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6월 16일 일요일
강촌, 강선봉 - 전망대가는길
전일인 토요일, 오전 11시부터 비 소식이 있었는데 2시간이라도 붙어보자 싶어 동기들과 함께 간 유선대 좌벽 암장. 분명 블로그에서는 강선사에서 걸어서 15분 거리라고 했는데 귀신에 홀린 것 처럼 어프로치만 오르락 내리락 50분을 했다. 원래는 비소식에 외벽에 가려고 한석봉체육관에서 만났는데 한석봉체육관은 대관으로 이용불가, 인근 클밍장은 휴관, 되는 일이 없다. 비가 오면 유선대는 물바위가 된다는 말에 포천에 있는 소흘국민체육센터까지 가려고 하다가 기왕 이렇게 된 거 물바위인지 불바위인지 구경이나 해보자 싶었다.
일요일, 한크랙 식구들과 걷는 길은 언제나 든든하다. 어쩌면 선배님들은 이렇게나 길을 잘 아실까, 존경심이 생긴다. 바위에 붙으면 항상 몸도 마음도 너덜너덜 입다 버린 난닝구처럼 허옇게 바래지는 기분인데 선배님들을 뵈면 마음 속까지 다림질이 되는 것 처럼 마음이 맑아진다. 참 감사하다!
전망대 릿지까지 가는 길은 등산로처럼 길이 명확하고 이정표가 잘 되어 있어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겁도 많고 등반에 어려움을 많이 느껴서 가기 전 인터넷으로 개념도랑 난이도를 체크 하는데 사진 왜곡때문인지 때론 인터넷으로 볼 때 훨씬 어렵게 느껴지는 경우가 있어서 괜히 찾아봐서 미리 겁을 먹는 건 아닌 지, 고민이다. 아무리 후등은 못 가는 곳이 없다지만 늘 끌려 올라가는 입장에선 오늘도 민폐만 끼치고 오는 건 아닐 지, 두려움이 앞선다. 그래도.. 설마 내가 갈 수 없을 곳에 선배님들이 데리고 가지 않을 거란 믿음으로 눈치 보며 댓글을 남기고 .. 또 남기고.. 이런 머슥한 상황이 반복...ㅋ;;
종구 고문님과 민구 고문님 그리고 봉희 선배님! 10년 동안 등반을 함께 한 파트너라니, 내가 얼마나 오랫동안 등반을 붙들고 있을 진 모르겠지만 그런 관계가 있다는 게 부럽다. 나도 한크랙에 잘 낑겨서 다녀야지.. ㅎㅎ
인터넷으로 찾아봤을 때, 이 구간 시작부터 무서워 보여서 댓글 달까말까 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1P부터 오도가도 못하고 퍼질러 놓은 똥이 되어 붙어버렸다. ㅠㅠ 위에선 대장님이 먼저 올라 가서 손자리 발자리도 봐주시고, 밑에선 민구 고문님이 끊임없이 조언을 해주셨는데 민망 그 잡채.. 이런 길도 못가면 대체 어딜 갈 수 있단 말인가 싶다가도 애초에 갈 수 있는 길이 별로 없다는 걸 생각해보면 그냥 열심히 바위에 붙기나 해야겠다 싶다.
참여율 높이기, 퀵드로의 유혹에 넘어가지 말기, 자신을 믿기.. ㅠㅠ
고도감에 너무 무서웠던 5P. 거의 끌려 올라가다시피 가서(뭐 늘 있는 일이긴 하지만..) 위에서 고문님 얼굴 보기 죄송스럽고 민망스러워 죄송하다는 말이 먼저 튀어 나왔다. 분명 힘드셨을 텐데 구수하게 웃으며 "으응~ 뭐가 죄송해~ 소문씨, 나는 소문씨는 한 손으로도 끌어 올려줄 수 있어~"라고 대응해주시는 종구 고문님께 진짜 감사했다. 휴.. 이번주는 주중에 열심히 암장가야지.. ㅠㅠ
나중에 등반 잘하게 되면 멋있게 사진 찍어야지 하는 마음과 무섭고 힘들어서 귀찮아져버린 마음에 늘 사진 찍히는 것도 게을리 하게 되는데 그럼에도, "소문씨? 우리 할 일은 해야지~ 포즈 잡아봐~" 하고 능청스럽게 요구하시는 종구 고문님께 감사드리고, 또 멋진 사진에 감사드린다. 흑흑.. (감동) 정말 한크랙 못 잃어요. 😭
5P는 정말 무섭고 어려웠는데 6P 시작점에서 5P를 바라보는 시선이 거벽을 오르는 것 같아 정말 근사하다. 거의 모든 피치가 아름다웠던 전망대가는길!
나는 전날 이미 붙었던 벽이라서 대장님이 선등자 빌레이 하는 법을 알려주셨는데 아무래도 연습이 많이 필요할 것 같다. 민구 고문님이 내가 빌레이 실력을 늘리는 것 보다 등반 실력을 늘리는 게 더 빠를 거라고 하셨다... ㅋㅋㅋㅋ 후.. 뭐 쉬운 게 없네 진짜 ㅠㅠ
농담으로 신랑한테 등반하는 영상 좀 찍어보라고 했는데 6배로 확대해야 나오게 찍어놔서 보이질 않네..=_= 아마 머리부터 발끝까지 빨간색으로 입고 가야 영상에는 겨우 보일 듯..
첫댓글 힝.. 열심히 썼는데 에러나서 잘못 올렸어요. 산행앨범으로 옮겨주세요 ㅠㅠ
게시판 수정하랴고 했는데 안되네용😳 근데 이거 산행보고급으로 디테일한것 아닌가요?ㅋㅋㅋ 곧 동진님도 같이 등반하기를 기대합니다👍🏽
여기 사진 맛집인가요^^
한 루트를 등반해도 각자가 느끼는 감성들이 너무 다양하다는 것은 그 느낌 그대로를 편안하게 표현할 수 있게 모두가 서로를 이해와 배려로 그 시간을 함께 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너무 훌륭한 산악회에 "김동진(소문 부군)"님을 초대합니다.
(소문, 언능 카페 가입부터...)
내가 앞으로 6-7년 정도는 줄깔것 같고 나머지3년은 소문님이 줄깔아서 울 10년 채우자. 아님 동진씨한테. 리딩 시켜서 ~~
채우든지 ㅎㅎㅎㅎ
와~~우 👍 글솜씨가 ㅎㄷㄷ
매번 나도 등반한 느낌! 글쟁이들이 많아져서 카페가 복작하니 좋다~
재밌게 잘 읽고 잘 보았습니다 ~~
즐거운 등반하고 갑니다.
동계 토왕폭 등반하면 책한권 나오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