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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지리정보원 발행 지형도에 산이름이 등재되어 있지 않은 산이다. 백두대간 상의 천상화원 금대봉(1,418m)이 고부산(976m)의 할배 할배 그 할배산이다. 다른 지방도 마찬가지지만 강원도 정선군은 봄 가을에 산불예방감시가 매우 철저한 곳인데, 산불 이야기를 꺼냈으니 이것부터 이야기하고 산행을 시작해야겠다.
‘지금으로부터 약 100년쯤 전 이 산자락에 살던 공모씨라는 사람이 춘삼월에 산에 약초를 캐러갔다가 무심코 버린 담뱃불이 삽시간에 큰 불로 번져 강원도 삼척시 하장면을 거쳐 백두대간을 타고 북으로 강릉, 양양, 간성까지 번지는 웃지 못할 산불이 있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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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은배래치골을 버리고 능선으로 오르고 있다. 간벌한 나무들이 길을 가로막고 있다.
- 헌데 이상한 것이 불의 진행 폭이 1~2m를 넘지 않았다고 한다. 수사대는 발화지점을 탐문수색하였으나 발화원인을 찾지 못하였다고 한다. 발화자는 공모씨인데 두일동에 사는 이균이라는 사람이 자기 집에 은신시켜 주었다. 그 후부터는 공씨를 불공씨라 불렀다는 것이다.
전국적으로 뇌성번개를 동반한 비가 많이 올 것이란 기상청예보다. 그런데도 경기도 수원 산정산악회 이동택(52세) 대장은 곽순영, 김봉은, 김은영, 예쁜 이름들과 함께 약속장소에 나타났다. 태백여성산악회 권영희 회장, 안순란 총무와 합세하여 정선군 사북읍 직전리 발전 마을노인회관 앞에 이르니 북쪽은 덕산(960.8m), 동쪽은 물레봉(1062.4m), 남쪽은 고부산이 병풍을 쳐 난공불락의 요새를 이룬 분지는 모두 더덕밭이다. 이곳 분지가 중의 공양그릇 바리때처럼 생겨 발전(鉢田)이라 했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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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왼쪽)작은배래치골 전경과 뒤로 솟은 물레봉. 초반에는 고렝지 채소밭 사이 놀로를 따라 오른다. (오른쪽)점심자리를 만들고 있는 일행.
- 산행들머리는 7번 지방도가 지나는 직전리 ‘사북←발전→수출동’ 버스승강장이다, 주위에는 ‘큰배래치골’ ‘말고개길’ ‘달빛마을펜션’ 이정표들이 있다. 여기서 큰배래치골 왼편에 솟은 고부산 정상을 곧바로 산행할 수 있으나 코스가 너무 짧고 단조로울 것 같아 작은배래치골(먼저골)을 거쳐 원점회귀산행을 택했다.
작은배래치골로 올라 큰배래치골로 하산
북으로 7번 지방도를 따라 10분 소요에 허허벌판에 홀로 있는 직전화물알선소 건물 건너편 전봇대 꼭대기에 달린 작은배래치골 이정표를 따라 왼편으로 들어선다. 국토지리정보원 발행 지형도에는 ‘먼저골’로 이름이 돼 있다. 슬그머니 반원을 그리며 내려가는 시멘트포장길 옆 밭둑에는 줄딸기 열매가 먹음직스럽게 붉게 익어 하얀 개망초꽃과 어우러졌다. 통통 살이 오른 딸기를 따먹으려는 수원 예쁜님들. “안됩니다. 제초제 뿌렸습니다.” 주위에는 제초제를 먹은 풀들이 시름시름 말라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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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왼쪽)고부산 들날머리가 되는 발전 버스정류장. 똑같은 이정표의 버스정류장이 1km 북쪽에 또 있다. 이 정류장은 큰배래치골 입구다. (오른쪽)삼각점만 있고 조망이 터지지 않는 고부산 정상.
- 다리를 건너자 기우뚱한 키 큰 소나무에 기댄 현대식 우사에는 갓 태어난 송아지가 낯선 인간을 두려워 어미소 사타구니 사이로 숨는다. 어미소는 우렁찬 경고음을 토한다. 으음매에-.
시멘트로 포장한 물골 옆으로 따라 오르던 수원댁들. 도랑에 있는 풀들을 보고 “야 미나리다, 미나리여!” 태백산 아줌씨들은 미나리가 아닌 것을 알기에 그냥 빙그레 웃기만 한다. 내가 말참견을 한다. “그게 어디 미나리입니까? 미국가막사리, 도깨비바늘, 여뀌 종류들이구먼.” 불볕 내려붓는 작은배래치골에 웃음이 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