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이야기[346] 1992년 홍차와의 만남 (9) 인도 다르질링 홍차 3
<<인도 다르질링 홍차>> 3(가을차)
2018년 1월 26일 저녁, 계속되는 한파로 개화산자락 온도가 영하 17도 정도로 내려가 있었다. 덕분에 내 개인 작업실 및 다실의 온도가 5도 정도로 떨어지고 있었다. 비록 작은 방이지만 혼자만의 불당(佛堂)과 선방(禪房)을 겸한 공간이기 때문에 서까래가 보이는 연등천장(椽燈天障)에 정원 쪽 벽이 온통 한옥 문으로 되어 있는지라, 바깥의 냉기가 모두 방안으로 숨어들기 때문에 다른 방에 비해선 엄청 추운 편이다. 추울 때엔 차와 함께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내 개인 작업실 및 다실은 서까래가 그대로 노출된 상태인 연등천장(椽燈天障)으로 높아서 열 손실이 많다]
며칠 전에 시음 후기를 올린 다르질링 세컨드플러시 다음으로 다르질링 오텀플러시(Darjeeling autumn flush, 가을차)를 시음해 보기로 했다.
[가을차의 겉포장인 융단주머니]
다르질링은 1년에 네 번 차를 생산한다. 가을차를 만들기 전인 7~8월 우기(雨期)동안 수확한 찻잎으로 만드는 몬순플러시가 있는데, 수분함량이 높아서 향과 맛이 옅은 편이다. 주로 블렌드(Blend)나 티백으로 활용하기 위해 만들어지는 차이다. 시음후기는 생략한다.
[융단주머니를 벗진 가을차의 안 포장]
가을차의 밀봉한 포장을 열자 매운 듯 달콤한 머스캣향이 뭉툭하게 올라왔으며, 여름차에 비해서는 향이 부드럽고 기운은 조금 약한 편이었다. 펼쳐보니 대부분 검은색에 가까웠고 갈색도 조금 섞여 있었다.
[대부분 감은색에 가까웠고 갈색도 조금 섞여 있다]
가을차를 마실 다호로는 30년 시용해온 자사호를 선택했다. 육각형태의 다호로 보이차를 마실 때는 6~7인용에 해당되지만, 홍차의 찻잎이 잘 풀어질 수 있도록 넉넉한 것을 택한 것이다.
[30년 시용해온 육각형 자사호]
차 4g에 물 온도는 90도 정도에 맞추었으며 우리는 시간은 5초에서 시작해서 순차에 따라 달리했다.
첫째 잔 - 찻물은 짙은 오렌지색. 찻물에서 뭉글뭉글한 단 향이 피어올랐다. 입에 머금으니 부드러운 단맛이며, 머스캣 향은 호흡이 짧았다. 마른 꽃 향도 입안에 퍼지다가 사라졌다.
둘째 잔 - 6초간 우림. 찻물은 첫 잔보다 옅은 오렌지색. 향은 무디어지고 들척지근하면서도 쌉싸래한 맛이다. 타닌의 떫은맛도 느껴졌다.
셋째 잔 - 7초간 우림. 찻물은 첫 잔과 비슷해짐. 향은 거의 숨었다. 머금으니 미세한 단맛과 좀 더 강한 타닌 맛으로 떫었으며, 입안이 가득한 듯 뻑뻑했다.
넷째 잔 - 8초간 우림. 셋째 잔보다 조금 옅어짐, 찻물에서 약간 들척지근한 머스캣향이 피어났다. 머금으니 단맛은 사라지고 떫은맛이 강해져서 입안을 완전히 뻑뻑하게 만들었다.
[가을차의 찻물 색. 왼쪽 위, 오른쪽 위. 왼쪽 아래, 오른쪽 아래의 순]
차를 마신 후의 찻잎을 살펴보니 부드러운 연녹색이다. 가을차가 이러한 것은 다르질링의 복이다.
[차를 마신 후의 찻잎을 살펴보니 부드러운 연녹색이다. 가을차가 이러한 것은 다르질링의 복이다]
압끼빠산트(Aap ki Pasand) 다르질링 오텀플러시(가을차)를 우유나 설탕 등을 타지 않고 순수하게 마시려면 큰 개완(蓋碗)에 1g의 차를 넣고 85도의 물을 부어 그대로 훌훌 마시면 맛있게 즐길 수 있다.
다른 방법으로 개완의 찻물을 찻종에 따라 마신 후 찻종의 잔향을 즐기면 달콤하고 향기롭다.
차를 즐기는 방법은 다양하다. 각자의 취향에 맞는 방법을 찾아내면 다양하게 마실 수 있다. 차는 우리는 환경에 따라 여러 가지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차가 그러할진대 사람은 어떠하겠는가. 한 면만을 보고 너무 쉽게 판단하지 말고 느긋하게 살피는 것도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