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9. 쌀뒤주설화
남편이 있는 여자와 간통하려던 남자가 본남편을 피하여 쌀뒤주에 숨었다가 망신당하였다는 내용의 설화. ‘미궤설화(米櫃說話)’라고도 한다. 풍자적인 성격을 지닌 소화(笑話)에 속한다. 문헌설화로는 ≪동야휘집 東野彙輯≫에 〈차관출궤수라단 差官出櫃羞裸袒〉이라는 제목으로 실려 있다. 구전설화는 널리 분포되어 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경주에 도임해온 관리 가운데 기생을 더럽게 여기고 가까이하지 않는 사람이 있었다. 원님이 밉게 여겨 그를 유혹하여 창피를 줄 수 있는 기생이 있다면 후한 상을 내리겠다고 하자 한 기생이 자청하고 나섰다. 기생은 여염집 여자로 꾸며 계략을 써서 관리를 유혹하고는 자기 집으로 오게 하였다. 주연을 파하고 동침하려는데 여자의 남편이라는 사람이 찾아오자 여자는 당황한 척하면서 관리를 뒤주에 숨겼다.
남편은 현재 별거중이지만 자기 소유물인 뒤주를 가지러 왔다면서 운반해 가려고 하였다. 기생이 강하게 반대하자 결국 원님에게 가서 판결을 받기로 하였다. 원님은 싸우지 말고 톱으로 뒤주를 나눈 뒤 한 쪽씩 가져가라고 하면서 톱을 가져오게 하였다. 톱질하는 소리가 들리자 뒤주 속의 관리는 살려 달라고 소리쳤다. 놀란 사람들이 뒤주를 열어 보니 벌거벗은 관리가 밖으로 나왔다. 그는 많은 사람 앞에서. 큰 망신을 당하였다.
구전설화는 문헌설화와는 달리 주인공이 관리가 아니라 중으로 나타나고, 사건 전개도 기생의 계략에 의한 것이 아니라 장사꾼인 남편이 출타 중에 있었던 아내와 중의 간통으로 설정된다. 숨어서 사실을 확인한 남편이 일부러 뒤주를 버리러 간다면서 절 근처에 가서는 상좌에게 큰돈을 받고 팔아서 부자가 된 것으로 끝나고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부부가 공모하여 중의 재산을 빼앗는 변이형도 보인다.
문헌설화가 양반의 위선을 폭로함으로써 해학과 풍자를 드러내는 데에 초점을 두고 있는 것에 대해서, 구전설화는 남편의 너그러운 마음씨와 지혜 때문에 부자가 되는 결말에 이른다는 점이 특이하다.
이 설화는 〈말하는 쌀자루설화〉와 비슷한 것이지만, 간통에 대한 응징의 의미가 보다 약화되거나 변모되어 나타난다. 특히, 문헌설화의 경우 경화(硬化)된 규범적 윤리관에 대한 풍자를 보여 주고 있다는 점에서 인간성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담고 있다. 이런 점은 소설 〈배비장전〉의 형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평가된다.
≪참고문헌≫ 東野彙輯, 韓國歌謠의 硏究(金東旭, 乙酉文化社, 1961), 韓國의 民譚(任東權, 瑞文文庫, 1972), 韓國口碑文學大系(韓國精神文化硏究院, 1980∼19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