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료지원을 받아 이번 3월부터 세린이와 예린이가 유치원엘 다니게 됐다.
3년 가까이 선교원만 다니던 세린이도 7세, 이제 취학전 아동이 되어 유치원엘 입학시켰고,
2돌 이후 엄마와 집에서만 보내던 예린이도 어린이집에 입학했다.
한참 시간이 지나야 그곳의 분위기에 반응하는 내성적이고 수줍음을 잘 타는 세린이와,
어린이집 앞에서 엄마와 헤어지기 싫어 울음을 보인 예린이까지...
이제까지의 익숙한 곳에서 벗어나 낯선 환경에서 생활하기가 어렵진 않은지
두 아이의 하루하루가 궁금한 요즈음이다. 아이들보다 내가 더 긴장되는 것 같다.
아이들을 보내고 나니 이제 나의 할일이 보인다. 해야될 일, 하고 싶었던 일...
봄햇살이 베란다 창문을 타고 거실로 쏟아지던 어느날...
그 밝고 환한 가운데 보이는 우리집 분위긴 너무 우울하고 무겁기에
어느새 3월, 그것도 벌써 중순.. 더 이상 웅크리고 있으면 안되지 싶어서...
이웃엄마의 도움으로 거실을 새 단장 했다.
크게 무겁지 않은 가구들을 이방저방으로 바꿔 옮기고,
나무무늬 시트지와 예쁜 커텐 천을 이용해 현관문과 벽을 붙이고 초록잎리스도 달았다.
주방쪽 베란다가 지저분해 보기 싫었는데,
갖다 버리고 치우고 가리고 해서 그곳도 어느정도 정리를 했다.
이웃이 쓰던 거지만 그래도 웬만큼 괜찮은 식탁도 들여오고 오랜만에 식탁위의 전등까지 닦았다.
이쯤이면 될까... 좀처럼 책을 안보는 아이들이 생각나 거실로 아이들 책을 예쁘게 옮겨 꽂았고,
이어서 남편의 서재에 책장2개를 구입해 그동안 쌓아놓았던 책들도 정리했다.
그만 눈을 뜬 것 같다... 내 마음은 벌써 봄을 한창 누리고 있는 것 같다.
실은, 그동안 나... 겨울잠을 자는 곰이었었다.
보이는 곳만 대충 했을 뿐인데, 외관상 새단장을 하고나니 마음이 너무 좋다.
집에만 있어도 싫지 않고 내집에 누군가를 데려와 차도 대접하고 싶고 그렇다.
왜 진작 이렇게 해 놓고 살지 못했을까... 살짝만 변화를 주어도 이렇게 기분이 좋은데...
영 요리솜씨없는 내가 자꾸 주방으로 가고 싶은데 말이다.
‘여기는 전세고 사택이고.. 우리집도 아닌데, 그냥 이렇게 살다 이사가면 되지..뭘..’
앞으로 이런류의 생각.. 하지 않기로 했다.
집에 소소한 것쯤은 신경쓰고 관리하고 살아야겠단 생각....
단 몇 달을 살더라도... 그것이 삶에 조금이라도 생기를 준다면야 말이다.
하늘까지 예뻐보이는 오후다.
아, 하늘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훨씬 얼마전까지 예린이에겐 하늘이 교회였다. (아니, 교회가 하늘이었나?)
‘하늘’ 낱말카드에 나온 사진을 보여주며 뭐냐고 물어보면 언제나 ‘교회’라고 말했다.
TV에 간혹 보이게 되는 ‘하늘’화면도 예린이에겐 ‘교회’였다.
두 단어가 어떤 연관성이 있기에 헷갈려할까...
그것을 알아내는데 그리 오래 가진 않았지만, 한동안은 내게 단번에 풀지못할 의문 이었다.
예린이는 이랬다.
차를 타고 가다 교회가 보일때마다 내가 지붕에 있는 십자가를 올려다보며 교회라 말해주고,
둘이 걸어갈때 교회가 보이면 손으로 십자가를 가리키며 교회라고 말해줬었는데,
예린이는 내가 십자가를 가리키며 가르쳐줬던 ‘교회’를
십자가위의 ‘하늘’을 보며 나름 '교회'라고 기억했던 것이다.
엄마가 ‘하늘’을 가리키며 ‘교회’라고 말한 것으로 이해해
물어볼때마다 그리도 한결같이 ‘하늘을 교회’라고 대답했던 것이었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교회, 십자가, 지붕, 하늘, 꼭대기....
우리 예린이.. 물론 지금은 그런것쯤이야 눈감고도 아는 30개월에 들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