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 "참세상" 만드는 무공해 아이들
■교사ㆍ학생 함께 숙식하며 유기농 실천
■1인 3기 예능교육…국악경연등 수준급
■한국농촌예능학교(www2.hannongart.com)
`우리나라 10대 오지중 하나라는 충남과 전북 경계의 대둔산 기슭. 전북 완주군 동상면 신월계곡에 자리잡은 한국농촌예능학교(교장 洪承杓)는 말 그대로 농사꾼을 키운다. 땅에서 자라 땅에서 크고 땅으로 돌아가는 그 단순한 진리를 깨닫고 실천하는 이 땅의 참 농사꾼을 키우는 학교다.
중ㆍ고교 과정의 학생 130여명은 대부분 한국농촌복구회(한농회) 소속 회원의 자녀들이다. 한농회는 우리 농촌을 다시 일으켜 세우겠다는 뜻으로 뭉친 단체.
이곳의 일과는 여느 학교와 판이하다. 새벽 4시에 전교생이 일어나 간단한 체조와 명상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아침식사 전에는 퇴비를 만들기 위해 산과 들에 널린 풀을 베어온다.
오전에는 국어ㆍ영어ㆍ수학 3과목을 중점적으로 배우고 명심보감으로 한문ㆍ예절교육을 받는다. 오후에는 교실을 떠난다.
환경농업은 필수. 제과ㆍ제빵ㆍ이미용ㆍ자동차수리 등 실업 기술교육과 농악ㆍ피아노ㆍ관악 등 악기 연주는 자기 적성에 맞게 골라서 배울 수 있다.
오후 4시30분부터 7시까지 개인시간으로 각자의 하루를 정리하고 8시에는 불을 끈다. 남들보다 일찍 일어나고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 올바른 농사꾼이 될 수 있다는 것.
친구들과 함께 생활하는게 너무 즐거워요라고 입모아 말하는 미가와(19ㆍ고3)와 아야카(15ㆍ중2) 요시카(12ㆍ중1)는 일본 나가노에서 친환경농사를 짓는 어머니의 권유로 바다 건너 한국땅으로 유학온 일본인 자매들.
1998년 일본 요코하마 중앙시립중학교 2학년 때 유학온 아쿠츠 게이스케(18ㆍ고2)는 일본 학교에서 느낄 수 없었던 또래 사이나 사제지간의 정을 많이 느낄 수 있어 좋아요라고 말한다. 고국에서는 손에 흙 한번 묻혀보지 않았던 게이스케는 처음에는 농사가 힘들었지만 이젠 오히려 재미가 붙어간다고 했다.
농업이나 실업 실습을 하지 않는 오후. 바로 아래 산자락이 이웃한 운동장은 전교생의 흥겨운 악기 연주 소리로 가득하다. 징ㆍ장구ㆍ북ㆍ꽹과리 등 저마다 자신있게 연주할 수 있는 농악기를 하나씩 손에 든 학생들의 모습은 마치 흥겨운 농악잔치가 벌어진 것 같다.
전국청소년국악경연대회 최우수상등 각종 국악경연대회에서 훌륭한 성적을 거두기도 했다.
무비료ㆍ무농약ㆍ무제초제의 3무 천연농법을 실천하며 피폐해지는 농촌을 살릴 참된 농군으로 거듭나려는 그들의 소박한 소망이 흥겨운 가락에 실렸기 때문이리라.
올봄 한농예능학교는 경사를 맞았다. 개교이래 숙원이었던 기숙사가 완공된 것. 벽돌 하나에서 보일러 배관까지 모두 교사와 학생들의 땀이 배어있는 건물이다. 그 안에서 학생들은 오늘도 흙의 겸손과 인내를 배우고 어른을 공경할 줄 알며 나아가 이웃과 사회에 봉사할 줄 아는 사람이 되는 전인교육을 몸에 익히고 있다.
<김정태 기자> jtkim@ktmf.or.kr
<사진설명> 한농예능학교 학생들은 국ㆍ영ㆍ수를 비롯, 예절, 환경농업, 농악연주 등을 통해 전인교육을 몸에 익히고 있다.(사진은 농악연주에 흥겨운 학생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