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콘은 누구나 즐겨 먹는 현대 도시인의 대중적 기호식품이지만, 극장이라는 한정된 장소에서 집중적으로 소비된다는 점에서 특이하다. 그래서 이 사물은 '음식'이라기보다는 극장의 오브제처럼 느껴진다. 이제는 어느 멀티플렉스 극장에 가도 자동티켓판매기에 입장권과 팝콘을 묶어 파는 패키지가 있다. 자동차를 살 때 선루프나 타이어휠 같은 선택적 부품사항, 그러나 선택하지 않기에는 무언가 많이 허전해서 구입할 수밖에 없는 그런 '옵션'이 되었다는 말이다. 왜 수많은 음식 중에 하필 극장에서는 팝콘인가라는 물음은 자연스럽다. '팝콘'이라는 말은 본래 '팝콘(popcorn)'이라 불리는 옥수수 품종을 가리킨다. 이 품종은 알갱이가 작고 단단한데, 그 특성으로 인해 섭씨 200도 정도 열을 가하면 내부 압력을 알갱이 내부에 응축적으로 품고 있다가 '폭발'한다. 폭발한 알갱이 크기는 자그마치 원래 알갱이의 30~40배다! 옥수수 원산지이자 오늘날 일반적으로 '팝콘'으로 불리는 '튀긴 옥수수'를 처음 서양에 소개한 이들은 중부 아메리카 원주민들이다. 그들이 옛날에는 이 사물을 미래를 점치는 예언적 아이템으로 삼기도 했던 까닭이 짐작된다. 알갱이에서 '잠재된 미래'가 폭죽처럼 수십 배가 되어 '튀어나오니' 말이다.
흔히들 영화를 '꿈의 필름'이라고 말한다. SF영화가 아니더라도 극장 스크린은 온갖 몽상과 무의식, 욕망을 상연하는 환상의 무대다. 프로이트는 '꿈'을 의식의 통제 아래 억압되었던 과거가 더 이상 내적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왜곡된 이미지의 형상으로 '폭발'하는 무의식의 '무대'라고 불렀다. 예술가나 철학자들 중에는 명멸하는 영화필름 이미지들에서 인간과 세계의 억압된 과거, 감추어진 현재, 아직 오지 않은 시간들의 실루엣을 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극장에서 팝콘을 쥔 관객 손은 스크린의 호흡에 따라 비슷한 속도로 운동한다. 스크린에 튀어나온 이미지들과 톡톡 튀는 팝콘 형상이 품은 무의식은 어딘가 닮아 있다. 3D 영화를 넘어서, 스크린과 관객 몸(좌석)이 구조적으로 연동하는 극장시스템을 '4D'라고 한다. 팝콘을 쥔 손은 이미 오래전부터 고소하고 달콤한 4D 영화관을 실현하고 있던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