[금강산]

扶筇登眺渺茫間 萬頃滄波萬點山 

부공등조묘망간 만경창파만점산

口腹於吾眞一祟 不將身世老江干 
구복어오진일수 불장신세노강간

지팡이 짚고 올라 아득히 먼 곳 바라보니 
만경창파에 수도 없이 많은 산들 

먹고 사는 일이 내겐 정말이지 골칫거리 
강가에서 늙어가지 못하는 신세라네.

- 어숙권(魚叔權)의 『패관잡기(稗官雜記)』에 인용된

시은(市隱) 박계강(朴繼姜)의 시

이 시는

중종 대부터 선조 대 사이에 활동하였던

여항 시인 박계강의 작품이다.

☆☆☆

유재건(劉在建,1793∼1880)의

『이향견문록(里鄕見聞錄)』에 박계강과 관련된 일화가 전하는데,

그의 집안은 부유했으나 교육을 받지 않아

나이 사십이 될 때까지 낫 놓고 기역 자도 모를 정도였다고 한다.

그러다 하루는 길을 가는데

어떤 하인이 그에게 편지를 내 보이며 어디에 전해야 할지를 물었다.

그는 모른다고 하자니 창피해서 바빠서 볼 시간이 없다고 하였다.

그랬더니 하인이 깔보며 비웃었다.

이 일을 계기로 발분하여

수년 간 글을 읽어 문장 실력을 갖추었다고 한다.

박계강은 당시 명사들과 어울리면서 시를 잘 짓는다는 명성을 얻었는데,

위의 시는 목계(木溪) 강혼(姜渾,1464~1519)과 함께 남산에 올라 지은 것이다.

목계가 운을 불러주면서 시를 짓게 하자,

박계강은 그 즉시 시를 지어 입으로 불렀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