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초등학생 박모(8)군 유괴사건〈본지 16일자 A10면 보도〉의 용의자 이모(28)씨는 처음부터 박군을 살해할 마음을 갖고 유괴했으며, 납치 당일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박군을 저수지에 던져 숨지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경찰이 16일 밝혔다.
인천 연수경찰서는 박군 사체를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의뢰해 부검한 결과 익사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이를 토대로 이씨를 추궁한 끝에 완전범죄를 위해 처음부터 박군을 살해할 계획이었다는 자백을 받았다고 밝혔다.
경찰은 부검 결과 박군이 질식이나 압박사 가능성도 있으나 입 안에 거품이 있어 익사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왔다고 밝혔다. 입 안 거품은 물에 빠진 뒤 숨을 쉬었을 경우에만 생기게 된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범행 계획을 세울 때부터 ?납치한 뒤에는 즉시 집 전화번호와 인적사항을 알아낸 뒤 아이 목소리를 휴대전화에 녹음한다 ?녹음 뒤 살해하고 사체를 버려 완전범죄를 이룬다는 시나리오를 짰다.
이씨는 이에 따라 지난 11일 오후 1시30분쯤 박군을 납치한 뒤 인천 연수구 동춘동의 평소 알고 지내던 카센터에서 마대자루 4개를 구했다. 이씨는 곧이어 박군의 목소리를 휴대전화로 녹음했으며, 살해 장소를 찾기 위해 경기도 시흥시와 부천시, 인천시 일대의 한적한 장소를 찾아 다니다가 11일 오후 11시30분쯤 인천 남동공단 저수지 물에 박군을 던져 살해했다. 당시 박군은 입이 테이프로 막힌 상태에서도 “아저씨, 왜 그래요. 살려 주세요”라며 애원했지만, 이씨는 그대로 마대자루를 덮어씌워 물에 던진 것으로 조사됐다고 경찰은 밝혔다.
이씨는 당초 박군 입을 청테이프로 막은 뒤 차에 태우고 다니다 보니 질식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은 이씨가 미리 박군 육성녹음을 딴 점과, 유명 보험회사 근무복을 입고 유괴했다가 피해자를 풀어주면 자신의 신분이 쉽게 노출된다는 점을 알면서도 근무복을 입고 범행을 한 점 등을 중시, 처음부터 살해할 뜻이 있었던 것으로 보고 조사를 벌여왔다.